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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28. 2020

하이난의 야경은

중국 하이난, 첫 번째 이야기

하이난섬은 타이완섬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중국인들의 휴가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중국 최 남서쪽에 위치하고 동서 300km,  남북 180km으로 제주도의 18배 크기, 인구 930만을 가졌다. 1월은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로 시기적으로 겨울에 속해서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해서 휴양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동남아처럼 붐비지도 않고 음식도 입에 맞고, 원하면 해양스포츠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망고스틴, 체리, 망고 등 열대과일을 싸게 사 먹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침 일찍 호텔 옆 재래시장에 가서 한 1주일 먹을 수 있는 망고를 샀다.

하이난의 대표 과일, 망고

섬 전체에 심은지 십수 년밖에 되지 않은  망고나무가 즐비하다. 가는 곳마다 다양한 품종의 망고를 파는 가게가 있다.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탓인지 동남아 망고에  비해  맛이 많이 떨어진다.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는 나무에서 갓 따온 노랗게 익은 망고를 자르면 과즙이 줄줄 흐르고 꿀맛같이 달고 향긋하다. 이곳에서는 푸른 망고를 따서 판다. 좀 덜 익은 과일을 따서 판매하는 중에 숙성이 되어서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원체 망고를 좋아하는 지라 왕창 사서 호텔에 갱겨두고서 하루에도 몇 개씩 잘라먹었다.  


호텔 로비에 장식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목공예품.

중국의 호텔은 크고 화려한 편이다. 아침 일찍 깨어나 호텔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고 돌아와 호텔 로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을 때, 나무뿌리로 만든 목공예품들 몇 개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았다. 자유롭게 부풀어 오른 나무뿌리를 가공하여 꽃과 잎으로 연출하여 새로운 나무 형상을 만들어 냈다. 고목의 밑둥치를 다듬어 배추로 조각했다. 중국인은 부자와 같은 발음이 나는 배추로 장식하기를 좋아한다. 푸른 옥으로 조각한 배추를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편이다. 모두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4m나 되는 거대 고목의 뿌리로 공작의 펼친 꼬리깃을 표현하고 가운데 2마리 공작새를 조각했다. 그리고 호텔뿐 아니라 가게 앞 등 여러 곳에 귤나무가 화초처럼 놓여 있었다.   

보기에는 우리나라 금귤 같지만 맛이 시고 떨어서 먹기에는 부적당하다. 실내에 비치하는 장식용으로 가꾼 귤나무다.


대동해 비치의 길고 넓은 해변은 많은 관광객들을 다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하다. 햇빛은 따갑지만 이곳 주민들에겐 추운 겨울이라 느껴지는 건지 해수욕장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었다. 나무 그늘에 앉자 잡담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간혹 러시아인들도 눈에 띄었다. 애완견 대신 작고 귀여운 애완 돼지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크기가 작고 핑크색 피부톤을 봐서 애완용으로 특화된 품종으로 개발된 것 같다.

대동해 비치에는 애완용 돼지가 살고 있다.

수영복을 가져갔으나 차마 바닷물로  뛰어들진 못했다. 대신 긴 해변가를 따라 잘 조성된 야자수와 나무데크로 된 가게 벤치가 이방인의 좋은 휴식공간이 되어 주었다. 이곳도 스마트폰 한 개 달랑 들고  머리 모양을 괴상하게 꾸민 1인 VJ들이 유튜브 중계에 열심인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유튜브는 자본주의에 눈뜬 젊은 이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야자수 그늘 아래 여러 개의 즉석 요릿집에 있지만 눈팅만 하였다. 사방이 바다에도 불구하고 랍스터와 킹크랩이 비싸서 먹을 시도를 하지 않았다. 킹크랩 500g이 8만 원이나 한국의 꼭 2배다.


중식당에 들러 몇 가지 요리를 시켰다. 동북 요리라 하는데 향채는 들어가지 않고 기름에 튀긴 것도 적고, 짭조름하니 우리 입에 잘 맞았다. 식당에 걸려 있는 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땀 한 방울이 모여 한알의 곡식이 된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고, 땀 흘린 농부들에게 감사하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야 시내 야경을 보기 위해 별빛투어  보트에 올랐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특이한 것이 없다. 불쑥불쑥 높이 솟은 호텔 빌딩과 산 능선을 이용해 다양하고 이채로운 야경을 선보였다.

부다페스트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단일 조명으로 중세 건물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며 시종일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하이난 야경은 대표적 건물이 없는 산야를 단조로운 조명 대신 색의 조화와 역동적인 조명을 이용하여 호기심을 유발한다. 조명 색이 바뀌고 등장인물이 다양하다. 심지어는 한자 단어가 흐른다. 다음 색의 변화가 궁금해진다. 사슴과 열대어가 뛰노는 조명 다음에는 어떤 모양이 전개될 건지 궁금증이 일게 한다. 넓은 지역이라 불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역동적인 조명의 변화에 걸맞은 음악이 보태진다면 더 극적일 것 같다. 음악으로 바다를 덮을 수 없으니 조명 변화에 따라 배에서 음악을 블루투스로 내보내고, 관광객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가능할 것이다.

산야의 야경. 산 언덕이 조명등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호텔 앞에서 50위엔을 요구한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이의 제의를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제이슨 맥주광장으로 갔다. 택시비로 10위엔을 주었다. 광장 중앙의 무대를 중심으로 테이블이 즐비하고, 광장 주변 음식점 종업원들이 호객행위를 했다. 수제 맥주에 곁들여  요리를 시켜 식사도 할 수 있다. 기름진 식사로 배가 꺼지지 않아 꼬치를 시켰다. 오징어, 문어, 양꼬치, 삼겹살... 잘 구워져 나온 꼬치가 입에 맞았다. 역시 이 동네에서는 꼬치를 먹어야 돼.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몇몇 음악 멜로디가 내 귀에 익숙하다. 노래를 마친 러시안 뮤지션이 무대를 떠나면서 제이슨 광장의 흥겨움도 어둠에 묻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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