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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n 30. 2020

하이난, 원숭이섬

중국 하이난, 세 번째  이야기

원숭이 섬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으로 하이난의 시골 풍경이 들어왔다. 해바라기가 피었고 장미밭이 길게 뻗어 있다. 넓은 채소밭 틈 사이로 첫 모내기를 막 끝낸 논들이 군데군데 끼어 있다. 동남아 열대기후라 일 년에 쌀농사 삼모작이 가능하다. 많은 논밭과 낮은 구렁에는 키 작은 망고나무들이 즐비하다. 맛있고 모양 좋은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종이봉지를 씌운 망고가 자라고 있었다. 망고에 종이봉지를 싸운 것은 처음 본다. 하이난이 관광지로 변한 십수 년 전부터 논밭에 망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벼나 채소를 심는 것보다 농부들에게 망고가 더 큰 돈벌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를 따라 수백 미터 단위로 망고를 파는 가판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망고 수확시기인 모양이다.


차창밖으로 높은 아파트가 자주 눈에 띄었다. 국가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옛 집 대신에 아파트를 지어 국민들에게 무료로 배분해 준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국민의 보편적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시골에도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계획적인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많은 저항세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집하나 마련하려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헤아리고 있는가?


원숭이섬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케이블 카를 타거나 배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면 발아래 펼쳐지는 수상가옥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물고기 인공양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삭도를 타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파아란 하늘과 바다가 조화롭다.

다른 방법으로 한 5분 배를 타고 섬에 내려 버스로 바꿔 타고 가는 것이다. 본 섬과 원숭이 섬의 거리는 한 150m 남짓하다. 단순히 생각하면 짧은 거리인지라 다리로 쉽게 이을 수 있을 것 같다. 왜 안 하는 거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다리를 건설하는 막대한 비용 부담과 원숭이 공원 입장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경우를 생각했을 것이다. 차를 타고 공원 입구까지 와서 3만 원이나 되는 입장료를 내고 별구경거리가 없는 곳을 들어갈 것인가?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최종 판단을 했을 것이다. 케이블 카나 배를 타는 재미가 붙여져서 그나마 묘미를 더해져 관광객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경우에도 테마파크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호수를 배로 건너거나 트레일러를 타는 재미를 덧붙이고 있지 않는가.


섬에는 귀엽고 예의 바른 원숭이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겁게 해 준다. 크기도 작은 편이라 위협적이지 않고 무례히 물건을 낚아채지도 않는다. 한 곳에서는 원숭이 쇼가 펼쳐치고, 염소가 외줄을 탄다.

지난번에 필리핀 보홀에서 봤던 안경원숭이가 생각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성체가 되어도 15cm에 불과하다. 귀한 생명체라 한 마리에 한 명씩 보호자가 안경원숭이를 지켜 서서 관광객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 4명과 함께 하이난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리기 위해 푸싱제 거리로 나갔다. 3층 쇼핑건물과 액세서리 골목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중국이라 몇 가지 진기한 것이 있는 법이다. 그중 작은 꽃무늬가 무수히 박혀 있는 돌을 다듬은 펜던트가 신기했다. 어떻게 돌 속에서 이런 모양이 피어날까? 자세히 살펴보니 꽃들이 산호 속의 물순환 통로같이 보였다. 산호석이군. 하이난에서 기념이 될만한 수석을 찾지 못했으니 이번 여행에서는 펜던트 하나 구입했다. 수석 대가에게 이 돌의 기원을 물어봐야겠다.

뚝 자른 돌 속의 무늬가 아름다운 산호석. 붓에 물을 묻혀 쓰면 진한 먹물같이 나타났다가 물이 마르면 흰 종이처럼 되는 무한리필 한자 연습장
돌 속에 진시한 풍경들이 숨어 있다. 신기하다.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푸싱제 맛집을 찾지 못하고, 다양한 꼬지를 끓이고 구워 먹는 꼬지 식당에 들려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또 아쉬워 다섯 명이 한 택시에 구겨 타고, 중국의 밤문화를 확인하기 위해 SOHO로 달렸다. 발 딛기 어려울 정도로 밀집 복잡한 공간 속에 중국의 젊은 남녀들이 바글바글했다. 자욱한 담배연기와 귀가 먹먹한  고음의 음악에 몸을 맡기고 괴성을 지르며 젊은 시간을 불태우고 있었다. 중년의 이방인들도 나이를 잊고 중국의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 노털의 등장으로 어쩜 분위기를 흐릴 법도 한데, 서로를 무시하고 제 기분에 취해 갔다. 난 이 분위기가 영 어색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청년들이 취기로 몸과 마음이 젖어가고 있었다. 가수들이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이 공간의 질서를 유지하고 가수를 취객으로부터 보호하는 가드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봤다. 확연한 격차. 흐느적거리는 자기 또래의 남녀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의 신분과 처지에 대해 이젠 비관을 넘어 체념을 한 듯한 표정으로 읽혔다. 이들 젊은 가드에게도 신분상승의 기회가 주어지길 기원했다. 자유경쟁을 도입한 중국에서도 빠른 창의적 생각과 도전이 이들의 사회적 위치를 변화시킬 것이다. 돈을 많이 벌기를 빌어 주었다.


늦은 시간에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로비조차 기본 조명만 남기고 소등할 정도로 늦은 시간이다. 아쉬웠던지 부부 한쌍이 자기들 방에서 한잔 더 하자고 청했다. 컵라면, 김, 망고를 안주로 새벽으로 치닫는 시간까지 술잔이 오갔다. 술 한잔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끝까지 남는다며 칭찬이 아닌 말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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