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가 당신과 헤어진 이유

그래서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_ 무관심

by 전해리

*이 작품의 모든 글은 해당 영화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문 대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번역을 존중하되

독자적 영화 해석에 따른 필요로 인해 필자 본인이 되도록 직접 번역합니다.

*조금 더 원활한 설명을 위해 때론 직역하거나

원래 대사의 의미를 차용했음을 감안해주세요*

*작품 제목과 작품에 나오는 대사, 작품 속 고유명사에는 작은따옴표를 달았습니다*

***해석은 얼마든지 바뀝니다.

고로, 절대적이고 완벽한 해석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조제가 당신과 헤어진 이유

: 그래서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_ 무관심>


- 중점적으로 다룰 영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넷플릭스 _ 1차 관람

-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 : 3시간 _ 수기(手記)완성


과연 누가 먼저 헤어지자 말을 꺼냈을까, 조제와 츠네오 둘 중에서. 누가 먼저 됐든 츠네오가 야비한 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다는 건 결별의 사유가 못 된다. 그냥 네가 힘들어서 도망친 거잖아, 츠네오 이 나쁜 놈아. 넌 사랑할 용기도 못 내는 겁쟁이야.

우리는 사랑을 하면 천하무적이 될 거라 기대한다. 당신과 함께라면 험한 세상도 잘 헤쳐나갈 것 같고, 심지어 무서운 호랑이를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잘 알지도 못하는 호랑이라는 존재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마음이 합쳐져 사랑이 되는 데 참 요긴한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세상사 앞에서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지. 그러나 사랑의 유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호랑이의 어흥 소리에 당신을 껴안았지만, 당신이 물고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는 것임을 느낀 순간 당신과 멀어지게 될 것을 예감한다. 그 물고기는 그냥 물고기가 아닌데. 우리는 사랑을 하면 천하무적이 될 거라 기대하지만, 사랑을 하면 되레 외로워 비참해지는 스스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츠네오는 조제와 호랑이는 보지만 물고기는 보지 못한다. 뭐, 그날 하필 동물원이 열고 그날 하필 수족관이 닫은 게 츠네오 탓은 아니지. 아니, 요점은 그런 시시한 우연이 아니다. 그 다음날 수족관에 가는 방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세상에 불가능이 어디 있나.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단지 츠네오가 안 한 거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물고기 여관 갔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조제가 깜깜하고 깊고 깊은 바다 밑 빛도, 소리도, 비도, 바람도 없이 오직 정적만이 가득한 세상에 살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할 때 츠네오는 대관절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그저 눈을 감아 보라는 조제의 말에 눈을 감고 단순한 응답만 하다 그마저도 만다. 다만, 츠네오가 조제를 동정심이 아니라 여자로 사랑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지만,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갖는 순간과 조제와 처음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에서 츠네오는 똑같은 남자다. 츠네오가 조제에게 신경이 쓰이게 된 계기는 조제의 독특한 매력이다. 조제의 톡톡 튀는 말투며 맛있는 계란말이, 책에 열중하는 모습에 츠네오는 점점 빠져들었다. 물론 조제의 불편한 다리와 그로 인해 조제가 겪는 불편에 안타깝고 마음이 쓰였을지언정 그건 조제가 불쌍해서 느끼는 연민이 아니다. 사랑이다. 츠네오는 조제의 요리 솜씨와 예사롭지 않은 언변을 조제의 일부로 받아들이듯 그녀의 불구 또한 그 일부로 인식한다. 마치 당뇨병이 있는 남편의 혈당을 매일 측정해주는 아내나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여자친구의 허리찜질을 저녁마다 도맡는 남자친구처럼 츠네오가 동거하며 조제를 등에 업고 다니거나 그녀의 일상을 공유하는 건 연인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같은 맥락으로, 츠네오가 조제를 소개하기 위해 부모님을 뵈러 가는 도중에 마음을 고쳐먹은 것도 연인 사이에 마땅히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밥을 잘 먹는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가 밥 잘 먹는 꼴이 지긋지긋해지듯, 가장 마음을 뺏긴 모습에서 도리어 마음을 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둘의 결별 요인은 조제의 장애나 츠네오의 피로가 아니다. 그 둘이 헤어진 건 츠네오가 조제의 외로움을 나누긴커녕 짐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오로지 츠네오의 관점으로만 채워진다. 조제가 편치 않은 다리로 인해 겪었을 시련, 좌절이나 고독을 이해하는 츠네오의 모습은 영화 어디에도 없다. 츠네오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세상 구경을 못 하는 조제를 위해 유모차를 개조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못해 옆집 아저씨에게 차마 못 들을 말까지 듣는 조제의 상황에 분노하며 조제의 불리한 일상생활에 마음이 쓰지만 조제의 마음까진 들어서진 못한다.

츠네오는 조제의 외적 고통을 분담하지만 내적 고통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조제가 어릴 때부터 성하지 않은 다리로 어떤 마음을 느꼈을지, 그게 어떤 마음이길래 닫힌 수족관 앞에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고 터널을 지나가며 변화하는 빛을 신기하게 바라보게 됐는지 츠네오는 살펴볼 용의는 고사하고 이젠 그녀의 순진함마저 귀찮다. 조제의 마음은 관객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온통 츠네오의 관점에서 진행되므로 관객은 조제의 온전하지 않은 생활이나 인생에 안타까움을 느껴도 조제의 고독까지 세심하게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인간이 한 인간에게 질리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여된 사랑과 그마저도 포기하는 결별은 별로 감싸주고 싶지 않다. 업어주기 귀찮을 수 있어. 그런데 업히려는 내 마음까지 귀찮아 하진 말았어야지. 연인이 생겨 조제의 일상은 한결 덜 수고로워졌을지라도 그 마음은 여전히 외로웠으리라. 츠네오 너는 울어도 싸, 이 비겁한 놈.

그래서 사랑은 같이 호랑이에 맞서지 못해서 깨지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이 살던 발 없는 물고기를 당신이 보러 와주지 않아 깨진다. 사랑은 비루하고, 사랑을 하면 비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한다. 외로워 깨질 줄 알면서도 사랑을 시작하는 이유는 물고기가 없는 세상에 당신이 혼자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코멘터리

그래도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었겠죠. 이젠 더이상 아니겠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비하인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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