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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18. 2020

발리카삭 호핑투어

필리핀 보홀, 세 번째 이야기

세계 4대 다이빙 포인트로 이름난 발리카삭을 가기 전에 버진 아일랜드에 들렸다. 제주도 이어도처럼 바다 한가운데에 꽤 넓게 융기된 너른 터가 형성되어 있다. 썰물 때는 바닷물이 무릎 아래까지 얕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들리는 곳이다. 바다 위로 표출되는 것은 오직  나무  몇 그루뿐이다. 그림이 좋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 늘 그렇듯 해삼, 성게, 소라, 전복 등 해산물과 손가락 크기의 오징어를 숯불에 구워 파는 장사꾼으로 파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남해 창선교 다리 밑이나 삼천포 앞바다에는 빠른 물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기 위해 긴 장대로 죽방을 만들어 놓았다. 보홀에도 비슷한 방식의 고기잡이를 위해 장대를  꽂아 둔 곳이 여러 곳에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 고기잡이의 전진기지로 보이는 뗏목 건축물이 보이고, 작은 쪽배로 아슬아슬하게 고기를 낚는 어부가  눈에 띈다.


일렁거리는 높은 파도를 피해 발리카삭 섬 반대 편으로 배가 돌아갈 때 거북이 한 마리가 섬을 향해 유유히 헤엄쳐 나갔다. 역시. 섬을 돌아가니 파도가 잦아들었다. 준비해 간 내 눈에 맞는 도수의 수경을 끼고 잔잔한 바다로 뛰어들었다. 산호와 알록달록한 색깔의 물고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맑고 투명한 바닷속을 헤치고 나아가니 여태껏 수 미터의 수심이 갑자기 직벽의 낭떠러지로 변했다. 그 경계지역에는 작은 초록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한가로이 노고 있었다. 일부는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도 겁내지 않고 염탐하듯 내 주변을 돌아다녔다. 짙푸른 직벽 밑 바다는 끝이 보이지 않아 아득했다. 해저 7, 8m까지 잠수한 스킨 스쿠버가 숨을 크게 내쉬면서 만든 풍선보다 더 큰 공기방울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섬에서 일정 거리까지는 얕은 수심을 이루다가 좀 더 나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직벽을 만나게 된다. 물빛이 달라 그 경계가 뚜렷하다. 다이빙과 스킨 스쿠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다이빙을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산소 탱크를 짊어지고 직벽 밑으로 20m, 30,  40, 50m까지 내려가면서 거북이와 대형 만타 가오리를 만나야 했는데. 어쩌면 상어까지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예상과는 달리 발리카삭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적었다. 보홀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 찾는 이들이 적어 보인다. 발라카삭 섬에도 리조트가 있는데 한 두체에만 사람이 거하는 흔적이 보일 뿐이다. 번잡하지 않은 한적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한가로이 해변을 산책할 수 있어서 내겐 오히려 좋았다.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 뛰어들어 바닷물로 저려진 수경과 수영복을 헹구고 열기로 달구어진 몸을 식혔다. 짧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 스티븐 킹 소설을 펼쳤다. 그제야 활자가 눈에 익기 시작하고 내용이 머리에 그려졌다. 스티븐 킹은 영락없는 이야기꾼이다. 작가는 64살에 이 소설을 쓴다면서 모든 것이 유머스럽게 다가온다고 술회하는 것을 읽으면서 '나도 단편 소설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이 나이에 얘기거리 하나 없을까?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책을 읽다가 6시가 되어 지프니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역시 꼬치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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