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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21. 2020

마카오에서 관광지는 유혹의 미끼

홍콩 마카오, 두 번째 이야기

한국 영화 '도둑' 마지막 장면에서 전지현이 빌딩에서 떨어지는 신을 구룡 하버 글랜드 호텔에서 촬영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이 묵는다. 영화 촬영지로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호텔 옥탑에 있는 야외수영장에서 여유롭게 홍콩을 바라보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꾼다.

구룡 하버 그랜드 호텔 탑로프에 있는 수영장은 전지현이 나온 영화 '도둑'의 촬영 장소

1층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호텔 앞바다와 접한 도로를 따라 가볍게 산책을 했다. 바닷가 옆 잘 정돈된 공간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파륜공 기체조로 건강을 유지하시는 어르신들,  여유로운 풍경이다. 수영을 하며 바다를 가르는 진기한 모습도 보였다. 옷을 넣은 방수 자루와  슬리퍼를 어깨에 맺고 유유히 바다 위에 떠 수영을 즐기는 기인. 홍콩에는 아침 운동으로 바다를 가르는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단다. 도대체 몇 km를 헤엄쳐 나가는 걸까? 지칠  모르고 일정한 호흡과 패턴으로 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

바다 수영과 조깅으로 아침을 여는 홍콩 시민

아무런 구매욕구를 느끼지 못하면서, 구매능력도 없으면서 명품거리를 거닌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남자에게 유일한 액세서리인 시계 가게를 둘러보다가 딤섬으로 유명한 북경루로 향했다. 만두소 육즙이 맛있는 샤오롱빠오는 언젠가 상해 예원 앞 남상 만두 전문집에서 줄을 서서 먹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탱탱한 새우 속살이 맛있는 하가우,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 있는 함소이꼭, 게살 당근 부추 등으로 속을 채워 바싹 튀겨 나온 춘권, 돼지고지와 새우를 넣고 관자를 얻어 찐 슈마이, 돼지고기 바비큐를 넣은 챠슈바오, 달콤한 노란 앙꼬를 넣은 쇼우타오빠오... 오랜만에 잘 갖춘 맛있는 딤섬으로 점심을 먹었다. 홍콩의 점심은 저녁식사에 비해 비용이 절반 값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홍콩에서 특별히 먹고 싶으나 가격이 비싸 부담이 된다면 점심시간에 시도하는 것이 현명하다.


식사 후 항구로 가서 마카오로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홍콩에서 마카오까지는 배로 1시간 남짓 걸린다. 두 섬을 잇는 도로가 만들어졌다고 하나 우회도로라 시간이 더 걸려 배를 선호하는 편이란다.


마카오도 홍콩과 유사한 역사를 지녔다. 두 도시국가가 오랜 기간 유럽 열강의 식민지로 수난을 겪은 점과 한 국가 내 두 정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홍콩은 유럽풍의 흔적을 찾기 어려우나, 마카오는 곳곳에 유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포르투기는 56만 명 마카오 시민 중 단 2%만 사용하는 언어이지만 마카오의 공식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실 생활에서 사용한다기보다는 법원이나 관공서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 쓰인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 과목이라 필수 언어로 대우받는다.


유럽 해양국가들이 대항해 시대를 열 무렵인 1513년에 포르투갈은 처음으로 마카오 어귀에 배를 정박했다. 1553년 중국과 정식 교역을 맺은 후 활발한 무역거래를 해오다 마침내 포르투갈은 1888년에 마카오를 식민지로 귀속시켰다. 오랫동안 통치해 오다가 1999년 2월에 중국에 완전히 반납했다.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유럽풍의 건물과 광장이 마카오 곳곳에 남아 있다.


마카오 역사지구 내 성 요한 성당은 그 대표적인 건물이다. 몇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성당 정면의 석조 외벽만 남아있다. 성모 성천 교회의 5층 구조 외벽에 새겨진 조각들은 삼위일체, 성령, 생명과 사망의 문 등의 신앙적인 교훈들을 가득 담고 있다. 산 위에 요새라는 의미를 가진 몬테 요새는 영국, 네덜란드 등 그 당시의 열강으로부터 점령지 마카오를 지키기 위해 1626년에 완성되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요새를 지키기 위해 설치된 수 십 문의 대형 대포들을 볼 수 있다. 명과 청의 교체기에 쳐들어온 네덜란드 군대의 화약고를 명중시켜 포르투갈 주둔군보다 숫자적으로 6배가 넘는 네덜란드를 한 번만에 격퇴시킨 역사적 위용을 가진 대포들이다. 높지 않은 요새이지만 낙후된 마카오 도시의 모습과 중국과의 경계를 볼 수 있다. 바로 코앞 바다 건너가 중국 땅이다. 인근에는 1587년에 도미니커 예수회에서 세웠다는 성당이 복원되어 있고, 좁은 세나도 광장을 둘러싼 수십 개의 유럽풍 건물까지가 마카오 관광의 핵심 구역이라 할 수 있다.

성 요셉 성당 앞에서 세나도 광장까지의 좁은 도로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


몬테 요새에서부터 성당 앞 광장까지의 짧은 거리까지 관광객이 넘쳐난다. 등이 떠밀려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쿠키와 육포를 파는 상인들이 관광객을 부르며 호객행위를 한다. 사람들과 언어가 마구 뒤섞이는 복잡한 거리. 어정쩡한 마카오화된 포르투갈 음식과 기념품,...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만한 매력적인 요소는 결코 될 수 없다고 본다. 홍콩에서 배로 1시간 거리, 가로와 세로 각 5km 정도의 좁은 면적이라 당일치기로 관광을 마칠 수 있다는 점과 본인이 가 본 관광지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는 이유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카오 시민은 오래된 거주지에 살면서 화려한 호텔과 건물에서 일을 한다. 낡은 아파트를 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겉치레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중국인의 습성 탓이기도 하다. 카지노로 벌어 들이는 돈으로 마카오의 국민소득은 연 8만 5천 불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매년 마카오 정부는 시민들에게 기본 소득으로 상당한 금액을 개인에게 지급한다.   


관광객을 불러 모우는 아이템 하나는 233m 마카오 타워 위에서 번지 점핑을 하거나 61층 야외 공간에서 Sky Walking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233m 점프 다이빙을  하려면 빨간 티셔츠를 받아 입고, 로프 강도 조정을 위해 손등에 자신의 몸 무게를 적어야 한다. 3초 정도의 자유낙하를 즐기기 위해서는 60만 원의 거금을 내야 한다. 나는 용기가 없어 번지점프 다이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만한 돈이 없을 뿐이라는 변명을 해야겠다.

마카오 타워에서 즐길 수 있는 스카이 워킹과 번지점프 다이빙은 여간한 담력으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익스트림 스포츠라 할 수 있다.
58층 실내 전망대에서 마카오와 중국 본토를 내려다본다.

마카오 관광의 끝판왕은 House of dancing water 쇼 관람이다. 한 번에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높이 20m, 수심 8미터의 전용 원형극장쇼는 8 ~ 20만 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그 비싼 값을 톡톡히 해낸다. 물을 배경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입체적 무대와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교와 능력, 정교한 계산과 연출 등 상상력을 뒤엎는다. 시작 장면부터 공연 내내 한 장면 한 장면이 우리를 탄복하게 한다. 지상 최대의 쇼라 할지라도 지나치지 않는 표현이다. 중국의 여러 곳에서 즐긴 장예모 감독의 송성강무쇼, 최근에 본 브로드웨이 공연 라이온 킹 등 지금껏 경험한 온갖 공연을 넘어 선 이번 공연은 나의 경험 수준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젠 한 동안 아무런 공연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날 대구에서 먹은 기막힌 민물장어의 맛으로 인해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먹는 장어의 맛을 잃어버리게 한 것같이. 이 쇼 하나가 마카오의 부족한 관광과 맛을 다 보상하고도 남는다.

태양의 서커스를 못 본 분들은 반드시 봐야 할 코스이다.  

중앙무대로 사용되는 수영장에서 치솟은 십 수 미터의 배에서 펼쳐지는 곡예와 다이빙을 관람객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다들 얼이 빠진 듯 감탄과 환호성만 지를 뿐이다.  
오토바이가 몸을 비틀어 하늘을 돌고, 무희들이 공중제비하며 수영장으로 뛰어든다.


마카오는 밤이 낮보다 아름답다. 도박 도시답게 호텔과 카지노 건물의 조명이 화려하다. 도심의 밤거리에는 도박에서 돈을 잃어버린 관광객들이 맡긴 값비싼 명품들을 되파는 전당포 가게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마카오 최초로 도박장을 연 레스보아 호텔에 여장을 풀고 카지노로 향했다.

마카오 카지노의 테이블은 기본 배팅이 높다. 한도 금액을 정해 놓고 홀짝 게임 바카라 테이블에 앉았다. 승률은 반반. 자본이 무한한 자가 이기는 게임이다. 나는 이기는 쪽을 택한다. 잃었다 땄다를 반복하는 판에는 모두 잃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지만 승자는 승자를 부르는 법이다. 처음에는 제법 이겨서 칩을 몇 개 쌓았다. 따면 같은 금액을, 잃으면 두배의 금액을 걸어 원상회복을 노렸다. 아! 결국 한정된 금액을 가진 나는 몇 판만에 거덜 났다. Bankrupt. 깨끗이 손을 털었다. 복기가 불필요하다. 그냥 운이 부족했을 뿐이다. 옆 테이블에서는 Banker가 열 번 이상 연속적으로 나왔다. 내가 앉았다면 제법 코인을 많이 쌓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앉지 못한 것 또한 오늘 운이 좋지 못했을 뿐이다.



호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할 작정이었다. 욕실 안 샤워 부스에는 개인적 사우나 시설이 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사우나하고 오늘은 샤워만 할 작정으로 수도꼭지를 찾았는 데 사용법이 묘하다. 온도를 맞추고 물을 틀어야 하는데 하나의 버튼을 돌리고 다른 버튼을 눌러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작동을 하지 않았다. 할 수없이 호텔 스텝을 호출했다. 잠시 후 도착한 호텔리어는 간단히 버튼을 위로 치켜올렸고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제법 크고 동그란 버튼을 위로 치켜올릴 생각을 왜 하지 못 했을까? 그리고 왜 사우나 시설 사용법을 꼼꼼히 읽지 않았을까? 대충 읽고 고정된 관념으로 일처리 하는 것으로 이미 몇 번 낭패를 보지 않았나. 순간 부끄러웠다.


어쨌거나 샤워를 마쳤고, 사진 몇 장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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