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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08. 2020

부산 윤산, 진달래 꽃을 즈려 밟고

4월 어느 봄날

한두 번 스태퍼를 하는 것이 하루 운동의 전부이다. 고작 100번, 200번 계단 오르듯 스태퍼를 밟을 뿐이다. 먹고 움직이지 않으니 확찐 자가 되어 간다. 소화되지 않아 더부룩한 배도 꺼지게 하고 갑갑해진 심신도 달랠 겸 윤산을 오르기로 했다.


산 초입 벚나무는 어느새 꽃잎을 다 떨궜다. 코로나가 세상을 얼어붙게 하고 시간을 멈춘 듯 하지만 여전히 만물은 숨 쉬고 질서 속에서 변화한다. 코로나는 다만 인간만을 구속할 따름이다. 공공장소뿐 아니라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던 습관에 따라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못한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충분한 산을 오르는 동안만큼은 마스크 착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맨입의 나를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벚꽃은 지고 말았지만 윤산의 봄은 곱게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와 무관하게 자연은 탄생,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야생화가 피어나고 메마른 나뭇가지에서는 새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그 아름다움과 자연의 순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누가 보든 안보든 상관없이 각자 제 색깔과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다.             


까치가 가랑잎 사이에 내려앉자 싱그러운 봄을 희롱거린다.


윤산 정상을 향하는 계획과는 달리 발걸음은 오륜동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회동저수지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구 등 5개 구민들의 상수원인 저수지의 둘레길을 따라 걸을 작정이다. 허스키와 말티즈가 주인과 함께 윤산을 오르고 있다. 나는 그들이 출발한 곳을 향해 간다.


오륜동 회동저수지에 접한 땅뫼산 황토숲길. 반질반질하게 다져져 있는 황톳길이 잘 다듬어진  도자기 같다.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걸으니 황토의 좋은 기운이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지날 때쯤에는 함께 걷을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숨을 깔딱되며 오륜동 전망대가 있는 부엉산 정상에 올랐다. 167미터 낮은 정상인데도 이마에 땀이 흐르고 속옷이 온통 젖었다. 겉옷을 벗어 허리에 둘렀다. 땀을 식히고 가파른 계단을 빠르게 내려왔다. 무릎에서 느끼는 충격이 가볍지 않다. 노화의 증상인가? 무릎 보강을 위해 무언가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꽤 긴 시간을 걸어서인지 목이 말랐다. 손님이 줄어들어 오륜동 모든 가게들이 당분간 문을 닫을 것을 결의했다. 다행히 한 식당의 문이 열려있다. 물 한 모금  얻어 목을 축이고, 오륜대 마을을 거쳐 상현마을까지 내리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다. 운동부족...



오랜만의 외출, 콧구멍에 바람을 조금 넣었으니 또 한동안은 스스로 차단된 생활을 할 수 있겠지. 답답하더라도 이 광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잘 견디겠지. 누군가 우리 한민족에게는 자가격리의 DNA가 있다고 했다. 옛날 옛적 호랑이와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며 오랫동안 동굴에서 머물러 낸 결과 사람이 되었고, 우리의 시조 단군을 낳았다고 하는 그 기질을 우리 모두 타고 난 셈이다. 그러니 짧은 시간 격리를 못 참고 주거지를 이탈해서 이곳저곳을 다니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기.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코로나가 완전 종식될 때까지 조금만 더 조심하기.


저마다의 놀이 방법으로 자기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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