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꽃정원을 찾다.

쑤언흐엉 호수 한 바퀴 걷기

by 이재영

달랏 도심 중앙에 위치한 쑤언흐엉 호수는 '봄의 향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문 '춘향'을 베트남어로 발음하면 쑤언흐엉이다.

둘레가 5km, 면적이 25만 제곱 km인 인공 호수 주변에는

잘 가꾸어진 소나무숲, 정원과

레스토랑과 작은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호텔 근처 대전 이발관을 들러 마사지를 받은 후

작은 도시인지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쑤언흐엉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작정이다.


두리안 또 먹고 싶은데, 호텔 엘리베이트 내부에 붙은 두리안사진에 크게 X표시를 해 놓았으니 내 방으로 가져갈 수가 없네.


호텔에서 호수까지는 1km 남짓 걸어가는 사이에

두리안만 파는 가게, 손바닥보다 큰 타이거 새우와 갑오징어를 파는 어물가게를 지나

야시장 인근 식당에 들러 쌀국수 범보를 시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베트남 쌀국수도 퍼, 분, 미, 미엔 등 다양한데

각기 국물, 면발, 면색깔, 고명 등이 달라서 종류별로 맛이 다르다.

한국에서 맑은 국물에 닭이나 돼지고기, 숙주나물과 향채, 쫑쫑 썬 쪽파를 넣어

시원한 맛으로 먹는 후띠유는 중국에서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번에 먹은 범보는 소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에 레몬, 고추, 생선소스 느억맘을 이용해

만든 국물에 선지, 쇠고기, 얇게 저민 머리고기 절편과 각종 야채를 곁들여 먹었는데

짬뽕같이 얼큰해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


호수길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 주변 잔디밭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연인이 분명해 보이는데 말없이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커플들,

목욕탕 의자에 앉아 꼬치구이를 주문해서 먹고 있는 사람들...



호수 주변에는 유럽풍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고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풍경이 있고

말이 끄는 마차에 관광객을 태운 모습과

유유자적 낚시를 즐기는 한가로움이 있다.


도심 한 중심에서 여유로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환상적이다.

하루 전날이나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집 근처 호수 큰 나무그늘아래에서 앉아 낚싯대 1대 달랑 드리우고서

온갖 세상의 근심을 떨쳐버리고 오직 찌 한 곳에만 집중하는 완벽한 스트레스 해결법.



처음에는 고기 한 마리라도 잡으려나 의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낚싯대도 부실해 보이고 떡밥 미끼는 시원찮아 보였고

그중에는 훌치기한다고 여기저기로 릴낚시를 날리지만

어느 한 사람 고기를 낚아 올리는 사람이 없었다.

긴 시간 걷노라니 한 두 명씩 호숫가에 앉아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마침내 한 사람이 끌어올리는 물고기 크기가 월척 사이즈를 넘어섰고

그 옆에서 릴대를 이용해서 훌치기하는 사람도 바로 물고기를 걸어 올렸다.

훌치기의 연거푸 3번 성공과 3, 40cm의 물고기 크기를 보고서

햇볕에 얼굴을 새카맣게 태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이유를 알았다.

반듯한 얼굴과 복장을 한 소수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남루한 모습들이라

이들은 취미로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쑤언흐엉 호수를 찾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리고 역시 낚시는 포인트가 중요하고 큰 물에 큰 고기가 산다는 것은 진리라는 사실.



초승달 모양의 호수 끝 자락에 붙어 있는 달랏 꽃 정원

예쁜 꽃과 호수, 다양한 분재와 조형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연중 봄의 도시답게 꽃들이 넘쳐났지만 화려한 장미와 절정의 수국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점심때 걷기 시작해서 어둠이 내려앉는 즈음에 도착한 람비엔 몰에서

돼지갈비 바비큐 2대, 닭다리 1개, 초밥 1세트와 옥수수 음료를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마지막으로 인근 야시장에 들러 한치 한 마리를 15만 동에 구입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구운 한치가 맛은 있는데 그 가격은 베트남 물가에 비해 너무 비싼 게 아니냐?

8천 원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징어 한 마리 살 수 있는 돈인데.


저녁이 되면 갈 곳없는 달랏사람들이 람비엔 광장에 모여들고, 노란색 건물 아래 쇼핑물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호텔에 와서 샤워를 한 후 살펴보니

하루 16,273 걸음, 12.4km를 걸었다.

오늘 밤에는 잠 한번 잘 자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