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구성

by 이남희

젊어서 나는 이런 충고를 들었다.

“내용이 특이하면 스타일을 평범하게, 내용이 평범하면 스타일을 비틀어서라도 특이하게 가져가라. 둘 다 평범하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둘 다 특이하면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내러티브의 흐름을 좇아오기 어려워한다.”

별 특별할 것 없는 비결이라고 여기겠다 싶은 게, 2,500년 전 공자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남겼다.

“좋은 글은 문질(文質)이 빈빈(彬彬) 해야 한다.” 즉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빛난다는 것이다.

구성이란 바로 형식, 글의 겉모습을 설계하는 일이다. 내러티브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래선지 영화에선 관객들은 플롯을 보며 즐기지만 끝나면 스토리로 그 영화를 기억한다, 고 말하기도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플롯에 대한 정의는 E.M. 포스터의 것이다.

왕이 죽었다. 왕비가 죽었다…… 스토리이다.

사건 A + 사건 B + 사건 C ……

앞뒤 사건이 별 맥락 없이 이어진다. 사건이 생겼다. 또 다른 사건이 생겼다, 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그런 내러티브가 어디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17세기의 돈키호테나 18세기의 톰 존스 같은 초기 소설들은 그냥 이런 사건이 있었고, 저런 사건도 있었다는 식으로 내러티브를 엮어가는 경우가 흔했다. 지금도 가끔 과제를 받아보면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 털어놓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이런 일 저런 일 맥락 없이 늘어놓는 식으로 쓴 경우를 본다. 그럴 때 플롯을 고민하세요, 하고 말하게 된다. 플롯이란 사건들을 원인과 결과로 엮어 전체 맥락을 만드는 것이다.

2. 왕이 죽었다. 그 때문에 너무 슬퍼하다가 왕비도 죽었다. 플롯이다.

사건 A(원인) + 사건 B(결과)

앞의 사건이 원인이 되어(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결과 뒤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설정이다. 사건들을 원인과 결과로 촘촘하게 엮은 것이다.

3. 왕비가 죽었다. 아무도 그 원인을 모르더니 왕이 죽은 슬픔 때문임이 밝혀졌다. 미스터리 플롯이다.

포스터가 문학 이론을 강의했던 1950년대엔 미스터리 플롯은 주로 추리나 스릴러 물에 쓰였다고 한다. 그러다 현대로 오면서 정보가 넘쳐나게 되자 독자의 관심을 끌고 호기심을 유지하는 문제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이런 플롯이 일반적인 내러티브에서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

사실 주제와 소재가 알맞게 준비되었다면 다음은 작품의 외형을 고민하게 된다. 외형과 상관없이 통통 튀는 표현이나, 멋진 스타일, 깊은 성찰로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겉치장은 멋진 건물인데, 골조가 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 주제가 잘 정련되었고, 그에 맞는 소재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구성이 허약하면 그 내러티브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구성이란 주제와 소재를 살리기 위해 내러티브 전체의 구조를 설계하고 처음과 마지막을 통일하여 일관된 흐름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하자. 그는 시학에서 연극이 3막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후 내러티브는 3막 플롯을 기본으로 삼게 되었다.

도입→ 전개→ 결말

요즘 8단 구성이니 12단 구성이니 하는 것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으나, 사실은 3막 구조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3막 구조가 유효한 것은 사람의 사고 과정이 그렇기 때문이다. 뭔가가 관심을 끌면, 혹은 뭔가 궁금해지면 (도입) 알고 싶어서 들여다보게 되고 (전개), 그러고 나면 결론을 내게 된다. (결말) 아래 감정 곡선에 의지한 내러티브의 진행을 도표로 그렸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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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도입부에서 평온하던 감정이 내러티브가 진전됨에 따라 점점 고조되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절정부에서 최고조에 달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땐 중간 정도의 감정 표현, 언 해피엔딩으로 끝날 땐 감정이 바닥을 치게 된다. 내러티브 속에 이런 감정의 출렁임이 표현되지 못하면 읽는이를 끌어들이지 못한다.

하나 더 에세이는 결말이 깨달음이나 아이러니일 때 스마트한 것 같다.

깨달음은 도입부에서 A였던 사람이 전개부의 이런저런 일을 겪어 A’로 변하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그에 따라 정확한 방법을 확신하여 전개부에서 이런저런 일을 수행했는데 결말이 예상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명확한 목표, 정확한 방법을 확신하고 실천한다는 설정이다. 아닐지도 몰라, 세상에 확실한 게 어디 있겠어 하는 회의론은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한다.

1. 도입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단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어떤 것(사물, 사건, 인물, 현상 등)을 화제로 삼아서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그 전후 사정, 이유, 동기, 목적, 의의 등이 은근히 드러나면 좋다.

중요한 문제는 도입부에서 읽는이의 관심을 끌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내가 추천하고 방법은 하나의 장면을 선명히 그려볼 수 있게 써서, 읽는이에게 왜 그럴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들어가 앉으면 그다음이 궁금해지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2,000자 내외의 짧은 글에서는 대략 문단 한 개 정도의 분량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장면을 그리라고 하면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상세하되 간략하게 그리려고 해보자. 장면을 잘 그리려면 창작 노트에 시간, 장소, 인물, 제기된 문제나 갈등을 간단히 메모해본 다음 그에 맞춰 차근차근 쓰면 된다.

2, 전개

도입부에서 꺼내놓은 화제나 문제를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상세하게 보여주거나 분석해나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논리적인 글에서는 문제를 해명한다는 자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논거가 되는 소재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면 된다.

전개부야말로 글쓴이가 자신의 견문, 지식, 어휘력 같은 걸 자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고에선 전개를 긴장을 풀고 충분히 쓰자. 나중에 퇴고하여 작품으로 완성할 때 삭제, 수정하면 된다.

흔히 영화는 볼거리가 있어야 하고 글은 읽을거리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바로 읽을거리들이 등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개부가 알맞은 소재로 풍성하게 흘러갈 땐 그 작품의 볼륨에 감탄하게 된다.

3. 결말

지금까지 펼쳐온 이야기에 대한 최종적인 나의 판단, 인식, 전망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쓰면 된다.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할 말이 바닥난 기분이에요, 라는 질문엔 흔히 이렇게 대답하게 된다. 내 감상, 내 생각을 내놓는다는 자세면 충분해요.

에세이란 내가 본 인생, 내가 본 세상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강박은 버리도록 하자. 속에 든 느낌, 감상을 보여주면 충분하다.

논리적인 글에서는 자신의 논지를 요약하여 간결하게 제시한다. 또는 요점을 반복하여 주제를 강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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