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선생님,
제가 버벅대거나 손가락이 말을 안 들을 때면
늘 하는 말이 있었지요.
“선생님, 저는 왜 안 될까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죠.
“연습이 부족해서 그래.”
저는 늘 의아하고 불만이었어요.
물론 어렸을 때 연습과 연마가 부족했던 탓이 크겠지만,
22살 때 2월 한 달 동안, 또 24살 때 종종,
그리고 25살 때 거의 매일 피아노를 치면서
그건 과학이 아님을 조금씩 체감할 수 있었어요.
한다고 느는 게 아님을,
예술이란 게 그런 거고, 그래서 예술은 시간을 초월함을
실감하고 있어요. 선생님, 이제는 한 마디를 열 번 쳐도
화가 나지 않아요. 그저, 매번 다르게 칠 생각에 즐거워요.
선생님, 저는 한 번 더 노력해보고 싶어요. 이번엔 진짜로.
<둥글게 둥글게>
-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천 냥 빛
- 하농
- My Life but Better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싶다면
https://brunch.co.kr/@eerouri/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