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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리 Nov 08. 2022

교회 vs 엄마의 생명성교육

“우리 교회에 이번 주말에 생명성교육이 있어요. 요즘 젠더이데올로기 교육이 심각하잖아요~ 어릴적부터 생명의 소중함, 성별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도 유럽처럼 될지 몰라요” 아이 친구 엄마이자 집앞 교회의 목사 사모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일요일에 아이를 교회에 보내라는 제안과 함께. “젠더이데올로기” “생명성교육”의 내용이 정확하게 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감이왔다. 반발심에 “주말에 아이들과 퀴어축제에 참여할거라 교회는 못가겠어요” 라고 하려다가 참았다. 


주말 아침 딸아이와 느긋하게 오전시간을 보내는중에 딸아이가 “오늘 일요일인데 교회라도 갈걸 그랬어” 라길래 “오늘 교회에서 성교육을 한다고 하길래 일부러 안보냈어. 엄마는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마와 아빠처럼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해 살지만, 여자와 여자 혹은 남자와 남자가 사랑할수도 있고 그들도 다른 나라에서는 부부가 될수도 있다. 그들이 대다수가 아닌 소수이기 때문에 비정상인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세상의 어떤 사랑도 모두 존중 받아야 하며 그 누구도 판단받지 않아야 한다” 9살 아이는 그 나이답게 “대다수가 뭐야?” “누가 왜 비정상이라고 하는거야?” 여자랑 여자가 결혼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야?” 이런 질문들을 했다. 아이와 이야기 끝에 내가 말했다. “유빈아, 엄마 어릴적에 누군가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참 좋았을걸……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다시 떠올랐다는 사실마저 놀라운 오래된 기억은 30년쯤 전 여중을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같은 반 친구 네다섯이 붙어다녔다. 그 중 한명이 무리의 다른 한명에게 러브레터를 받았다고 했다. 기분나빠했던 당사자와 그 편지를 돌려읽고 당황하고 어찌할줄 모르던 다른 친구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 멀어졌었다. 아니 그냥 일방적이고 의도적으로 무리에서 따돌렸다는게 맞겠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 친구는 그 뒤로 나와 눈도 잘 못 마주쳤던것 같다. 그시절 나에게 누군가 내가 오늘 딸아이에게 해줬던 말을 해줬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9살 아이에게 내가 오늘 한 말들은 어땠을까. 아이에게 편견없이 보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편견없는 인간인가, 그냥 지성인인척 하고싶은 어른은 아니었나 반성해본다. 아이와 앞으로 세상에 대해서 나눌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겠지. 그럴때 좀 더 당당해지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부끄럽지 않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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