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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May 22. 2022

봄이여 안녕히

예술 연작

 연작 <봄이여 안녕히 (一花開世界起, Goodbye My Adolescence)>  


1. 우연

약24cm X 약33cm, 아크릴, 스펀지, 나뭇가지 사용, Copyright 2020.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2. 어제의 꿈

약33cm X 약45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0.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3. 아카시아와 장미

약33cm X 약45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0.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4. 노르웨이의 숲

약24cm X 약33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0.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5. 꼬리가 잘린 도마뱀

약53cm X 약33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6. 봄꽃을 떨어트리며

약33cm X 약45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7. 일화개세계기 一花開世界起 

(가시가 된 장미)

약72.7cm X 약100cm, 아크릴, 돌,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일화개세계기>는 문예인 전해리의 그림 연작[봄이여 안녕히(Goodbye My Adolescence)]중 하나로, 한 송이 장미가 피어나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양상은 포스트잇이 붙은 제 노트를 본떴으며, 세부적 표현은 붓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스펀지와 돌멩이로 그림을 그리는 저만의 방식이 활용되었습니다. 붓 대신 일상적 사물을 사용하는 까닭은 붓의 정해진 모양에서 벗어나 재료, 물의 양, 움직임에 따라 불규칙한 효과를 내는 스펀지와 돌멩이를 통해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기까지의 인생 속 예측 불가능했던 수많은 우연을 묘사하기 위함입니다. 먼저 아교 포수 후, 붉은 계열의 아크릴 과슈를 묽게 섞은 다음 스펀지로 캔버스를 얇게 덮습니다. 완전히 마르기 전 명도만 다르게 하여 두 번 반복합니다. 다음, 캔버스 위에 물을 뿌려 천에 염색된 물감 외 잔여된 것은 모두 제거한다는 생각으로 수건으로 벗겨 냅니다. 다음으로 물기를 줄여 과슈를 섞어 다시 한번 도포하고 완전히 굳기 직전, 돌멩이로 할퀴듯 캔버스에 무작위로 선을 긋습니다. 같은 작업을 세 번 반복합니다. 물감의 탈피와 중첩, 무질서한 선긋기의 과정은 가시가 곧 장미가 됨을 상징하는 동시에 창작 과정이 곧 창작자 스스로의 인생을 위로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초록색 부분은 물을 적게 사용하여 스펀지로 두드리듯이 색을 입힌 후, 살짝 마를 때마다 방금의 과정을 되풀이하며 색을 쌓아 갑니다. 생명의 색인 초록은 발화(發花)가 주는 희망을 상징하며, 글과 예술이 제 인생에 있어 갖는 의미를 반영했습니다. 즉 빨간색 부분은 색의 일관성을, 초록색 부분은 색의 다양성을 살려 지금까지의 인생과 미래를 나타냈습니다.         

8. 발아(發芽):글을 쓰는 과정

약72.7cm X 약90.9cm, 아크릴,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발아:글을 쓰는 과정>은 문예인 전해리의 그림 연작[봄이여 안녕히(Goodbye My Adolescence)]중 하나로, 한 편의 글이 태어나는 순간을 씨앗에서 싹이 트는 과정에 빗대 표현한 그림입니다. 늘상 글을 쓰며 느끼는 저의 심상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평소 그림 도구로 쓰는 스펀지만 사용하여 아크릴 과슈를 칠했습니다. 손이나 붓 대신 스펀지를 그림 도구로 쓰는 연유는 피부가 연약한 손을 대신하기 위함이자, 그림을 그렸던 어린 시절의 순수와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느낀 기쁨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한 선택입니다. 더불어, 글을 쓰는 건 곧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기에 생명의 색인 초록의 색 계열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아교 포수 후, 물의 비율을 높여 연초록, 하늘색, 옥색 아크릴 과슈를 섞고 스펀지로 캔버스에 얇고 투명하게 도포합니다. 물감이 살짝 마르면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 후, 물에 젖지 않은 스펀지로 마르지 않은 물감을 살짝 벗겨냅니다. 다음, 물을 섞지 않은 진주색과 황백색 아크릴 과슈를 스펀지에 조금씩 묻혀 전체적으로 어룽어룽해지도록 채색합니다. 다시, 바탕보다 짙은 색의 조합을 묽게 하여 스펀지에 적은 양을 묻힌 후 옅은 모양을 그립니다. 이 작업을 혼합한 물감을 다 쓸 때까지 계속하며, 이때 각 원형 모양은 형태를 지키되 지나치게 또렷하거나 똑같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물을 섞지 않은 진주색과 황백색 혼합을 스폰지에 조금씩 묻혀 가며 경계를 없애고 기조에 무게감을 더합니다. 즉 색감과 터치의 두루뭉술한 묘사를 통해 뚜렷하지 않은 심상에서 출발하여 글의 구조와 목적, 서술 방식, 운치가 서서히 형성되는 모습을 형용했습니다.      

9. 붉은 마침표(I Saw Red)

약38cm X 약38cm, 아크릴, 돌,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0.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표현을 위해 물감을 돌로 찍었습니다.

10. 장밋빛 온점

약38cm X 약38cm, 아크릴, 일회용 수저, 스펀지, 사용,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표현을 위해 일회용 수저로 물감을 문질렀습니다.

11. 나비가 떠난 이유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 2021. 전해리 All Rights Reserved.

모든 그림은

아크릴과 스펀지, 간혹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그렸습니다.

손에서 느끼는 감각을 그대로 녹여 내고 싶어 붓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당장의 출판길이 좌절되고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며 

이전에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던 글과 

내가 쓸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시 그림도 그리게 되었습니다.

10년만이에요.

글씨를 배우기 전부터 그림을 그린 저는

 언제나 그림을 사랑했어요. 

다만, 주변의 그림 천재들과 입시 환경, 가정 형편으로 

그림에 대한 욕구는 접어야 했습니다.

그림에 대한 저의 마음은 늘 친구의 재능과 진로 및 생업에 가려져 있었고

저 또한 그림으로 먹고 살 재주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항상 굴뚝 같았지만

정작 무엇을 그리고 그리고 싶은지는 몰랐으니까 

그림 같은 건 그리지 않고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 학교 미술 시간에서 미술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은 놀 때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저에게

뭔가가 있다면서 

미술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데생을 못 한다는 핑계를 연신 댈 수밖에 없었고

눈시울을 붉혔어요. 

선생님의 말씀은 내가 항상 진심으로 임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분명히 알아줄 것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지금 당장은 그림을 그릴 수 없지만

만약 내가 진정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알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 그림을 그려도 늦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되는 즈음, 

지나온 날들이 무너진 즈음, 앞으로 올 날을 가늠할 수 없을 즈음,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거에요,

갑자기.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이 <봄이여 안녕히>연작은

제한과 억제, 속박 속에서 

차마 견딜 수 없어서 피어난

한 생명입니다. 

부디 어여쁘게 봐주세요. 

이 또한 

저의 글입니다. 

캔버스의 뒷면은 아무것도 없이 깨끗합니다. 

글은 그곳 위에 형체 없이 쓰였고,

글의 앞은 그림입니다.

제 글과 그림은 한몸입니다. 

저는 글을 잘 쓰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저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기 때문에

글을 씁니다. 

그림도 마찬가지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요. 

이로써 봄을 마치고 

여름으로 가겠습니다,

자유롭게.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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