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과 오너십
전 직장 동료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려는데, 그 사업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찾아왔다.
나의 첫 질문은 사업 아이템(아이디어)이 아닌 ‘누구와 함께 창업을 하려고요?’였다. 그의 대답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님과 같은 분과 베트남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가 좋은 후배 그리고 외주 개발사를 운영하는 친구와 변호사 친구 이렇게 5명이 의기투합해서 자본금을 20%씩 출자하고 지분을 공평하게 나눈다고 했다.
지분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는 이 말에 창업자가 흔히 하는 실수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여러 명이 공동책임을 지는 구조는 언젠가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누군가 절대 지분(통상 66.7% 이상, 최소 50% 이상)을 소유하고 올인하며 책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지인은 본인도 그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이 멤버 5명은 너무나 신뢰하는 좋은 분들이기에 우리는 일반적 경우와 다르다고 했다.
어느 날 5명 멤버들 모두 모이는 자리에 나를 초대하였다. 역시나 한 분 한 분은 너무 좋고 훌륭했다. 한 분은 도메인(업계) 경력이 20년 이상 있고, 또 한 분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좋고, 다른 분들은 IT 개발, 법무/회계 전문가들이며 내 지인은 서비스 기획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스타트업 경영을 위한 어벤저스 모임처럼 보였다. 도원결의와도 같은 단합대회 겸 kick-off모임 후, MVP 제품을 만들었고 법인 설립을 준비한다고 했다.
약 3개월 뒤 지인은 고민이 있다며 다시 나를 찾아왔다. 창업 멤버 5명이 각자 본업이 있어서, 모이기도 힘들고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연장자이며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한 도메인 경력이 있는 분을 대표이사로 시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느냐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다른 멤버 입장은 잘 모르겠고, 지인을 위해서, 본인이 대표이사를 하라고 강력히 권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법인은 창업자 개인과 동일시되며, 대표가 모든 책임과 결과를 가져가는 구조이니, 어차피 본인이 PM으로써 제품 개발의 최종 책임을 져야만 한다면, 대표를 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고 했다. 덧붙여 Full-time 일을 하는 지인이 대표 겸 대주주가 되고 다른 멤버들보다 더 많은 즉, 절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6개월 뒤, 우여곡절 끝에 지인은 다른 멤버들을 설득하여 50% 지분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최초 대표이사를 시키려던 연장자 분이 가장 먼저 포기하고 떠났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본인 지분을 포기할 테니, 최초 투자금을 빼서 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사업 아이템이 좋았던 이 스타트업의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친분 관계와 정글과 비유되는 환경에 있는 스타트업 동업자 관계는 전혀 다른 것임을 빨리 자각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창업을 하는 이유와 비전을 함께 하고 공유해야만 스타트업 창업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난관과 불확실성에서도 덜 흔들리고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 창업자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 확인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왜 창업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 함께하는 창업 멤버들은 왜 참여했을까?
무거운 창업자 또는 대표이사의 책임을 나누려다 모두 “Free Rider”가 되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