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에서 메단, 메단에서 부킷라왕으로 가는 여정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인도네시아’ 에 가겠다고 하고선 첫 목적지를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잡은 이유를 (여행 일정을 잡은 장본인인) 나 자신도 막상 잘 설명하기가 어렵다. 즉흥적인 내가 그 순간 뭔가에 또 꽂혀서 이런 결정을 했겠지만 본격적 여행준비 중에는 일정이 짧더라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결국 두 나라를 여행하게 된 셈이었기에 귀찮은 일들이 여럿 발생했었다. 뒤늦게 후회해봤지만 티케팅은 되어있고 이미 늦은일이었기에 페낭이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페낭은 장기 여행의 연착륙을 위한 도시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해주었다. 좋은 숙소와 이국적인 음식들, 세월의 역사를 지닌 건축물 옆에 적당히 크고 번화한 쇼핑몰, 휴양지 느낌이 물씬나는 바투페링기에서의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아! 이게 동남아 여행의 맛이구나!’ 경험하게 해주기에 좋은 도시였다.
이제 드디어 인도네시아로 간다.
바투페링기의 호텔을 레이트 체크아웃하고도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공항에서 한참이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메단 공항을 나오자마자 ‘아, 진짜 이제 여행이 시작됐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단 영어안내가 보이지 않는다. 영어로 물어도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 치는 사람들 뿐이다. 영어 소통이 안되는거다.(아! 말레이시아는 얼마나 여행하기에 쉬운 도시였었나!!) 늦은 비행을 한 아이들은 피곤에 쩔었고 공항에서 인도네시아 핸드폰 유심을 구매해야 하는 미션은 밤이 늦어 실패했고 심지어 호텔에 미리 부탁한 픽업 기사는 나타나지를 않는다. 배낭을 멘 등 뒤로 땀이 쭉 흐르는 것 같다.
10시가 다 된 시간에 겨우 공항 근처의 호텔(이라고 쓰여있었지만…)에 도착했다. 아고다로 예약을 할때 어쩐지 숙박비가 너무 싸다 싶더니, 방을 안내받았는데 방 양쪽으로 이층침대가 빼곡이 놓인 도미토리다. 다른 여행자들이 각자의 침대에서 커튼을 친 채 이미 잠들어 있을 시간, 이 작은 더블베드에 셋이 잘 수는 있을까를 재며 한숨을 쉬는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흥분했다. “엄마! 우리 오늘밤에 이층침대에서 자는거야?” “엄마 이 작은 방에 몇명이 같이 자는거야?” “엄마, 다른 침대에는 다 사람들이 자고 있는거야?” 혹시나 곤히 자는 여행자의 잠을 깨울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근대며 간단히 씻은 후 작은 침대에 셋이 구겨져 잠을 청했다.
1박 1만원 남짓했던 메단의 도미토리에서 조식으로 제공하는 빵도 든든히 챙겨먹은 뒤 미리 예약해둔 쉐어 택시를 타고 부킷라왕으로 출발했다. 우리 셋과 독일인 여행자 한명을 태운 택시는 5시간 가까이 포장-비포장 도로를 번갈아 달렸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여행자들은 ‘쉐어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길을 걷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여행사에서 예약하기도 하고 웹서칭으로 찾은 왓츠앱 번호로 문의 후 예약하기도 하는데 우리도 여러번 이용했다. 부킷라왕으로 가는 길이 첫 장시간 차량 이동 일정이라 아이들이 혹시 힘들어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어제밤 도미토리에서의 잠자리가 불편해 피곤했던 덕분(?)인지 아이들은 이동시간 내내 잠들어있느라 다행히 멀미나 투정없이 부킷라왕에 잘 도착했다. 부킷라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연 그대로인 날 것의 상태였다. 정글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마을 그 자체가 정말 정글이었다.
“You must be Mina!”
택시에서 짐을 내리자마자 여행사의 가이드로 추정되는 남자가 우리의 배낭을 집어 들었다. 긴 소개나 인사도 없이 둘째아이 손을 덥석 잡더니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앞서 걷는다. 그렇게 Dedi 를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