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립 민족촌을 찾아서

양곤 탐험기 2

by 이재영

미얀마 소수 종족 중 여덟 개 종족의 전통가옥과 생활문화를 재현해 놓은 국립 민족촌을 찾았다.


미얀마는 전체 인구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다종족인 버마족이 지배하고 있다.

137개의 소수 종족 중 카인족, 카친족, 카야족, 친족, 문족, 라카인족, 그리고 신족 등

대표 종족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 언어, 풍습과 문화를 가지고 있고

종교조차 다수 종교의 불교, 소수 종교의 기독교와 힌두교가 서로 얽혀 있다.

2012년에는 무슬림 소수파인 로힝야족과 다수 불교도 간의 폭력사태 발생으로 수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민족 간,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미얀마 정부는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10여 개의 주요 소수 종족 반군들과

휴전협정 체결을 통해 안전한 정국 유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미얀마 동남부 지역에 살고 있는 카인족 등은 종족 국가 독립을 위해 무장단체를 결성했다.


국립 민족촌 입구, 중앙탑에 오르면 민족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여러 민족이 모여 한 국가를 구성한 미얀마는 민족이 다양한 만큼 그 문화도 다양하다.

국립 민족촌(National Races Village)은 미얀마의 문화와 종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민족촌은 구획을 나누어 종족별 가옥을 재현하고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다.


목재가 가옥의 주재료인 것은 공통점이나

가옥의 형태는 종족에 따라 단층 구조와 이층 구조로 구분된다.

이층 구조는 기둥을 사용하여 집을 허공으로 띄워 이층에 주거공간을 만들고

그늘진 일층 빈 공간은 더위를 피해 쉬거나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사용한다.


단층 구조의 친족 가옥
카친족 가옥과 전통 복장. 그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문양과 색체


종족에 따라 가옥 내 공간 배치는

한 지붕아래 가족 전부가 사용하는 하나의 넓은 공간을 갖는 구조,

간단히 몇 개의 방으로 구분하는 구조,

심지어는 거실을 별도로 구분해 놓은 현대식 주거공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가옥도 있었다.

카인족의 가옥은 이층 사각형 기초 위에 배치된 기역자 구조 사이 빈 공간에

의자를 배치해서 현대식 테라스처럼 사용하는 것과

야자수잎이나 마른풀 등으로 지붕을 덮지 않고 활엽수 잎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목재 주거 공간 내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는 데는 화재 발생의 위험이 따른다.

이들은 집 내부에 진흙을 두껍게 바른 공간을 마련해서 불이 가옥을 태우는 것을 차단한다.


문족은 특별히 음악을 좋아하는 듯 고급스럽고 정교한 악기들이 놓여 있다.
활엽수 잎으로 지붕을 인 카인족 가옥. 물고기를 잡기위한 어구와 불을 지피는 화덕


주로 대나무를 사용하는 다른 동남아 전통 가옥과 달리

이들은 공통적으로 굵고 넓은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당시는 목재를 얇게 켜는 도구와 기술이 없었을 텐데...

재현 과정에서 장기간 보존을 위해 잔가지, 대나무와 굵은 풀줄기 대신 목재를 사용했다면

엄청난 오류를 범하는 것이고 종족들의 문화를 왜곡시키는 실수를 범하는 것인데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모르겠다.


양곤 중앙 철도역

양곤 시외곽을 순환하는 철도를 타기 위해 중앙 철도역으로 달려갔다.

역 대합실은 별도로 보이지 않고 매표창구는 있으나 표를 팔지 않고

기차 타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육교를 따라 걷다가 플랫폼 입구를 지키고 있는 젊은 군인에게

매표소가 어딘지 물어보았으나 외국인이 어색한 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낡은 기차가 대기하는 플랫폼 중간의 작은 매표소 직원의 요구에 따라

러셀과 나, 2 명의 가격으로 만 짝짜리 지폐 몇 장을 뒤지고 있는데

옆 아주머니가 천 짝짜리 지폐 두장을 빼내 주었다. 1인당 250원도 안 되는 돈.



달랑 낡은 객차 1대만 양곤 중앙역을 출발해서 인세인 역을 향해 달렸다.

역간 간격은 채 1km도 되지 않은 듯 기차는 자주 서서 사람을 태우고 뱉어낸다.

기차 안에서 씹는담배 꽁야를 만들어 팔고, 노란 망고와 망고스틴도 판다.

신발을 신지 않은 어린 딸과 상고머리 아들과 함께 탄 부부는

사람키보다 큰 재활용 비닐 뭉치 몇 개를 객실 내부로 끌어당겨 구겨 넣었다.

손톱에 바른 파란 페인트가 뜯겨나간 소녀가 잠에 빠져 있고

낡은 청바지와 흰 와이셔츠를 입은 아주머니가 연신 수건으로 땀을 닦아 내는데

얼굴이 닿은 수건은 노랗게 물들어 있고, 와이셔츠는 땟국물에 저려 있었다.

기차가 정차하면 졸던 사람도, 외국인이 신기한 듯 바라보던 꼬마도 자신들의 목적지에서 내리고

한 무리의 다른 승객들이 탔다.

나이 든 승무원이 단 한 차례만 기차표를 확인할 뿐 중간에 타고 내리는 승객의 표는 확인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200원 남짓하는 표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인력 낭비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700만 명이나 되는 양곤 인구에 일자리가 귀하니 그 역할이라도 맡겨야 될 지도?



인세인 역에 내리자 역대합실로 가는 길옆 담벼락에 걸쳐 있는 간이 사다리가 보였다.

대합실을 경유하지 않고 사다리를 이용해서 담을 넘어가

철로를 가로지르는 좁고 낡은 육교를 따라 인세인 전통시장을 향했다.


미얀마 길거리 바닥에는 시뻘건 자국들이 많이 보여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꽁웨이라고 불리는 팜 잎사귀에 흰 석회질 액체를 바르고

빈랑나무 열매 조각, 감초와 계피 등을 첨가하여 돌돌 말아서 파는 꽁야는

미얀마인들이 씹고 뱉어 버리는 대중적인 기호품인 씹는담배의 흔적들이다.

상쾌한 느낌과 각성효과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중독성이 있어서 인기가 높다. 기차 안, 길거리, 시장 등 어디서나 팔고 있다.

치아가 검붉게 물들고 암을 유발하는 유해요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끊지 못한다.

동남아 일부, 중국, 대만, 남미 등지에서 빈랑 열매를 씹고 뱉는데

대만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구강암으로 사망한 경우가 있어서 금지물품으로 지정했지만

근절되지 않았다.


기차안, 길거리와 인세인 시장통에서 파는 씹는 담배, 꽁야


야채, 생선, 닭과 옷, 학용품과 잡화 등을 파는 시장 내 다닥다닥 붙은 가게들를 짧게 둘러보고

망고, 용과와 망고스틴을 조금 산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가격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 듯

시장 과일가격이 호텔옆 프라쟈 쇼핑몰에서 사는 가격과 거의 비슷했다.

망고 하나에 1,800 짯, 한국에서의 가격에 비하면 30%도 안되지만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미얀마산 망고가 베트남산 망고에 비해 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인세인의 서민들이 찾는 길옆 로칼식당에서 마라탕, 국수를 주문했다.

해산물, 어묵, 옥수수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마라탕은 푸짐하고 얼큰해서 맛있었고

닭고기를 넣어 볶은 국수는 크림소스 파스타처럼 구수했다.

음료수 2개를 포함하여 우리 돈 8천 원으로 두 사람이 맛있게 먹었다.

쉐다곤 파고다를 찾아간 날에도 샨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물 오징어 숙회, 양념 타이거 새우, 야채볶음과 계란 볶음밥을 주문해서 먹었다.

다 입맛에 맞고 맛이 좋은데, 가격조차 착하니 여행자로서 만족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항아리. 열대기후에 갈증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는 서민들의 공통된 행동


미얀마는 아열대의 나라로 물인심이 후하다.

손수건을 휴대하지 않아 땡볕아래 걷는 동안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지 못하고

민족촌에서 받은 팜플랫으로 얼굴을 훑어내려 땀을 제거했다.

식당이나 가게 앞에 물항아리를 두어 목이 말라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물을 마시게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기부문화에 익숙한 미얀마인들의 정 깊은 인간미에 감복한다.

거리에서 미얀마인들의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과 눈길을 맞추며 미소를 띠는 모습은

고개를 숙이거나 외면해 버리는 베트남과는 전혀 다르다.

미얀마 사람들은 친절하고 온화하고 부드럽다.


인세인에서 양곤강을 따라 보타타웅에 이르는 수상버스를 타보겠다는 계획은

배 운항 정보 부족과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로 실패하고 말았다.

식사를 마치고 1시 20분에 배를 탈 수 있는 여객선 터미널은 매우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

양곤강이 흐르는 강 쪽으로 걸어갔다.

구글맵을 켜서 가까운 부두 Jetty를 향해 걸었다.

터미널은 보이지 않고,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현지인은 인근에 여객선 터미널이 없다고 했다.

수년 전에 작성된 여행 블로그의 정보에 따르면 인세인에서 2시 30분에 여객선이 출발한다는데

이미 그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낯설고 주변에 그럴듯한 시설물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빈터에서 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양곤강의 수상버스 운행 여부를 알 수 없다.

어디에서도 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여객선 터미널을 찾기 위해 잘 포장된 강변도로에서 벗어나 강가 이면도로를 따라 걷다가

미얀마의 가난한 서민들이 도로를 따라 얽기 설기 집을 짓어 살아가는 주거지를 볼 수 있었다.

도심에는 비록 낡았지만 포장된 도로와 반듯한 건물이 즐비해서

여느 국가에서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지만

이들의 실상 거주지는 비참하다.


함석과 나무, 천으로 겨우 비를 피할 정도 수준으로 허름한 작은 집을 짓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가족이 함께 산다.

어쩌면 하루 세끼도 다 챙겨 먹지 못한 수도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물이 빠지지 않아 긴 나무조각을 깔아서 간신히 다니고

쓰레기와 오물을 아무렇게 버려 악취가 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간다.

'외국인이 이곳에 왜 왔지?' 빤히 쳐다보는 눈길이 부담스러웠다.

이들이 살아가는 비참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조차 송구했다.


개인 GDP가 세계 160위인 이들의 가난을 누가 구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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