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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May 14. 2021

1등을 빛낸 2등 가야금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여성시대 사연 응모 글

제가 그랬던 것처럼 왠지 그 학생도 듣고 있지 않을까 싶어 여성시대에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정확히 몇 년 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가는 아침 버스 안이었어요.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전공이 아니란 이유로 패배의식에 젖어 애정 없는 대학 생활을 이어가느라 매우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의욕 없는 아침이었죠. 그러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학생의 사연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가야금 연주 대회에서 2등을 하여 처음엔 너무 속상하였지만 이내 본인이 2등을 했기 때문에 1등을 한 친구를 빛내 줄 수 있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그런 학생이 듣기에도 기특하고 귀여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신청곡으로 가야금 버전의 ‘렛 잇 비’를 틀어 달라는 요청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청아하고 맑은 ‘렛 잇 비’를 들으며 버스 안에서 혼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 학생 덕분에 인생의 기쁨은 숫자나 성과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도 그럴 듯한 성취에 연연하게 되면 그 사연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고, 대학생활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어요. 그 학생의 사연은 제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창조적인 삶을 살게 된 원동력이 되었어요. 그 학생에게 뒤늦게나마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요. 학생의 가야금 연주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거에요. 그리고 만약 가야금을 더 이상 연주하지 않더라도, 학생은 뭐든 다 이룰 수 있을 거에요. 학생의 삶을 응원해요. 아울러, 우울한 아침마다 활기를 불어넣어준 여성시대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답례의 신청곡으로 ‘퀸(Queen)’의 ‘Play the Game’을 부탁할게요! 


이 글은 제가 양희은, 서경석의 여성시대 라디오에 응모한 사연입니다. 

비록 라디오 방송에 소개되지 못했고, 또 생면부지의 학생이지만  

그 학생에게 고마움이 가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라도 직접 읽었습니다.  


https://youtu.be/xd7I3IxBRVc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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