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필요한 이유
흐르는 물이 귀해 낙동강물을 지하수로로 끌고 와
부산 청룡동 놀이마당로 청룡 2교 다리 밑에서 지상으로 솟구치도록 설계한 온천천은
구서동, 장전동, 우리 집 앞을 거쳐 수영강에 이르러 광안리 바다와 합류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온천천은
시민들이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운동을 하는 휴식공간인 동시에
왜가리, 백로, 흰 뺨 검둥오리 등 철새의 서식처가 되어가고 있다.
관할 부처에서 철마다 팔뚝만 한 잉어, 제법 큰 송사리 떼 등을 방류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바라다보며 잠시 세상의 근심을 잊는다.
먹이사슬에 따라 물고기의 포식자인 조류들이 날라들고
풍부한 먹이로 인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온천천의 텃새가 되어간다.
어느 날 온천천을 따라 사무실에서 집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어서 다가갔더니
흰 뺨 검둥오리 한쌍이 새끼 병아리를 품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몸을 숨기고 둥지를 틀 장소도 마땅하지 않은
이곳에서 오리 가족이라니! 대견하고 반가웠다.
며칠 후 아침
집에서 사무실로 향하던 온천천에서 다시 오리 가족을 만났다.
작은 병아리들이 물길따리 요리조리 잘도 헤엄을 치고
오리부모는 새끼들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었다.
동시에 한 가지 암울한 인간들 행위가 눈에 띄었다.
개천을 따라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는 근로자들이
오리가족이 사는 서식지까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의 잡초를 제거하면 오리둥지가 드러날 것이고
어떻게 고양이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까?'라는 걱정을 하면서
이 인근에는 제작 잡초제거를 하지 말 것을 소망하며 사무실로 향했다.
지시받은 대로 잡초는 정리되었고
이후 며칠 동안 오리가족을 볼 수 없었다.
천적에게 눈에 띄지 않을 곳을 찾아 떠나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출근길에
제법 큰 새끼와 헤엄을 치는 오리가족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몹시 반가웠다.
하지만 즉시 병아리가 8마리에서 4마리로 줄어든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이 아팠다.
쉽게 주거지가 드러나는 온천천에서 생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죽어가는 새끼를 쳐다보며 애간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몇 번이나 겪었을까?
다음 날부터 4마리 새끼를 거느린 오리가족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후
새끼는 한 마리도 없이 먹이를 찾아 개천을 뒤적이는 오리 한쌍을 보았다.
가슴이 저렸다.
가족을 지키기가, 생존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일까?
온천천을 찾는 조류들을 위해 안전한 서식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들은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유영을 보면서 잠시 세상근심을 잊을 수도 있고
단아하고 우아한 백로와 부부의 정이 각별한 흰 뺨 검정오리를 보면 신기한 호기심과
즐거운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온천천에 자리 잡고 있는 조류들은
우리들에게 공존이라는 특별한 의미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