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들에 관한 관찰기
달랏은 서늘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택에 다양한 농산지로 유명하다.
달랏 근교의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채소, 꽃, 과일은 베트남 전역으로 공급되고
일부는 해외로 수출한다.
각종 야채와 열대과일 외에 딸기, 감, 체리, 대추 등
아열대 나라에서 보지 못한 과일도 흔하다.
우리나라 밖에서 처음으로 곶감을 먹었고, 작은 사과만 한 대추를 먹어 봤다.
달랏에서 재배하는 다양한 농작물 중에서 처음 보는 품종이 있어서 소개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워 '숲 속의 버터'라는 별명을 가진 아보카도는 둥글다는 것이 상식이다.
여행을 하면서 큰 참외만 한 아보카도는 본 적이 있으나 호박처럼 길쭉한 모습은 처음 봤다.
(과육에 비해 씨앗이 매우 크서 실망인데
망고, 잭 푸룻, 리치, 람부탄 등 대부분 열대과일의 씨앗이 큰 이유는
오랫동안 죽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씨앗에 영양분을 많이 비축하기 때문이란다.)
제주도에서도 생산되는 용과는 붉은 과육 또는 흰 과육에 까만 씨앗이 흩어져 있는데
붉은색 과육의 용과가 더 달고 맛있다고 한다.
그동안 껍질이 붉은 색인 용과를 보아 왔었고 노란색 용과는 본 적이 없다.
붉고 단단한 껍질 속에 많은 씨앗을 감싸고 있는 노란 과육의 패션 후르츠는
철분, 아연 등 좋은 영양분과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제가 풍부하여 찾는 이가 많고
건강에 좋은 음료로도 개발되어 인기가 높다.
먹을 때 씨앗이 톡톡 터지는 소리도 재미있다.
여태껏 붉은색 껍질 패션 후르츠는 보았으나 노란색 껍질은 본 적이 없다.
달랏 야시장은 밤이 되면서 갈 곳이 마땅하지 않은 현지인과 외지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주로 저렴한 중국산 옷과 현지에서 생산한 말린 야채와 과일을 판다.
야시장을 둘러보노라면 제한된 상품만 반복 전시되어 있어서 곧 지루해질 수 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다가 신발 모형(크록스)의 풀빵과
암탉의 노란 알집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눈에 띄어 한 컷 찍었다.
끝내 알을 놓아 병아리로 부화시키지 못하고
처연히 눈을 감고 있는 암탉의 모습이 애처롭다.
호텔 방에 비치된 심이 없는 두루마리 화장지는 어떻게 벽에 걸어 둘까?
화장실에서 비데대신 수도꼭지로 물을 분사하는 동남아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기 연결이 안 되는 곳에 비데를 설치할 수 없고, 전기세도 들고
고장이 잦은 비데는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수도꼭지 하나 설치하면 추가 비용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국 고대 전설 속에 나오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상.
조선시대 한양의 최고 명당자리에 세운 경복궁이 재건 과정에서 불이 자주 났다.
풍수지리에 의해 경복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관악산이 불의 기운이 강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혀지지
경복궁 앞에 해태상을 두어 왕궁의 화재와 재앙을 막게 했다.
오늘날에도 우리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 해태상이 세워져 있다.
마음을 가다듬어 항상 경계하며
정의의 편에 서서 법을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의미를 포함했으리라.
베트남에도 해태상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알고 있는지
호텔 앞에 재앙을 막고 행운이 찾아오길 기원하는 해태상을 세워 두었다.
광화문 앞 해태상은 큰 뿔이 달린 머리에 부리부리한 눈, 큰 코와 입, 늘어진 귀가 달렸고
비늘로 된 몸체, 날개 같은 깃털이 달린 다리, 감아올린 꼬리와 크고 둥근 발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둥글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반해
베트남 해태상은 큰 뿔과 날카로운 발톱, 잘 발달된 이마,
작은 눈에 큰 입을 가지고 정면을 향해 앉아 있다.
전체적으로 친근미보다는 무서운 느낌이 강하고
해태상 가슴 부위와 두 발사이에 또 다른 작은 해태상을 새겨 둠으로써
날카로운 사방 경계로 일체의 재앙을 막아내야 한다는 단호함을 표시한 것 같다.
베트남 속 중국의 영향은 해태상뿐 아니라 실제 생활과 문화, 언어까지 깊숙이 미친다.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 붙어 있는 경고 표시판에
중국어가 일상 베트남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있었다.
'Chu y - Caution',
베트남어 Chu y(주의)라는 단어는
중국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동일한 발음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
호텔 인근에 절이 있어서 둘러보았더니 절 이름이 관음사.
중생의 소리에 귀기우려 고통을 들어주고 구제해 주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절이다.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구제 원력을 기리는 사찰 입구에 관세음보살상이 서 계시고
정작 법당에는 결가부좌 상태로 두 손을 겹쳐 놓은 선정인 자세한 부처님이 모셔져 있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모두 중생의 고통스러운 소리를 듣고 구제해 달라는 기원은 같을 수 있으나
동일한 이름을 붙인 것은 신기하다.
달랏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고 베트남 전역에서 보이는 공통점이다.
베트남 건물의 전면이 좁은 이유는 과거 봉건 왕조시대에 건물 전면의 넓이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 역사적 배경과 전통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의 비싼 땅값과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필요해지면서 일반화되었다.
베트남인들은 돈을 벌면 길가에 전면이 좁은 건물을 3, 4층 규모로 짓고
1층에서 쌀국수, 껌땀 등을 파는 식당이나 찻집을 직접 운영하거나
야채와 과일, 고기 등을 팔아서 돈을 번다.
위 층은 원 룸, 투 룸을 지어 임대료 월 25만 원에서 40만 원을 받고 임대를 준다.
1층 식당, 찻집은 불도 켜놓지 않아 컴컴한 곳이 많은데 하루 종일 얼마나 벌까? 만은
베트남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어느 한 공간도 놀리지 않고 한 시간도 쉬지 일한다.
스파에서 일하는 마사지사는 1주일에 7일, 오전 9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한다.
이들의 부지런한 근성이 바로 베트남의 빠른 성장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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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의 청명한 날씨 속에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며칠간 잘 쉬다가
이제 다음 목적지 다낭으로 출발하기 위해 달랏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