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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May 25. 2022

가자, 고(90)

스타트업인 인터뷰

인터뷰어(관점 교환 제안자) 전해리 

인터뷰이(관점 교환 응답자) 전건영


그는 에둘러 말하는 법이 도저히 없었다. 오로지 직진뿐인 화법처럼 전건영은 하고 싶은 것 앞에서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였다, 몰라도. 영상 제작 일을 하고 싶으면 독학하고 혼자서 그 세계에 입문하였고, 그렇게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업계 내 문제점을 느끼고는 그러려니 넘기지 않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스타트업 설립으로 오히려 곧장 나아갔다.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는 그렇게 클라이언트와 제작자 사이에서 기획·촬영·편집에 따른 제작 비용과 영상의 품질,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조정해주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대표가 된다. 그러니 전건영에게 하고 싶은 일은 단순히 하고 싶은 일 그 이상이 되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은 있어도 하지 않는 반면, 전건영은 단순명쾌하게 실행해 버림으로써 망설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또, 창업에 걸린 수많은 부담이 전건영을 쉽게 짓누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실천이 빠르기 때문이다. 살면서 아무 후회도 남기지 않고 싶지 않으므로 전건영에게 오직 중요한 것은, 잘하지 못함보다 하지 못 함이다. 말 끝마다 “잘 되겠죠?”라고 덧붙였는데 그 한 마디에 불안이나 겁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건 필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지금도 “지금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은 그럼 언제 해요?”라는 전건영의 말이 필자의 마음 속에서 쟁쟁 울린다. 언제나 관건은, 하고 싶은 일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그래서 할 것이냐는 것임을 간만에 상기했다. 


*해당 인터뷰는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스타트업인 인터뷰 <전건영이 하고 싶은 건 스타트업이다>의 확장판입니다.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인터뷰 본판은 오로지 스타트업인에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인터뷰어인 필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생략하였습니다.이 확장판은 그러한 생략을 복원하여 인터뷰의 본래 목적인 인간 대 인간의 담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만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읽고 싶은 분은 http://www.asiaherald.co.kr/news/26599에 방문하길 바랍니다. 또한, 본판과 확장판의 차이는 인터뷰어의 의견과 이야기 존재 유무일 뿐, 인터뷰이인 스타트업인의 의견과 이야기는 어떤 변함도 없이 그대로이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씨=전해리



전해리(이하 해): 지금은 ‘예비창업자’이시죠.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전건영(이하 건): 이전에는 영상 제작자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기는 해요. 


해: 영상 제작자 외에 다른 직업을 거친 적은 없으시고요? 혹시 학교 전공에 관련해서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건: 영상 제작자만 했습니다. 학교에서 전공은 경제학이었고요.


해: 경제학도에서 영상 제작자가 된 경위는 어떻게 될까요? 


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예술 계통의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 미술, 연기 등등 그런 것들을 좋아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죠. 단념하고 그냥 공부하는 쪽으로 살다가 24, 25살 즈음에 좀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그로 인해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영상 일을 독학해서 프리랜서가 되었죠. 


해: 대학에서 영상 관련 수업을 듣거나 하지는 않았고요?


건: 대학에서 배운 건 없어요. 완전히 독학이에요. 


해: 저도 그렇거든요. 글이야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다고 쳐도, 사진과 그림은 온전한 자력으로 시작한 것이거든요. 물론 그 어떤 것도 정식으로 혹은, 전공으로 학습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사진에는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나 편집 기술이 요구되고, 그림에는 재료 활용법 같은 것을 알 필요가 있는데 그런 가르침을 받거나 얻지를 못해서 모든 배움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는 점이 고달프거든요. 더군다나 예술 분야를 생업으로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대표님은 어떻게 비전공한 분야를 생업으로 삼을 수 있었나요? 혹시 주변에서 영상 제작자의 일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나요?


건: 한 명도 없었죠. 그래도 그때 유튜브에 영상 관련 강좌는 있었어요. 그런 기술적인 것보다도 저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이 있어요. (한숨을 쉬며) 사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친구들은 저 보고 이상주의자라면서 우선 취직부터 하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든지 나중에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나중에 굶어 죽는다면 그때 가서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걱정해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다면, 그 하고 싶은 일은 도대체 언제 해요? 막상 저를 걱정했던 친구들 중에서 음악 하고 싶은 친구, 영상 하고 싶은 친구도 있었지만 취직하는 길로 갔거든요. 결국 퇴근하면 그냥 자는 거에요. 주말에는 쉬고.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회사 생활도 힘들고 피곤하니깐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에요.


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핵심은 그 일을 하기 위한 지식이나 정보, 행정 작업, 관행이 아니군요. 


건: 사실 음악이랑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은 음악보다는 영상이 접근하기 좋아서 영상 일을 하고 있지만, 음악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어요. 따로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음악에서 영감을 받고요. 


해: 그러실 것 같았어요. 저도 대표님과 같거든요. 제가 드린 명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이 많은 일들을 다 하신다고요?’라고 묻거든요. 그럼 저는 ‘다 한다’고 해요. 그것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조금씩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저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하나를 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꼭 포기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특히 그 속성들이 서로 연관된 것이라면요. 할 수 있는 시간을 1 시간이라고 한다면, 그 안에서 시간을 잘게 쪼개서 하는 거죠. 몇 십 분은 글, 몇 분은 사진, 몇 분은 피아노, 몇 분은 그림 이런 식으로요. 짧은 시간 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겠지만, 길게 보면 저는 풍성하고 풍부하고 풍만해지겠죠. 저도 이런 삶을 사는 터라 대표님의 상황과 말씀이 적잖이 공감됩니다.


건: 감사합니다. (웃음) 어쨌든 처음에는 많은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도 첫 번째 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거에요.


해: 정말요? 그럼 재능이 상당한 것 아니에요? 


건: 아니에요. (웃음) 당시 저는 편집 기술만 배운 상태고 이렇다 할 장비가 없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괜찮다는 조건이 있길래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단편 부문에 출전했는데, 그게 대상을 탄 거에요. 그랬더니 ‘나, 재능 좀 있는 것 같은데?’라고 착각이 들었죠. (웃음) 그런 식으로 프리랜서로 나아갔어요. 이 지점에서 창업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좋으니까 시작하는 거잖아요. 저도 영상이 좋았고, 그래서 제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내 철학과 의도가 담긴 영상,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예술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해: 혹시 영상 제작을 하기 전에 주로 어떤 예술가나 상업 영상을 보셨나요?


건: 저는 유튜버 ‘용호수’ 님을 좋아했어요. 자기 철학과 마음가짐이 확고하셔서 그분 영상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분이 만드는 영상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깊은 철학이 담긴 영상이요. 그런데 돈은 벌어야 되겠더라고요. ‘크몽’이나 지인 통해서 조금씩 일을 받으면서 프리랜서 일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각성했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게 아닌데?” 외주를 받으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원하는 대로 맞추기는 어렵고, 제가 자꾸 녹아들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리 봐도 나는 이게 나은데 클라이언트는 싫대요. 그런 상황에 지쳤어요. 휴일은 없고, 매번 밤샘 작업에, 추가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해: 혹시 가장 최저 임금은 얼마 정도였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건: 당시에는 내 영상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2만원 받았죠. 이제 그렇게 받지 않지만, 이 일을 몇 년 하다 보니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남의 일로 해 주다 보니까 너무 싫어지더라고요. 회의감이 심해서 몇 달간 외주를 전혀 받지 않았어요. 일은 하지 않아도 영상을 계속 찾아봤어요. 창의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하면서요. 저는 촬영에서 조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명에 관련하여 배울 수 있는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었죠. 외주를 받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영상을 찾아보고 만들고 싶어 하는 스스로를 보고 영상이 싫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해: 이 생태계에 질린 거군요. 혹시 대형 프로덕션 같은 회사에 취직할 생각은 안 하셨나요?


건: 전 창업도 그렇지만 애초에 취직도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냥 내 한 몸만 건사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영상 업계에 프리랜서, 소규모 프로덕션, 1인 제작사가 엄청 많잖아요. 대형 프로덕션이라 해서 뭐 다를까 싶더라고요. 저는 자유가 좋아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영상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명확한 표준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지인이 외주에 맡긴 영상을 보여주는데 엉망진창인 거에요. 그걸 천만 원을 줬대요. 2백, 3백만 원이어도 많았을 텐데. 화가 나더라고요. 지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서도 마음이 안 좋았지만, 사실 영상 업계에는 엿장수 마음대로인 경향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의 시장인데, 제작자들이 장난하는 것도 속상했습니다. 


해: 체계가 아예 없군요. 


건: 비슷한 퀄리티라도 어떤 사람은 삼백만 원 받아도 어떤 사람은 칠백만 원 받아요.


해: 혹시 임금 협상을 한 적이 있나요?


건: 추가 촬영을 원한다거나 배우를 써야 한다면 그렇게 했지만, 원하는 대로 달라고 말하기에는 제가 아직 그 정도로 급이 높지 않아요. 저는 적당히 하는 것보다 ‘내가 조금 더 피곤하더라도 해주자’라는 편이어서 이틀에 두세 시간씩 자면서 해줬어요. 어쨌든 거품 가격을 제시하는 행태는 옳지 않죠. 그런 폐단도 없어지길 바랬어요. 또 클라이언트의 목적은 저비용 고품질이에요. 하지만 저비용은 단가 장난으로 지켜지지 않고, 품질도 실력이 준비되지 않는 제작자들로 인해서 지켜지지 않은 거에요. 그 사람들이 단가 기준을 망칠 수도 있거든요. 


해: 그렇죠. 공감합니다. 


건: 어쨌든 정리하면, 나는 영상을 아직 좋아하고, 제작자로서 3,4 년 일했으니까 이 영상 시장에서 내가 한번 체계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어요. 클라이언트에게는 적당한 비용과 충분한 품질의 영상을 책임지고, 제작자들은 거품 단가 방지 및 근로자로서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다 보면 제작자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부당한데, 이런 세태는 없어져야 해요. 또 거품 단가를 막으면서도 매출에 대한 보장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이 문제점들에서 영상 아웃소싱 플랫폼이라는 발상이 나온 거에요. ‘크몽’이나 ‘숨고’와 같은 플랫폼은 업체와 1:1 매칭을 시키고 그 업체에서 기획·촬영·편집을 맡기는 형식이에요.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정당한 견적을 보내는데, 소수의 제작자들이 견적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영상 제작이나 업계에 대해서 너무 몰라요. ‘이 영상의 단가는 이겁니다’ 하면 클라이언트는 ‘그런가 보다’면서 받아들이는 거에요. 저는 이런 관습을 바꾸기 위해 한 업체에 영상 제작에 필요한 과정 전부에 대한 외주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영상 제작 과정을 3단계로 나눠서 기획 따로 아웃소싱, 촬영 따로 아웃소싱, 편집 따로 아웃소싱을 맡기는 체계를 고안해 냈어요. 


해: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대로 하면 기획, 촬영, 편집마다 세 명의 사람이 필요한데 영상은 하나잖아요. 영상 내용과 품질의 일관성과 통일성은 한 사람이 전부를 맡는 것보다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건: 사실 기획이 탄탄하면 그 이후의 촬영, 편집은 그대로만 가면 되긴 하거든요. 그런데 변수는 생기길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그 중간 관리를 구공 플랫폼이 해주는 거에요. 단계별 제작자 사이에서 소통을 돕고, 클라이언트에게는 ‘이런 영상에는 오십만 원 정도만 쓰셔도 됩니다’라고 조언하면서 중재하고 관리하는 거죠. 중간 관리자가 기존 시장에도 존재하지만, 말만 중간 관리고 그냥 클라이언트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일밖에 안 하더라고요. 커뮤니케이터(전달자)이자 매니저 역할을 구공이 할 수 있어요. 


해: 사명이 왜 ‘구공’ 플랫폼인가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현재로서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숫자 9(구)는 영어 소문자 g, 숫자 0(공)은 영어 소문자 o로도 보이잖아요. 그럼 ‘go’, ‘가자!’라는 의미가 되거든요. 스타트업으로서 진취적인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아직 예비창업자 단계여서 향후 단계가 진행될수록 구공 플랫폼이 가진 의미와 가치는 더욱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 사업 소개서에서 읽은 ‘전문 기획자의 부재’가 새삼스러웠습니다. 


건: 제 사업의 타겟층은 대형 프로덕션보다는 소규모 프로덕션, 1인 제작자, 프리랜서와 같은 분들이거든요. 저도 제작자고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전문가라고 칭하기는 난감하죠. 자격증, 학위가 크게 좌우되는 세계는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영상 기획도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영상을 잘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획 능력이 없는 분들도 기획을 해주면 견적서에 기획비가 들어가고, 외주를 많이 받다 보면 획일화되기 쉽거든요. 이 세계에서는 능력이 없는 분들이 일을 할 수 있고, 장인 정신이 외면당하기 쉽거든요. 


해: 대표님 말씀처럼 영상 업계에 체계가 존재하면 제작자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업계 내 전반적인 영상 품질이 높아지는 길로 가는 거네요.


건: 분업은 높은 품질을 낳을 수밖에 없어요. 그저 그런 능력의 제작자가 기획·촬영·편집 전부를 도맡는 것보다 각 단계에 특화된 사람들을 선별하면 평균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겠죠. 검증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 또, 지금까지의 경험을 미루어 보았을 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해: 사업 소개서에서 영상 계약 표준 계약서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건: 프리랜서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제가 알기로는 프리랜서의 80%는 계약서 없이 진행합니다. 


해: 저도 그랬어요. 


건: 저도 그랬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분명히 문제가 생겨요. 명확한 규정이 제시되지 않아요.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걸 모르는 프리랜서도 많아요. 저도 몰라서 계약서를 못 썼어요. 


해: 저는 알아도 계약서를 못 썼어요. 계약서를 쓰고 일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이 이야기를 꺼내면 일까지 잃을 것 같아서 입 닫고 일했어요. 임금, 시간 등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처우를 받지 못하고 일하는 건 프리랜서가 흔히 겪는 일인 거죠. 근로 기간을 명확하게 명시한 계약서가 없어서 결국 일이 지지부진해지다가 저는 좋은 제안을 놓치기도 했어요. 이런 경우는 어떤 업계든 프리랜서라면 다 마찬가지겠죠. 


건: 그래서 구공 플랫폼이 프리랜서들에게 권리 보장을 하고 싶은 거에요. 제작물에 대한 권리, 약속, 품질 보장 등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 양쪽 모두 서로에게 약속해야 아웃소싱 생태계가 건강해질 거에요. 프리랜서는 지금까지 약자니까요. 계약서를 쓴다는 자체가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예를 들면, 계약서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다 끝났는데 추가 촬영 요청이 오면 재촬영비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거에요. 촬영을 하다 보면 재제작, 재편집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곧 사람에 대한 존중이죠.   


해: 기획·촬영·편집 및 후보정 단계마다 일할 제작자들(고객)이 존재해야 하는데, 어떻게 확보하고 계세요?


건: 6월쯤 웹 개발이 완료되거든요. 일 하면서 알게 된 지인 통해서 소규모 프로덕션들 다니면서 홍보 및 영업을 하고, 숨고와 크몽과 같은 기업에 연락을 취해서 설문 조사도 진행해야죠. 일단 제작자들이 확보되어야 클라이언트들을 확보할 수 있는 거니깐요. 


해: 세종청년창업사관학교는 어떻게 알고 입주하게 되셨나요?


건: 작년에 외주 촬영 왔다가 알게 됐습니다. (웃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게 있는 줄 모르고 살았어요. 제 세계관에는 이런 개념이 없었어요. 


해: 알고 났을 때 꽤 센세이셔널 하셨겠어요. (웃음)


건: 이런 사업을 알게 되는 것 자체도 창업 동기가 되었죠. 지원금도 나오니까요. 내가 구상한 바를 검증할 수 있겠더라고요. 혼자 무작정 하는 것보다 지원을 받으면 위험도를 줄일 수 있고요. 


해: 이곳에 입교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건: 제가 문서 쓰는 방법도 몰랐어요. 인터넷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공부했어요. 주변에 창업한 친구들에게 조언도 받아서 아이템도 다듬고요. 드라마틱하지 않아요. 사업 계획서는 계속 다듬고 있고요. 


해: 입교하기 전 면접도 있었을 텐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건: 심사 위원이 세 분 계시면 발표를 15분가량 해요.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이 시작되고요. 발표 수준이 대학교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웃음)


해: 만약 탈락되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어요? 


건: 떨어진다고 해도 알아서 했을 거에요. 입교 전부터 창업 과정 중이었거든요. 그래도 붙어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떨어졌으면 막막했겠죠.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창업의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세요. 


해: ‘청창사’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코칭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죠. 청창사 입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건: 솔직히 말하면 자금이죠. (웃음)


해: 창업 자본금에 관해 여쭤도 될까요?


건: 모아 놓은 돈은 다 쏟은 것 같아요. 다만 제가 돈을 많이 모은 건 아니라서… 점심에 컵라면 사 먹을 돈은 있어야 하니 얼마 전 다시 외주도 받았어요. (웃음)


해: 올해 구공 플랫폼의 목표가 무엇일까요?


건: 올해 안에 매출을 내는 것!


해: 사명처럼 플랫폼 역할을 하려면 수수료 책정도 하셔야 하는데, 이에 관한 설명도 듣고 싶습니다. 


건: 업계 표준을 활용할 계획인데, 조금 더 고민하고 있어요. 영상 단가가 대부분 백만 원 단위에서 시작하거든요. 고객이 크게 확보된다면 제가 생각한 목표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해: 창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지 않았나요? 창업 동아리, 인턴, 회사 근무 경험이 없으신데 기업 겸 조직을 꾸려 나가야 하잖아요. 


건: 저는 아직 거기까지 염려할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물론 생각은 하지만 당장은 살아 남는 것이 시급해서요. 그래도 고민은 갖고 가야죠. 


해: 스타트업도 기업이잖아요. 구공 플랫폼이 규모와 경력 면에서 앞서 간 기업들이 즐비한 기존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을까요?


건: 단계별로 아웃소싱을 하는 기업이 없긴 해요. 


해: 이런 발상을 들려줬을 때 지인들은 뭐라 반응하시던가요?


건: “좋은데?” 이렇게요. 그게 끝이에요. (웃음)


해: 그마저도 부럽네요… 저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가 제 머릿속에 있는 발상과 계획을 들려주면 다들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눈치던데요. (웃음) 좋다는 반응이야말로 좋은 것 아닐까요?


건: 그렇죠. 정말 별로라면 별로라고 말했겠죠? (웃음) 어쨌든 이렇게 단계별로 아웃소싱을 맡기는 아이템은 확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웹 개발이 될 수도 있겠죠. 사실 친구들이 이런 발상을 추천해줬어요. 잘하면 멀지 않은 발상인 것 같아요.


해: 지금 예비창업자이시니 대표님의 스타트업은 잉태 과정에 있죠. 지금 갖고 있는 마음가짐을 초심이라 한다면, 성공한 미래에도 잊고 싶지 않은 초심이 있을까요?


건: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이지만, 저는 하고 싶으면 해야 돼요. 저는 이 창업이 해 보고 싶어서 한 거거든요. 


해: 이렇게 위험 부담이 큰 것을요?


건: 죽기야 하겠어요. 저는 살면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해: 혹시 오늘 인터뷰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건: (잠시 골똘하더니) 아뇨, 당장에는 없어요.


해: 그럼 다음 기회에 나누도록 하죠.


건: 다음이 또 있어요?


해: 모르죠, 대표님이 1년 안에 엄청난 성취를 이뤄서 또 인터뷰를 하게 될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건: 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본문(스타트업인 전용)

http://www.asiaherald.co.kr/news/26599

네이버 포스트에서도 이 확장판을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857249&memberNo=55088636



*위 인터뷰와 사진은 아시아헤럴드에 귀속되며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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