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Jul 01. 2020

하이난, 리족은 삥랑 빌리지에서 맥을 잇는다

중국 하이난, 마지막 이야기

중국 소수 민족 중 하나인 리족의 전체 인구 130여만 중 대다수는 하이난 섬에 살고 있다. 이들은 산야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삥랑 빌리지라고 불리는 대규모의 민속촌을 만들었어 함께 산다. 자신들의 풍속을 알리고, 집단생활을 통해 고유의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그동안 본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 마을 중 규모와 행사 진행 측면에서 당연 최고이다. 조금 어설프고 부족한 연출로 전통문화의 전달이 퇴색해 보이지만, 이들의 생존 전략은 매우 높다.



   *** 참고로, 인구 250여만 명인 중국 내 조선족은 소수민족 중 형편이 좋은 편에 속한다. 중국으로 관광 오는 한국인을 가이드하거나 한국에 가서 일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 가이드는 조선족 3세로 주로 길림성, 흑룡강성이 고향이다. 장가계, 계림, 북경, 상해 등 한국 관광객이 찾는 도시에 일시 거주하면서 안내와 통역을 담당한다. 계절과 성수기에 따라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돈을 번다. 중국도 배달 문화가 발달해서 객지에서 일하면서도 연변 등으로 김치나 고향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고향 음식으로 객지의 고달픔을 이겨 나간다. 더러는 고향 부모님께 자녀를 맡기고 부부가 함께 관광가이드로 일을 해서 조기에 경제적 안정을 꾀하기도 한다. 일부는 자신들의 휴가를 이용하여 한국에서 돈 벌고 있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의 강압을 피해 중국이나 만주로 이주한 그들의 할아버지가 주로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이다. * **


삥랑 빌리지 입구

원래 삥랑이란 리족이 일상으로 입에 넣어 씹고 뱉는 열매를 말한다. 오래 씹으면 입안을 빨갛게 만들고 환각효과를 준다. 마치 남미 안데스 주민들이 눈물과 허기를 잊기 위해 씹는 코카잎을 연상케 한다.


리족의 여자들은 조혼 풍습이 있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 알려주는 도안으로 손과 발에 문신을 하고 얼굴에도 검은 문신을 한다. 결혼을 했다는 증표이다. 외부 침입자의 외침 시 이방 남자들로부터 부인을 지키기 위해 흉측하게 위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초기엔 나무껍질을 통째로 벗겨  옷을 만들어 입었다. 점차 닥나무 속껍질을 쪼개고 쪄서 긴 실타래를 만들고, 엮어서 의류와 장식품을 만들어 갔다.
리족의 다양한 도안과  수작업으로 직조하는 기술이 놀랍다.

리족은 도안 기술의 천재다. 나무, 물고기, 동물 등 다양한 사물을 단순 형상화한 도안은 현재의 시각에서 보아도 세련되고 아름답다. 옷감과 건물의 장식에 활용한다. 마을 내에서 문신을 한 어르신들이 전통 직조술을 선보이고 있다. 정교한 솜씨로 만든 옷, 가방, 스카프 등이 비싼 값으로 팔린다. 연세가 들었어도 부락 내에서 한 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신다.

건축물 기둥에 새겨진 다양한 도안
검은색과 붉은색이 주류를 차지하는 전통 복장을 현대 의상으로 디자인하였다.  일반인에게도  잘 어울릴 만큼 세련되어 보인다.


빌리지는 전통가옥과 자연이 잘 어울리도록 조성되었다.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동차를 운영한다. 리족 주민들은 저마다 민속공연에 어울리는 야자수 잎으로 모자를 만들고, 주먹만 한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직접 공연을 하고, 과일과 꼬지 등 간식을 파는 매점에서 일하는 역할을 맡아 리족 전통 유지에 기여한다.

매점에서 파는 다양한 밥과 전. 파인애플 밥이 별나 보이고, 찌짐은 우리나라 전과 비슷하다.
리족의 전통 약방. 풀뿌리, 나뭇가지, 열매, 차 등 옛부터 내려온 민간 치료요법들이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판매도 가능하다.


빌리지 내에서 우연히 눈에 띄인 나비. 아열대 기후가 영향을 주었든지 무늬와 칼라가 너무도 화려하고 예쁘다.


삥랑 빌리지는 소수 민족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함께 모이고,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외부에 자랑스럽게 보여야 한다. 일본 북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인구는 2만 5천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아이누의 민족적 정체성과 언어는 거의 소멸되고 는 실정이다. 홋카이도에 조성된 아이누 민속마을은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마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전통문화의 계승이 아니라 사라지는 민족을 기억하는 작은 박물관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미국에는 310여 개의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다. 아메리카 토착민이 사는 지역이다. 인디언 부족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미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힘든 삶을 살며 자신의 전통을 잃어가고 있다. 마약에 찌들고 피폐해 가는 인디언의 삶을 종종 영화에서 본다. 중국의 51개 소수민들도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중국 내 소수 민족의 빌리지에 들리면 그들은 함께 뭉쳐 있고, 그들 나름의 고유문화가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특히 자신의 언어를 잊지 않고 있으며, 한자로 중국어가 통일된 이후에도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고 보존한다. 언어야 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어가는데 가장 중요해 보인다.... 리족 삥랑 빌리지의 성공은 좋은 사례다.   

        

랑 빌리지 방문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다. 중국에 왔으니 뭔가 흉내를 내기로 했다. 석이버섯과 목이버섯 말린 것 하나씩 샀다. 항공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사지를 받고, 짧은 토막잠을 자다가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내 거주지로 돌아왔다.


음식과 문화와 사람들을 모두 잊고 새롭게 충전된 기운으로 내 본업에 충실하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하이난, 원숭이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