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기 Jun 29. 2019

녹턴

흰 개와의 이별 이야기 - 6


2018년 7월 18일




낯선 용어를 풀이한 문장들을 꾸역꾸역 읽어낸다. 턱을 괸 팔의 팔꿈치가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자꾸 미끄러지듯, 계속 헛도는 눈. 남은 페이지를 헤아리다가 고개를 들고 책을 덮었다.


수요일 밤의 카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애쓰지 않아도 사방에서 들려오는 수 많은 대화들이 거침없이 내 경험들을 휘젓는다. 마음이 두근댈 땐 이어폰을 꽂고 심호흡을 하자.


‘깊은 집중을 위한 피아노 연주곡 리스트’. 분주한 웅성거림을 묵직하게 눌러주는  담백한 선율. 편안한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을 때 쯤,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개의 노래가 들려왔다.


얌전한 개는 유독 내 알람소리만 따라 불렀다. 개의 입 모양이 기억이 난다. 작고 까만 입술을 벌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면, 까만 코 아래의 인중이 벌어지는게 보였다. 우리는 작은 침대에 함께 앉아, 알람이 끝날 때 까지 서로를 흉내냈다.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도 속으로 함께 불렀다.

작가의 이전글 바람과 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