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벽과 작은 식물

무료함, 안정감 그리고 즐거움

by 이논

같은 색,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벽이 있다.

그리고 그 콘크리트 벽을 둘러싸고 있는

타일도 같은 모양, 같은 색을 띄고 있다.

견고하게 이루어진 이 벽은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무료함도 주었다.


안정감과 무료함이 공존하는 이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작은 틈을 발견했다.

작은 틈 사이에는

바람에 실려온 먼지, 흙이 쌓여있었고

그 자리를 빗물이 덮어

하나의 작은 터전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 날 작은 터전에 바람에 날려온

작은 씨앗 하나가 자리했다.

작은 씨앗은 흙을 움켜쥐며 뿌리를 내렸다.

비좁고 거친 벽 틈이었지만,

거기서 초록의 잎이 돋아났다.


무료함만 가득했던 벽은,

이제 작은 생명을 품은 작은 풍경이 되었다.

그 벽을 바라보는 나는 느꼈다.

무료함 속에서도,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자라난다는 것을.




나는 이 글을 ‘무료함’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해 썼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무료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처럼, 어느 순간 그것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무료함 속에만 머무르는 건 쉽지 않다.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 심심함이 깊어질 때,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나를 웃게 하는 친구, 무심히 즐기는 취미 같은 것들. 그런 순간들이 무료함 속에서 돋아나는 초록의 잎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쓴 글이 바로 ‘콘크리트 벽과 작은 식물’ 이야기다. 안정적이지만 무료한 벽, 그리고 그 틈에 자라나는 잎.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도 비슷하다. 안정감과 무료함이 공존하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즐거움들이 있기에 잘 버틸 수 있다. 언젠가 그 잎이 지더라도, 다시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울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 덕분에 나는 무료함 속에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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