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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20. 2020

홍콩으로 보내 주마

홍콩, 마카오 첫 번째 이야기

1841년 홍콩섬을 점령한 영국은 아편전쟁의 승리로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차지했다. 1898년 7월에 구룡반도의 북쪽 신계지역을 9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맺어 서울 크기의 1.5배에 해당하는 홍콩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7월 영국의 대처 수상은 신계지역과 홍콩섬, 구룡반도를 중국에 넘겨주었다. 영국은 새로운 50년간 홍콩 스스로가 자치국가로 통치한 후 중국에 귀속한다는 일국양제(한나라에 두 개의 정치체제)를 요구했다. 이로서 홍콩 시민은 중국  본토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홍콩의 최고 통치자인 행정장관은 친 중국 인사로서 홍콩 시민과 정부 사이의 범죄인 인도 법안 충돌의 중심에 서 있다. 폭력이 난무하는 대규모 시위로 홍콩이 여행하기에 위험한 곳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전혀 위기감을 느낄 수 없었다. 사전 집회 신고와 집회구역 내에서의 데모로 일상 시민의 생활에는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고 있었다. 시위지역을 우회하면 그만이다. 전체 홍콩은 평화롭고 여전히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2019년 8월 여행 시점)


낡은 건물 뒤로 보이는 빌딩이 단일 빌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 몇 해전에 5조 5천억에 거래가 되었다고. 악!!!

홍콩은 바다와 접한 산언덕 비탈의 좁은 면적에 낡은 건물과 고층 빌딩이 함께 공존하는 밀집된 도시이다. 소시민이 사는 높은 지역까지 언덕을 오르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에스켈레이터 중간쯤에 내리면 홍콩의 소호거리를 만나게 된다. 미국의 소호를 본떠 만든 이곳에는 분위기 있고 예쁜 카페, 레스토랑, 바, 골동품점과 작은 갤러리 등 홍콩의 독특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고미술품과 좁은 골목에 늘어서 있는 패션 가게와 뒤 골목의 낡은 맛집에서 은근히  친밀감을 느낀다. 특히 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에그타르트를 파는 집 앞은 소문 듣고 찾아온 이들로 북적된다. 영화 중경삼림의 촬영지였던 미드레벨을 중심으로 이 골목 저 골목 개성 있는 가게를 찾아다니는 많은 한국의 젊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빅토리아 피크를 오르는 피크트랩을 타기 위해서는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다른 선택으로 나는 차를 타고 올라갔다가 트랩을 타고 내려왔다.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552미터에 우뚝 솟아 있다. 한 때 홍콩 항구를 드나드는 화물선의 항도 지표에 불과했다. 지금은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비해 시원한 이 곳은 부호들의 피서지가 되었다. 1868년 총독 리처드 맥도널이 여름 별장을 지은 후 현재는 홍콩 최고의 부촌으로 개발되었다. 멋진 집들이 수 천억 원 이상 호가해서 대부호들만 사는 부자촌으로 서민들은 살 엄두를 못 내는 곳이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홍콩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홍콩의 명승지로 인정을 받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130년  이상의 긴 역사를 담고 있는 트램을 타고 피크에 올라가  보는 것이 홍콩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6개의 해저터널과 수많은 뱃길로 홍콩섬과 구룡반도가 이어져 있다. 오백 원 남짓한 요금으로 페리 보트를 타고 10분 만에 두 지역을 빈번히 오가는 것이 홍콩 시민의 일상이다.


홍콩섬 거리엔  온통 명품 가게가 즐비하다. 빌딩 전체가 명품거리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내 눈에는 포대 자루 같은 옷들인데 이것도 명품이라고?  거리를 지나는 남자들은 다 그렇고 그래 보이는데, 여자들은 한결같이 무엇인가 조금 달라 보이는 명품 옷들을 입고 있는 듯하다. 외지에서 여자들이 홍콩에 들러 명품을 사고, 루이뷔통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 여자들에게 홍콩이 쇼핑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졸부가 된 일부 중국인들이 혼수나 돌, 환갑 등의 기념일에 kg단위 황금을 선물로 주고받는다. 그들은 황금을 유난히 좋아한다.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 침사추이에 있는 스타의 거리로 가는 도로 양쪽 길은 온통 명품 가게  일색으로 채워져 있다.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의 주요 고객은 역시 중국인들이다. 농사짓던 땅이 개발되면서 보상금으로 받은 여러 동의 아파트 임대와 부동산 투기로 졸부가 된 그들은 유독 명품을 좋아한다. 중국인 사이에는 자신의 엄마 외에는 전부 가짜라는 말이 오간다.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 탓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콩을 자주 찾는다. 그들은 가게 앞에 줄을 서서라도 진품이라고 믿는 명품을 사려고 든다. 명품 가게 앞 긴 줄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다. 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구매하면서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그들이 이상하다.


홍콩에서는 부자들이 하도 많아서 VIP 대접을 받으며 돈 행세를 하는 구조는 아예 기대할 수 없다. 최고급 아파트 월 임대료가 2억 8천만 원, 억 단위의 고가인 비취색 작은 옥반지, 도심지의 좁은 무덤터 관리비가 연 4천만 원, 50억 원이나 한다는 자동차... 상상하기 힘든 부자들 틈 속에서 소시민들은 고달픈 삶을 이어간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산허리로 올라가 7평, 12평짜리 아파트를 임대해 산다. 7평짜리 아파트 월 임대료 200만 원. 국민소득 4만 5천 불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은 엄청난 빈부격차 속에서, 홍콩의 화려함 뒤에서 극도의 부와 가난한 삶의  차이를 느끼며 남루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저녁 식사를 위해 한인 교포들이 즐겨간다는 주가장이라는 로칼 식당에 들렸다. 홍합과 바지락 볶음 맛이 칼칼하고, 전복찜은 싱거웠다. 새우와 소시지를 넣은 볶음밥이 입맛을 돋웠다. 제법 현지 한인도 많고, 홍콩 시민도 많은 것을 보면 현지인에게만 알려진 맛집이 틀림없다.


'별들이 소곤 되는 홍콩의 밤거리'는 화려한 홍콩의 야경을 묘사하는 글귀다. 매일 밤 8시에 펼쳐지는 홍콩의 레이저쇼 'Symphony of Lights'를 보기 위해 침사추이 전망대에 올랐다. 관광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고 다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구름에 가려서 레이저 쇼가 영 신통치 않다. 부산 광안리 바다에서 펼쳐지는 불꽃쇼같이 화려하지도, 싱가포르 센토사섬 같은 스토리를 담은 분수쇼와 레이저쇼 같이 신기하지도 않았다. 밋밋했다. 우리들 예상과는 달리 관광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홍콩 전체 수입의 10%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니 홍콩 정부에서 매일 밤  레이저 쇼를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은 시간을 맞춰 이곳을 찾는다.



홍콩의 명물 2층 버스를 타고 몽콕 야시장을 갔다. 야시장은 관광객이 넘쳐 났다. 짝퉁 제품이 판을 치고, 물건 흥정 시 80% 이상을 깎아야 한단다. 지난번에 중국 계림에서 샀다가 잃어버린 부채를 사고 싶었다. 시초가는 160불. 15불을 외치고 돌아서니 상인은 20불을 부르며 발길을 잡았다. 결국 바람 잘나고 튼튼한 부채를 20불(3천 원)에 샀다. 보통 관광객들은 골목골목 찾아다니며 짝퉁이나 홍콩을 대표하는 아이템들을 사고, 모퉁이 맛집을 찾아다닌다. 난 짧은 시간 그저 시장 분위기만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약국에 들러 목이 따갑고 아플 때 먹는 캔디 스트랩실과 근육통, 편두통 때 바르는 백화유를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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