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꺼지지 않는다
처음엔 그랬다.
모닥불을 지키려면
장작을 계속 넣어야 한다고 믿었다.
불이 약해질까 불안했고,
장작이 떨어지면 불이 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불이 이어지는 방식은
장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떤 날은 잔열이 버텨주고,
어떤 순간은 바람이 불씨를 다시 살리고,
가끔은 누군가 건네준 나뭇가지 한 줌이
생각보다 오래 타오르기도 한다는 것을.
장작이 없다고 불이 꺼지는 건 아니다.
불은, 생각보다 오래 산다.
불은, 생각보다 쉽게 다시 타오른다.
“나에게 낙이란 무엇일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느껴질 때 마음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경험하며 나는 어느 순간 ‘낙’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비슷한 하루가 이어진다. 출근, 퇴근, 집, 잠. 이런 흐름 속에서 사람은 자연스레 기대할 무언가를 찾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낙은 중요하다. 나 역시 그것이 있어야 하루하루가 버틸 만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낙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이 이 글의 시작이었다.
나는 인생을 모닥불에 비유했고, 낙을 장작에 비유했다. 불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장작을 넣어야 한다고 믿었다. 낙이 떨어지면, 불도 꺼질 것 같았다. 실제로 나는 그런 불안 속에 장작을 찾듯 낙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돌아보니, 불이 유지되는 방식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고요하게 스며드는 바람이 불씨를 흔들어 깨우고, 우연히 굴러든 작은 가지 하나가 뜻밖의 온기를 더해주며, 불 속에 남아 있던 잔열이 조용히 불을 이어가고 있었다.
낙이 없다고 불이 바로 꺼지는 건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의 불은 더 오래 버티고 있었다. 이 글은 그런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낙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우리를 지탱하는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이 따뜻함이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조차 불씨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런 마음을 기록하고 싶었다. 낙이 없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또 생각보다 쉽게 다시 타오를 수 있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