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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niemo Aug 28. 2021

경영진을 향한 인사담당자의 두 가지 시선

 세련된 이별을 위한 세가지 제안

회사에서 퇴직관리를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들의 고심이 커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둔 경영진을 대하는 인사팀장님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먼저, 지난해 가을에 만난 <어느 인사팀장의 고백>을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힘든 꿈을 많이 꿉니다. 특히 늦가을 이맘때 심해져요. IMF 때 인사 업무로 일을 시작해서 10년 차 인사총괄팀장으로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의 퇴직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됩니다. 한 해에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몇십 분도 되는데 최근 점점 늘어나요. 전체 그룹사로 치면 임원만 해도 100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는 더 안 좋은 상황이 되겠죠.
오래 일한 동료이자 상사에게 퇴직 통보를 드리는 일이 참 힘듭니다. 그 마음이야 당사자만 하겠습니까마는, 소식을 전하는 저도 마음이 많이 아파요. 퇴직 통보를 바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짧게는 20년, 임원들이면 27, 8년 이상 오래 재직하신 분들이시거든요. 지금까지 일과 나를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던 분들이 신데 갑자기 회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 된 거예요. 얼마나 황당해요. 내년도 잘해보자 했는데 하루아침에 통보를 받으니, 대부분 충격을 크게 받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세요.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죠.
퇴사하시고 새로운 길을 찾으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 몇 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넘어서 내가 그분 인생을 꼬이게 했나 싶은 죄책감까지 들어요. 이제는 회사나 정책 차원의 대안이 있으면 좋겠어요. 퇴직 통보 이전부터 다양한 지원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A그룹 금융 계열사 인사팀장


그런데 경영진의 퇴직에 대해 모두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까요? 또 다른 인사담당 리더의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임원이 되는 일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력도 있으셨고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까지 오르셨지만, 솔직이 월급 많이 받으신 분들이에요. 성공하셨고 노후준비에도 큰 문제없으신 분들입니다. 요즘 들어 임원들도 퇴직하는 나이가 내려가면서 퇴직 대우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솔직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남들보다 나은 위치로 퇴직하시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도 무엇을 더 지원해드려야 하는 것인지 인사 담당자로서 사실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절에 그 영광을 다 누리신 분들이에요. 이제는 훌훌 털고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내어 주셔야죠. 인사팀에서는 현재의 조직운영을 제한된 인력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B그룹 유통 계열사 인사팀장


두 인사담당자의 의견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듯 보입니다만, 맥락이 크게 닿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적 차원에서의 역할과 퇴직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명 개인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인력관리, 특히 경영진의 퇴직은 조직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퇴직제도가 인사담당자 개인의 고충이 되지 않아야 하며,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인재의 마지막 행보를 살피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채용 중심의 성장형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지금, 우리 모두의 롤모델이었던 최고경영진의 퇴직을 위해 어떤 조직적 변화와 지원이 필요할까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현직부터 구상하도록

임원이 되자마자 퇴직을 생각하라니, 많은 사람들이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벌써 나갈 때를 계획하라고 하는지 황당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퇴직하고 뭐하세요?’ 이 한마디는 회사 내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임원이 되는 그 순간이 바로 퇴직이 가장 가까이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때가 퇴직 이후를 구상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지요.


임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과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 함께, 그 여정을 잘 마무리할 계획을 ‘구상’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하면 어떨까요? 그 과정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정말 불가능하기만 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회사를 나오게 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는, 회사의 현안과 조직적 책임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줄 것이라 믿습니다. 퇴직 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분들의 공통점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퇴직’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임원들의 90% 이상이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박수칠  떠날  있도록 

하버드경영대학원의 Bill George 교수는 <CEO들을 위한 은퇴 가이드라인>로 다음의 여섯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첫째, 강력하게 마무리하고 최고에 있을 때 물러나라.

둘째, 퇴직 1년 전에 커리어 코치나 상담 전문가를 만나라.

셋째,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와 충분히 대화하라.

넷째, 작별인사를 하고 깔끔하게 이별하라.

다섯째, 확실한 약속을 하기 전에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옵션을 탐색하라.

여섯째, 결정을 내렸다면 앞으로 나아가라.


지난 글 ‘박수칠 때 떠나려 해도’에서 사례로 든 골드만삭스의 전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 (Lloyd Blankfein)처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최고경영진의 이임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합니다. 이로써 리더의 부재로부터 발생하는 조직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조직 구성원에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며, 당사자인 퇴직 리더들에게도 최고의 존경과 예의를 다한 이별을 고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떤 기업에서도 이런 ‘당연하고 세련된 이별’을 구상하는 기업은, 최소한 제가 경험한 바로는 듣지 못했습니다.


리더의 퇴직이 조직 구성원 전체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퇴직을 맞이하는 리더들의 현재가 남겨진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체계적인 퇴직 제도와 실행 절차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새로운 역할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하도록

같은 연구에서 리더들이 퇴직 후 추구하는 새로운 역할로 다음의 8가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1.  Serve on corporate boards – 다양한 기업의 이사회 고문 및 자문역 수행

2.  Teach - MBA/임원 교육 등을 통한 지적 활동 수행

3.  Write books - 리더로서의 경험을 담은 저술활동

4.  Lead nonprofit organizations - 비영리단체 이끌기

5.  Join a private equity firm – PE 회사에서 투자기업 물색, 경영 지원 및 조언 등

6.  Create a foundation - 재단 설립

7.  Serve in government - 다양한 선출직 수행,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조언 등

8.  Mentor leaders - 스타트업 리더들의 코칭과 멘토링 등


https://hbr.org/2019/11/the-ceos-guide-to-retirement


이 역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한 회사에서의 역할을 넘어, 더 넓은 사회와 다음 세대를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리더들의 역량이 사회 전반적으로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리더들이 퇴직 후에 그저 따뜻한 날씨를 찾아 떠나고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을 남겨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퇴직 리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재취업’입니다. 개인마다 다양한 영향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약 80% 이상의 리더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찾는 것은 수평이동을 통한 ‘포지션 유지’였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으로서 퇴직한 후 만족할만한 포지션으로 재취업하는 가능성은 10% 미만이 현실이며, 이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가야만 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바로 이 질문에 진지한 답을 구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며, 사회와 다음 세대를 향한 리더들의 행보를 지지해 줄 수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저희도 그 길을 향한 작은 움직임에 함께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리더들을 위한 7대 뉴업 NEW-UP(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리더들의 퇴직플래너

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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