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Dec 06. 2022

묵호 등대에 가다.

안개가 짙어 시계가 불투명한 낮이나 캄캄한 밤에

항해나 바다의 수로 안내를 돕기 위해

불빛을 비추도록 설치된 등대는

우리의 삶에서 여러 가지 감성적 인식으로 표시됩니다.  


거래에서 세상적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나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았노라고 하지만

때로는 해안의 등대와 같이 홀로 떨어져 우뚝 서 있는 것과 같은

외로움으로 표시되기도 하고      


깜박이는 등댓불은

항구로 들어오는 뱃고동 소리를 인도하여   

새벽녘에 안개 깊은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애끓는 심정을 안심시키는

반가운 빛으로 표시되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목표와 방향 중에서

방향을 밝혀주는 지표와 같은 존재를

우리 삶의 등대 같은 존재라고도 표현합니다.


하지만 등대의 실제 기능은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거친 파도와 암초가 있는 위험한 곳이니

여기로 오지 말고 피하거나 돌아가라는 신호기입니다.


이렇듯 등대라는 단어에는 실질적 기능 외  

묘한 설렘과 호기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발 93m의 묵호 등대는 1963년 6월 8일에 첫 점등을 하였다.


그래서 부산에서 강릉으로 출발하던 날

묵호항 인근 오징어잡이 어선과

강원지역에서 채굴한 무연탄 운송 선박에

불빛을 비추어 주는 묵호 등대를 찾아갔습니다.


등대가 설치된 묵호항의 가장 높은 진동 해맞이 길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이 출렁대고

시가지 한 모퉁이 낚싯배가 정박한 어항에서는 비린 생선내가 폴폴 일어나고

언덕 위 집들 지붕에는 앞바다에서 잡은 이까(오징어)와 생선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등대 전시장과 전망대가 마련되어 볼거리를 풍요롭게 하고

언덕 위 전망 좋은 자리에는 오밀조밀하게 꾸민 카페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묵호 등대는 풍치가 좋아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아

1960년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가진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이 촬영되었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찬란한 유산(이 승기, 한 효주), 상속자들(이민호, 박신혜) 등이 촬영되었습니다.



빨강 파랑 지붕을 이고 있는 언덕 비탈 집들은

그리스의 산토리니에서 보는 경관보다도

더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를 눈앞에 펼쳐 두고 있었습니다.


묵호 해맞이 언덕 위에 서서 나는

나를 밝혀주는 등대의 존재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 뜨는 그곳에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