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

물웅덩이에 비친 나의 얼굴

by 이논

작은 물웅덩이에 내 얼굴이 비춰졌다.

밝은 표정을 가진 나의 얼굴이

작은 물웅덩이의 잔잔한 표면에 비춰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와

물웅덩이에 작은 물결을 만들었다.

물웅덩이에 비춰진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방해를 받자 기분이 안좋아졌다.


하지만 돌멩이로 만들어진 물결 때문에

기분이 안좋아진 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돌멩이가 날아와 만든 작은 물결이 잠잠해지자,

다시 물웅덩이는 모든 것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기분도 작은 물결과 함께 잠잠해졌고,

잠잠해진 기분이 담긴 얼굴이 물웅덩이에 비춰졌다.


이번에는 바람이 불어와

물웅덩이에 더 작은 물결을 만들었다.

나는 물웅덩이에 물결이 또다시 생기자,

기분이 안좋아졌다.


하지만 바람이 만든 물결이 작은 탓인지

물결 사이로 앞에 있는 것들이 조금씩 비춰졌다.

비춰지는 것들 사이로 나의 얼굴이 보였다.


기분이 안좋은 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나는 그런 나의 얼굴을 처음보았다.




이 글은 내가 평소 짓는 표정에 대해 생각하다가 쓰게 된 글이다.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웃는 얼굴을 자주 마주한다.

거울을 볼 때,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의 얼굴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런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문장이 떠올랐고,

그 문장이 이 글의 시작점이 되었다.


나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사람의 기분은 쉽게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곧바로 태도가 된다면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물웅덩이는 ‘나의 기분’을 뜻하고,

그 위에 비친 얼굴은 ‘태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돌멩이와 바람은 ‘나의 기분을 휘젓는 작은 요소들’이다.


이 글은 나의 기분이 변화되는 순간을

물웅덩이라는 장면에 담아 표현한 글이다.

그리고 태도는 물웅덩이에 비춰지지 않더라도 결국 어딘가에 드러날 수 있기에,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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