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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13. 2020

몽골에서 살아가는 법과 투자방법

다시 몽골, 네 번째 이야기

월 최하 임금 기준은 45만 투그릭(한화의 0.45배, 편하게 한화의 절반). 좋은 직장을 다니면 월 초임 80 ~ 100만 투그릭을 받는다. 몽골 제1은행인 한은행에 다니는 27살 여직원은 월 80만 원을 받아 50 m*m 원룸 임대료 40만 원을 지불하고 40만 원으로 먹고 산다. 좋은 직장에 다녀도 살기에 빠듯하다.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주야간 투잡을 뛰거나 맞벌이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물론 자녀가 있는 가장 중에는 이 정도 수입으로 임대료, 자녀양육, 저축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울란바토르 시내와 근교 등에는 수년 전부터 빌딩과 아파트 건설이 활발하다. 50 m*m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우리나라 돈 5,000만 원은 있어야 한다. 알뜰히 저축해서 구매가의 30%를 모으면 나머진 국가로부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다. 매월 수십만 원의 임대료를 내지 않기 위해 허리를 동여매고 저축하여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한다. 임대료는 은행 대출이자를 갚고도 남는 금액이라 이 방법이 경제적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수 있는 빠른 길이다. 하지만 그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몽골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소리를 오랜 기간 동안 들어왔다. 그래서 일부 몽골인은 기회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 돈벌이하길 원한다. 더러는 외국에서 정착하여 아예 자녀들을 불러들인다. 외국 땅에서 신교육을 시켜 몽골에서의 가난 되물림을 벗어 주려고 한다.


교육물을 먹었거나 국제정세를 아는 눈치가 빠른 몽골인들이 한국에 가서 일하여 종잣돈을 모은다. 한국에서 월 300만 원을 벌어 절반을 생활비로 쓰고, 150만 원을 몽골로 보낸다. 현재 공식적으로 3만 명, 310만 명 총인구의 1%가 한국에서 일한다. 무비자를 합친다면 거의 10만 명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국에서 몇 년간 일하면 몽골에 집을 살 수 있다. 가이드 바타도 부인과 함께 한국에서 일한 것이 기반이 되어 몽골에 아파트 두 채와 여름 집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바타는 한양대학 어학원에  등록하여 한국어를 배워 조기에 한국생활에 적응했다. 한국어에 능하다. 지금은 몽골에서 한국계 물류회사에 다니면서 월 70만 원을 번다. 배우자는 유치원 보조교사로 월 50만 원을 받고, 아파트 임대료 월 30만 원을 번다. 중류층에 속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일하러 가고자 매주 3일씩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아들 3명에게 지긋지긋한 몽골의 삶에서 벗어나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 주고 싶어 한다.


몽골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땅 덩어리는 한반도의 7.5배. 형석 세계 3위, 석탄 10위, 몰리브덴 11위, 구리와 우라늄이 각 13위와 14위. 지하자원은 세계의 보고이나 기술이 부족하다. 황량한 광야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목생활로 목축을 키워 고기가 풍족하지만 강수량이 부족해 식물과 곡식이 잘 자라지 않는다. 식량과 야채의 대부분과 전량의 과일을 수입한다. 산업기술도 발달되지 않았다. 1924년 몽골 인민공화국이 설립되면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던 산업기술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독자적인 기술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생활용품에서 산업기술까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이 상황에서 국가는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현재는 국가의 기본적 운영비도 감당하지 못해 IMF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받고,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돈을 갚는 대신 풍부한 지하자원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했다. 광활한 대지에서 중국이 채굴권을 가지고 원유를 빼가고, 몽골은 중국으로부터 정제된 석유를 비싼 값에 다시 사들인다. 몽골은 석유를 생산하거나 정제하는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자원을 캐 간다 할 지라도 일정기간 채굴이 끝나면 투자된 채굴시설과 기술을 이양받아야 한다. 몽골 스스로 천연자원을 채굴하고 가공하여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어야 국가 재정을 튼튼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채굴 기간은 한정이 없고, 천연자원 채굴권 부여는 자꾸만 반복된다. 경제가 회복할 가능성이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경제 구조를 가진 몽골이 우리에게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시내에 서울거리가 있고 곳곳에 한글 간판이 즐비하다. 몽골인들도 '안녕하세요'란 한글 기본 인사 정도는 모두 안다. 한국 식당과 가게가 얼마나 많던지! 과다해서 식당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투자의 시점은 지나 보인다. 최근 한국의 예금금리가 낮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몽골을 기웃거리지만 늦은 투자는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이 마트 3호점이 들어서고 뚜레쥬르 빵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공항 옆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한국 중형 건설사가 짓고 있다. 대규모의 기업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몽골에 투자해서 실패하더라도 충격은 개인보다 적을 것이다.  


개인은 몽골 은행이자가 높은 점에 호기심이 갈 수 있다. 연 이자 13%로 국내에 비해 5배나 높아 보인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몽골의 국가신용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최근  몽골 환율은 11%나 하락했다. 1달러가 몽골 돈 2,440 투그릭에서 2,698 투그릭으로 올랐다. 환율 하락으로 최근 2년간 실질 이자소득은 제로에 가깝다. 1년 단위 적금 계약을 위해 몽골을 찾는 여행경비를 고려하면 적자이다. 최소한 여행경비는 빠져야 한다. 투자금을 회수할지 몽골 환율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갈등하는 개인 투자자가 상당하다. 다행한 것은 한국의 환율도 조금 떨어졌다.

 

 다른 투자 방법으로 5천만 원을 투자하여 아파트를 매입해서 임대를 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가구와 집기를 갖춘 후 월 임대료 40만 원을 받는다면 연 10%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매월 임대료 수수, 하자처리, 잦은 임차인 교체 등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  여러 채를 매입하여 현지인을 관리자로 두면 되겠지만 그만한 투자비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 돈이면 울란바토르 인근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몽골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는 공공임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900채 아파트 임대분양에 4만 5천 명이 몰렸단다. 한국의 한 중소업체에서 아파트 건설에 동참했다.  

 

상업, 외식, 물류 등 기존의 투자처는 이미 포화상태이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울란바토르는 난방을 화력 발전소를 이용하여 중앙공급방식으로 해결한다. 개인 가구나 게르는 광산에서 캔 석탄 그대로 난로를 피워 겨울철 난방을 해결한다. 서늘해지는 가을철부터 난방을 위해 석탄을 피운다. 집집마다 석탄 연기가 올라와 도심 하늘을 회색으로 가득 채운다. 도심지에서는 매캐한 가스 냄새로 숨쉬기가 어렵다. 하지만 올해부터 울란바토르의 심각한 스모그 현상이 사라졌다. 국가에서 석탄을 가정용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길거리에서 탄광에서 바로 채굴한 천연 석탄을 파는 트럭들을 볼 수가 없다. 석탄에서 이산화황을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 주먹 크기 만한 사과 모양의 연탄을 판매한다. 사과탄이 난방연료로 사용하게 되면서 매연이 확 줄어들었다. 겨울 언저리에 있는 울란바토르의 하늘은 파랗다. 두껍게 덮은 회색 스모그가 사라졌다. 이제는 도심에서 숨쉬기가 편해졌다. 국가적 과제인 이산화황 처리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돈을 벌고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울란바토르 근교 화력발전소는 밤낮으로 전기를 생산해 낸다. 낮에는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되고 밤에는 모자란다. 발전소의 불을 꺼고 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낮에도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낮에 남는 전기는 무상으로 러시아에 공급한다. 밤에는 부족한 전기를 러시아로부터 돈을 주고 사 온다. 그래서 낮에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침 한국의 중소 기업체  하나가 몽골 정부와 함께 Power Storage System 설치를 위해 현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의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와 같이 현지에서 필요한 것을 발굴해야 한다. 가정용 태양광 설비, 가정에서 낮에 값싼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사용하는 설비, 차량 5부제를 적용했는데도 거리를 가득 채우고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차량에 관련된 사업, 블랙박스 장착 등 현지에서 필요한 것에 투자하면 성공하는 법이다. 물론 발굴이 쉽지 않다.


한 가지 투자 안이 있는데 믿을 만한 현지인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고기가 몽골인의 주식이다. 도시에 사는 중류 몽골인 중에 일부는 매번 고기를 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린양과 소를 사서 시골 지인에게 맡겨 키운다. 가축이 새끼를 낳으면 수탁자가 갖고, 위탁자는 처음 맡긴 숫자만큼만 돌려받는다는 조건이다. 풀이 없는 동절기에는 약간의 사료 비용을 추가해서 지급하면 된다. 몽골 위탁자들은 겨울에 시골에 가서 잘 자란 큰 양 몇 마리와 소를 잡아와서 냉장고에 가득 채워 두고 1년간 양식으로 사용한다. 어린양 한 마리 우리 돈 만원, 소는 7만 5천 원. 일 년 정도 키우면 10만 원, 10배 정도로 불어난다. 고기는 바로 팔지 말고, 겨울에 잡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 해 3, 4월 고깃값이 비싸지는 시기에 내다 팔면 큰돈이 된다. 중국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한 한국인이 가축을 들녘에 풀어 키우지 않고 사료를 주어 단기간 내 키워서 고기 가격이 좋은 시기에 집중 도축해서 파는 방안을 내기도 했단다. 그렇게 되려면 냉동시설 투입비 대신 사료를 수입하는 대체 비용이 들 것이다. 좋은 투자방법인데 유통에 능하고 믿을 만한 현지인을 구할 수 있을까? 그것이 관건이다.


외국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수년간 이곳에 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를 기다리면서 몽골을 소개하는 유튜버가 있다. 한 5년 살았는데 사업을 시작할 듯하더니 최근 러시아 인근 키르기스스탄에 들려 사업의 가능성을 조사하는 내용을 동영상으로 내 보내고 있다. 그는 이미 많이 노출된 몽골보다는 이제 막 BTS가 인기를 얻고, 한국 관련 제품과 식당이 소개되는 키르기스스탄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에 한 몽골 사업자가 키르기스스탄에 한국 화장품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외국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한 번쯤 과감한 시도로 성공을 경주해 나가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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