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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Feb 25. 2024

‘이젠 알 것 같은데...’의 무한 반복

이야기에 경험을 담는 건 어떤가요? (6)

아이들의 경험을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매우 무책임한 말입니다. 경험을 읽어준다는 건 정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험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그 경험의 당사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해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빈센트’라는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이젠 알 것 같아요.

당신의 정신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또 얼마나 자유로워지려 했는지를

사람들은 알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1) <Don McLean의 Vincent>


2019. 7. 10.


이젠 알 것 같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이젠 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일까요? 이젠 정말 알고 있는 걸까요? 사실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타인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양 알게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젠 알 것 같은 순간이 반복되긴 합니다. 그땐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코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의 반복!


이젠 알 것 같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다시 이젠 알 것 같고... 또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또다시 이젠 알 것 같고...


어떤 현상을 정말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정말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항상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주 절망적이진 않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경험의 누적을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임종을 앞두고 있던 할아버지를 만나고 오던 길에 4살짜리 아들이 엄마에게 했던 말입니다.


“사람들이 아파서 할아버지처럼 죽으려고 하면 누가 총으로 쏴주나요?”하고 물었다. <중략> 그 아이는 좀 더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마 약으로 그 일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Matthews, 2013: 47쪽)


그 아이는 죽음을 앞둔 말이나 소를 총으로 쏴서 죽이는 장면을 보았을 수도 있고,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으니, 할아버지의 현재 상황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자기가 겪었던 또는 들었던 경험을 대입해 보는 게 가능했을 것입니다




Matthews, G. (2013). 아동기의 철학: 타고난 철학자인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다. (남기창 역). 서울: 필로소픽.




1) Vincent의 영문 가사: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ll liste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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