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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리 Nov 08. 2022

오늘도 배우는 사람

사랑하는 유빈이에게


오늘밤 잠들기 전에 너는 매일 밤 하듯이 엄마한테 묻겠지. "엄마는 오늘 젤 재밌었던 일이 뭐야?" 라고. 그럼 엄마가 이렇게 대답할거야. "오늘은 아침에 수영갔던게 가장 재밌었어!"


엄마가 오늘 수영 수업에서 '잠영' 이라는걸 배웠어. 물 속 깊이 들어가서 물속에서 수영하는거야. 그런데 엄마는 그게 잘 안되더라? 물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자꾸만 물 위로 몸이 떠올라. 선생님이 엄마를 붙잡고 "위로 올라오지 말고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해요" 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물개처럼 슉 들어가서 한참이나 물속에서 수영을 잘하던데 말이지. 선생님이 점프를 했다가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수영장 벽을 발로 차면서 아래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박자가 안맞아서 헛발질을 하기도 하고 출발했다가도 이내 물위로 올라오지 뭐니. 그리고 내가 못하는 모습을 다른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어. 속상하기도 했지. 


그런데 이어서 "뭔가 새롭게 배우면서 잘 못하는건 당연한건데 이게 왜 부끄럽지?" 란 생각이 들었어. 엄마는 늘 뭔가 내가 다른사람보다 못하거나 뒤쳐지는것 같은 생각이 들때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었어. 혹시 유빈이도 그럴때 있니? 모든 것에 능숙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잖아. 누구든 새롭게 배우는것, 익숙치 않은것, 어려운 것들이 있고 그걸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오지. 미숙하고 실수하기도 하고 여러번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는 순간.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왜 엄마는 지금껏 그런 상황에서 부끄럽다고 생각을 해왔을까.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런 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기로 했어.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서 엄마 혼자 잠영을 연습했어.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팁도 얻었지. 아직 완벽히 잠영이 잘 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점프했다 벽을 발로 차면서 출발하는" 순서는 익힌것 같아. 아직 물속에서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건 안되지만 말이야. 그래도 '잠영' 이라는 걸 새롭게 배워서 재미있었어. 앞으로 계속하면 더 잘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그냥 영원히 잘 못할수도 있지만 시도 해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엄마가 오늘 유빈이에게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건 말이야. 유빈이가 앞으로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텐데 그럴때면 오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을수 있거든. 스스로 생각해도 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한 것 같이 느껴지고 말이야. 그럴때 "아, 엄마가 잠영 배울때 그랬지!" 떠올리고 새롭게 도전하는 유빈이 자신을 자랑스럽고 기특하게 생각했으면 해. 배우는 사람이 가장 멋진거야. 


온마음을 다해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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