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탐방기 1
5성급 호텔에서 쉬는 것도 좋은 휴가 방식이다.
친구는 낮에는 꼼짝도 않고 방에서 쉬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호기심에 여러 곳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경험과 인식,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호텔에서 만난 캐나다인 러셀과 양곤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랩 택시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이 차욱타지 사원이다.
외관상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사원 안에는 신상이 66m나 되는 와불이 모셔져 있다.
보리수 밑에서 6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도를 닦다가 득도를 하시고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연약한 몸이 되어 옆으로 누워 계시다가 열반하셨다는
전설에 따라 만들어진 열반상으로 동남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불상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와상을 여러 곳에서 조성하고 있다.
며칠 전에 뽕나무 열매 오디를 따러 밀양 수산에 갔다가 들린 밀양 영산정사의 와불은
길이가 98m로 세계 최대 와불이라며 자랑스럽게 선전을 하지만
부처님만 덩그러니 누워 계실 뿐 신심을 가지고 예배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조잡하게 만든 티가 역력하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미얀마의 영혼이 깃든 황금빛 성지로 알려진 쉐다곤 파고다이다.
무료로 입장하는 현지인과 달리 외국인은 별도의 입출구를 통해
2.5만 짝 입장료와 미얀마 남자들의 전통 의상, 론지를 빌려 주는 댓가로 1만 짝을 추가로 지불했다.
론지는 미얀마의 일상복이자 전통의상으로 남녀가 모두 착용하는 원통형 치마형태의 옷으로
허리에 두르고 천의 양끝을 모아 묶는 방식인데 남녀의 착용방식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통이 좁고 길어서 다니기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제작방법이 간단하고
속에 아무것도 있지 않으면 시원할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쉐다곤 파고다를 방문하는 사람은 모두 론지를 입어야 하고
신발을 벗고 맨발로 경내를 걸어 다녀야 한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탑 중 유일하게 부처님 생전에 만들어진 쉐다곤 파고다는
2,600년 전에 처음으로 16m의 높이로 시작해서 수차례 중건을 거쳐
마침내 99.4m의 웅장한 파고다로 완성되었다.
여러 왕의 보시와 기증으로 모인 6만 kg의 금, 수천 개의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파고다가 장식되었고
탑 꼭대기에는 7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놓여 있다.
황금언덕을 의미하는 쉐다곤은 주탑 주위에 64개의 작은 불탑,
그 주변에 72개의 탑과 건물이 배치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은 양곤의 랜드마크로
미얀마인들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참배를 원하는 성지다.
대낮의 강렬한 태양열로 달구어진 돌바닥에 앉아서
더러는 햇볕을 피해 건물내부에서 파고다를 향해 앉은
미얀마인들의 간절한 기도를 부처님은 외면하지 않고 자비를 베푸시길 빈다.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만 에라도 평화가 깃들고 안전이 함께 하길.
씹는담배, 꽁야로 이빨이 붉게 물든 승려가 다가와
손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베트남, 중국, 태국식 부처님을 구분하고,
나라마다 부처님 머리형태가 달라서 길고 뾰족한 투구 모양의 태국방식,
소라처럼 둥글게 말린 나발 모양의 중국식,
삭발을 했지만 검은색으로 표현하는 미얀마 방식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태국, 중국인이 즐겨 찾는 법당이 따로 있다고 하셨다.
중국인이 매일 찾는 용 아홉 마리를 배경으로
가좌부를 틀고 앉아 계신 부처님 앞에 놓인 돌을 가리키며
돌을 머리 위로 들고 세 번 절을 하면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며 재촉한 후
스님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붉은 이빨을 드러낸 체
부처님께 기부하라며 손을 내밀었다.
스님은 그 돈을 받아 꽁야를 사서 씹을 것이고
어느 뒷골목 식당에 앉아 맛있는 무언가를 사 먹을 것이다.
국립박물관은 미얀마의 역사적 기록과 유물을 전시했다기보다는
과거 번성했던 한 때 수려한 손 기술과 각종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전시관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다양한 언어의 존재를 나타내는 종족별 언어 알파벳이다.
미얀마에는 버마족을 중심으로 135개 이상의 소수 종족이 살고 있는데 일부는 문자를 가지고 있다.
처음 미얀마 문자를 보았을 때 마치 특별한 디자인 패턴처럼 느껴졌다.
돈의 금액을 표시하는 숫자도 전혀 구분할 수 없어서 현금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미얀마에는 버마족을 중심으로 137 개이상의 소수 종족이 살고 있고
107개의 언어가 사용되는데 그중 몇몇 종족은 문자를 가지고 있다.
고대 상형글자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미얀마어는
우리말과 같이 주어, 목적어, 동사 순으로 나열되고 억양이 상당히 부드럽게 들린다.
하지만 글자 모양이 둥글둥글 반복되고 트임 위치만 조금 달라서 구분이 쉽지 않고
특히 3개의 성조를 가지고 있어서 성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배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스페인이나 중국의 집권자들은
자신의 힘과 위력을 드러내기 위해서 크고 화려한 궁전을 짓거나 금으로 된 가구와 식기를 사용했다.
미얀마의 과거 집권자들은 어떠했을까?
넓은 지역을 지배하고 호령을 하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역시 지배자로서의 위엄과 절대 권력의 상징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로서는 접근하거나 소유하지 못할 무엇으로 자신들을 신격화했을 것이다.
제작기간이 수년은 소요될 것 같은 화려하고 복잡한 복장과
섬세하고 복잡한 문양을 가진 목재 가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절대 권력을 표시한 것 같다.
큰 건물이나 황금집기는 갖지 못하더라도 가난한 소국의 집권자들은 자신의 권력으로
옷을 짓고 목재가구를 제작하라는 명령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으리라.
부락민들은 절대 권력자 밑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권력자들의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관복과 집기들로 인해 감히 근접 의도조차 말살되었으리라.
먹고 입는 것조차 힘들 백성들은 권력자들의 학정을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