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이별을 위한 세가지 제안
“최근 몇 년간 힘든 꿈을 많이 꿉니다. 특히 늦가을 이맘때 심해져요. IMF 때 인사 업무로 일을 시작해서 10년 차 인사총괄팀장으로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분들의 퇴직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됩니다. 한 해에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몇십 분도 되는데 최근 점점 늘어나요. 전체 그룹사로 치면 임원만 해도 100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는 더 안 좋은 상황이 되겠죠.
오래 일한 동료이자 상사에게 퇴직 통보를 드리는 일이 참 힘듭니다. 그 마음이야 당사자만 하겠습니까마는, 소식을 전하는 저도 마음이 많이 아파요. 퇴직 통보를 바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짧게는 20년, 임원들이면 27, 8년 이상 오래 재직하신 분들이시거든요. 지금까지 일과 나를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던 분들이 신데 갑자기 회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 된 거예요. 얼마나 황당해요. 내년도 잘해보자 했는데 하루아침에 통보를 받으니, 대부분 충격을 크게 받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세요.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죠.
퇴사하시고 새로운 길을 찾으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 몇 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넘어서 내가 그분 인생을 꼬이게 했나 싶은 죄책감까지 들어요. 이제는 회사나 정책 차원의 대안이 있으면 좋겠어요. 퇴직 통보 이전부터 다양한 지원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A그룹 금융 계열사 인사팀장
“대기업 임원이 되는 일은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력도 있으셨고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그 자리에까지 오르셨지만, 솔직이 월급 많이 받으신 분들이에요. 성공하셨고 노후준비에도 큰 문제없으신 분들입니다. 요즘 들어 임원들도 퇴직하는 나이가 내려가면서 퇴직 대우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솔직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남들보다 나은 위치로 퇴직하시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도 무엇을 더 지원해드려야 하는 것인지 인사 담당자로서 사실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좋은 시절에 그 영광을 다 누리신 분들이에요. 이제는 훌훌 털고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내어 주셔야죠. 인사팀에서는 현재의 조직운영을 제한된 인력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B그룹 유통 계열사 인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