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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12. 2020

몽골의 전통 춤사위

다시 몽골, 세 번째 이야기


아들 세명을 둔 가이드의 아내는  몽골 전통 춤을 추는 전문 춤꾼이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춤추는 것을 멈추었다. 지금은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번에 관람한 몽골 민속공연의 현란한 춤사위와 멜로디와 중후한 허밍이 어우러지는 소리를 잊지 못한다. 이번에도 그 감동과 느낌을 체험하고 싶었다. 마침 몽골 전통 춤꾼들이 모임을 결성한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공연이 있다는 얘기에 반갑게 달려갔다. 70살을  넘은 원로 할머니 한분이 나오셔서 축사를 했다. 그녀는 공연 중간에 등장하셔서 젊은이들과 함께 현란한 춤을 추셨다. 대단한 솜씨와 건강이다. 주로 현역들이 춤을 추었고, 옛 OB들이 우정 출연했다. 가이드의 아내도 이 공연에서 그녀의 끼를 발산했다.


몽골의 전통적인 민속춤 비옐게는 그들의 삶을 표현한다. 가사노동, 풍습과 전통뿐만 아니라 여러 부족 집단의 신앙적인 특징들과도 연결된 공연 예술이다. 춤꾼들은 민속 고유의 의상을 입고 마두금의 연주와 토브슈르, 추르 등의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유목민의 내밀한 사상과  정신이 춤으로 표현된다. 흥겹고 빠른 음악에 맞춰 발과 손을 움직이며 어깨춤을 추는 것이 몽골 전통 춤의 특징이다. 게르 안의 좁은 공간에서 반쯤 앉거나 책상다리를 를 하고 앉은 채로 춤을 춘다. 주먹과 손을 펴서 흔들고, 가슴과 어깨를 으쓱거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춤들이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2년 전에 보았던 민속공연과 비슷했다. 의상을 바꿔 입고 계속 비슷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한 공연에서 18개의 춤이 발표되었다. 개인 단위의 다양한 고유의 춤이 아니라 주로 집단 춤을 추었다. 10명의 전문 춤꾼들이 호흡을 맞춰 춤을 추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연습했을까? 많은 공연을 빠른 리듬에 맞춰 집단 춤사위로 표현하는 춤꾼들이 대단해 보였다.



민속춤에 이어 현대춤이 이어졌다. 음악의 감각이 전혀 달라졌다. 전통 악기에서 현대의 신디사이즈로 변했다. 음악은 몽골의 전통음을 잊어버리고 평범한 현대의 소리로 바뀌었다. 춤사위는 비보이의 춤과 닮은 점들이 많아 보였다. 몽골 전통음과의 연결을 위해 남자 소리꾼이 내는 긴 연음이 신디사이즈 음악에 보태졌다. 하지만 기이하고 독특한 것에서 평범해서 어디서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진 듯했다. 다소 실망했다. 문외한의 의견이니 무시해도 상관없다. 다만 몽골의 정통 춤과 음악은 이어지고 발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의 시도는 반갑다.


이번 공연에서 아쉬운 점은 춤만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몽골 고유의 악기와 소리를 기대했다. 아주 특별나고 독특한 소리. 광야를 퍼지는 바람과 자연의 소리를 다시 듣지 못했다. 몽골의 전통 노래는 기교와 웅장한 소리의 폭에서 마음을 울린다. 한국의 가곡이나 팝 오페라가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한 사람이 내는 두 개의 소리는 정말 특별하고 창의적이다. 그 소리에 내가 반했다.


계획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과거 우리도 코리안 타임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도 몽골 타임이 있어 공연이 지체되어도 관객은 당연히 받아 들였다.  공연이 지체되어 늦게 끝났다. 결국 예정했던 몽골 전통 씨름 관람은 포기해야 했다. 보지 못해 아쉬웠다. 언제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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