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고 있다. 엄마가 청소를 한다고 창문을 열었는데, 눈이 녹은 자리에 새 순이 돋아나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봄이 오고 있다! 이불처럼 두툼한 눈밭을 뒹구는 것도 좋고,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봄은 반갑지. 산책을 나가기 한참 전부터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청소를 하는 엄마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공을 물어다 놓았다. 신난다, 신나! 엄마는 평소보다 훨씬 좋은 내 기분을 알아채고 슬쩍 창 밖을 바라보았다. 엄마도 봤죠? 들꽃이 고개를 내밀었죠? 봄이죠? 봄이 온 거죠?
엄마에게 붙들려 목줄을 매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나가면 뭐부터 하지. 싱그러운 풀 냄새를 좀 맡고, 어딘가에 있을 축축한 흙도 좀 밟고. 새로운 꽃씨가 날아와 싹을 틔우지 않았나 확인해 봐야겠다. 또, 또! 이제 슬슬 알프스를 찾을 하이커들을 위해서 길을 닦기 시작해야지. 친구들에게도 말해줘야겠다. 봄이 오고 있다고! 아, 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