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인 인터뷰
인터뷰어(관점 교환 제안자) 전해리
인터뷰이(관점 교환 응답자) 황용진
황용진의 인터뷰를 하면서 그간의 착각을 바로잡았다. 글을 쓰는 필자는 ‘재미있다’는 단순한 표현을 매우 경계하는데 이 인터뷰이는 ‘재미있다’는 표현을 곧잘 쓰길래 인터뷰 초장부터 신경이 저절로 곤두섰다. 그러나 인터뷰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황용진이 ‘재미’를 신중하게 쓰고 있음을 알아챘다. 단순하게 ‘사업이 재미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서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고 싶다’, ‘회사가 잘 될수록 사업이 점점 재미있게 전개될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이처럼 ‘재미’를 ‘긍정적’, ‘즐겁다’라는 의미로도 확장하였다. 스타트업은 황용진의 재미와 이타성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스타트업이 낳는 가치와 그 가치로 인해 생겨나는 소비자의 행복이 곧 황용진의 재미가 된다. 그러므로 재미가 있다는 건 이토록 이타적인 것이다.
*해당 인터뷰는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스타트업인 인터뷰 <박진아의 스타트업은 기여한다>의 확장판입니다.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인터뷰 본판은 오로지 스타트업인에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인터뷰어인 필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생략하였습니다.이 확장판은 그러한 생략을 복원하여 인터뷰의 본래 목적인 인간 대 인간의 담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만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읽고 싶은 분은 http://www.asiaherald.co.kr/news/26628 에 방문하길 바랍니다. 또한, 본판과 확장판의 차이는 인터뷰어의 의견과 이야기 존재 유무일 뿐, 인터뷰이인 스타트업인의 의견과 이야기는 어떤 변함도 없이 그대로이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전해리(이하 전): 대표님께서 노바락토보다 앞서 스타트업 창업 경력이 있으시더군요. 두 스타트업 창업을 거쳐 노바락토에 이르게 되기까지 그 경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황용진(이하 황): ‘헬로위크’가 제일 처음이에요. 대전에서 창업했는데, 그때 대학생이었어요. 벌써13년 전이네요. 원래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전: 혹시 창업 동아리에 있었나요?
황: 아니에요. 그때는 창업 동아리, 청년 창업인과 같은 개념도 별로 없고, 지원 사업도 처음 나왔을 즈음이었어요.
전: 전공은 어떻게 되세요?
황: 경영학과에요. 아무튼 그때 놀거리가 딱히 없는 거에요. 여자친구와 카페에 가거나, 친구들과 술 마시는 것 외에요. 재밌는 걸 만들어서 제공하면 여가 시간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헬로위크라는 이름을 붙였죠. 요즘으로 따지면 ‘프립’과 같은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거에요. 대전·충청권에서 재미있는 놀거리 아이템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사업을 학업과 병행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2년 가까이 했죠.
전: 학업과 병행하면서 창업이 돼요?
황: 열심히 살았죠. (웃음) 수업을 오전으로 전부 밀어 넣고, 수업이 끝나면 사무실에 가서 밤을 새가면서 일을 하는 거에요. 제가 한 학기 21학점에 계절 학기를 졸업할 때까지 들었거든요. 조금 힘들었죠. 주말에는 답사도 가고요. 그렇게 하다가 한계에 봉착했어요. 매출이 1500만 원 이상으로 늘지 않더라고요. 디자이너, 기획자까지 4명이 같이 했지만 주변에 사업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성장하기가 어려웠어요. 내가 역량이 부족한가 판단이 들어서 폐업 처리를 하고 외국계 기업에 들어갔어요. 잘 다니다가 서른 즈음 되고 보니 이삼십 년 후의 미래가 너무 뻔하더라고요. 그 나이대 치고는 잘 버는 편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창업하지 않으면 기회가 아예 없을 것 같아서 회사에서 뛰쳐나왔죠. 저는 제가 낸 긍정적인 서비스를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쓰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즐겁더라고요. 이게 바로 창업의 이유고, 그런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두 번째 창업을 했어요.
전: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퇴사를 크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을 것 같습니다.
황: 아니에요. 엄청 많이 했죠.
전: 이미 한 번 창업한 경력이 있으니 크게 두렵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황: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이였고, 월급이라는 마약에 빠졌으니 결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 돌이켜 봐도 당시 회사 근무 조건은 훌륭했거든요. 두세 달 고민하다가 어느 날 닭 가슴살과 고구마를 사 놓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항상 퇴근하면 게 한 마리, 라면과 맥주가 저녁이었거든요. ‘이것만 가지고도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돈이 안 벌릴 수도 있는 거고 망할 수도 있는 건데?’라고 자문하면서 한 달을 닭 가슴살과 고구마를 먹었어요. 저녁에는 교육을 들으러 다니면서요. 이래도 내가 행복한가 실험을 했어요. 그래도 내가 이런 재미있는 것을 한다면 가능하겠더라고요.
전: 그 모든 속세적이고 속물적인 행복을 상쇄할 만큼 가치가 있었군요.
황: 왜냐하면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후회할 것 같았어요. ‘투잡(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일에 종사하는 일)’도 할 수 있었겠죠. 돈만 생각했다면요. 그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죠, 금전적으로 보면요. 그렇지만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헬게이터’를 3년 동안 공동 창립자로 운영했어요.
전: 어떤 스타트업이었어요?
황: 헬스 분야였는데 교육과 접목한 아이템이었어요. 제가 헬스와 마라톤을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재밌어 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도 재밌어 할 것 같았어요. 사용자가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디바이스(기기)와 플랫폼(기반 서비스)도 고안했죠. 판교 스타트업 센터에 입주하면서 사업을 전개했는데, ‘데스밸리(Death Valley, 존폐상 마의 구간)’가 오면서 정리를 했고 대전으로 내려왔어요. 헬게이터를 정리할 즈음 고민을 많이 했어요. 34, 35살이었으니까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더라고요. 하지만 입사하더라도 그전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컸어요. 고민하던 찰나에 이 노바락토를 처음 설립했던 지인 분이 같이 하자고 제안을 주셨어요.
전: 노바락토 창립자가 아니세요?
황: 네, 그런데 제가 다 인수하게 됐어요. 내가 키우지 않으면 이 회사가 없어질 것 같았어요. 헬게이터를 하면서 힘들어서 이곳에 와서 직원으로 편하게 다니자는 심산이었는데, 사업의 기반부터 다져야 할 상황이었어요. 처음에 와서는 법인 설립, 지원 사업 응모 같은 것들을 했어요. 그렇게 제가 판을 다 만들고, 기존 창립 멤버들은 본업으로 돌아갔어요. 사업은 다 쏟아 부어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분들은 지금 외부에서 도움을 주고 계세요.
전: 아무리 지인이라 한들, 스타트업이잖아요. 스타트업을 해보셨으니 스타트업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실 테고요. 과연 노바락토의 어떤 점을 중시해서 들어오게 된 건가요?
황: 막상 왔더니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사업은 치밀해야 하는데 아이템조차도 막연했어요. 이러면 안 된다는 판단이 들어서 사업의 면모를 갖추는 데 몰두한 것뿐인데 여기까지 이르렀네요.
전: 제가 대표님이라면 지인 말만 듣고 스타트업에 몸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황: 저는 믿었던 거죠. 지인 분이 ‘이렇게 해서 하는데 설마 굶기겠니, 와라’,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서울에 있으면 치열한 경쟁에 치이잖아요. 그래서 대전에 내려왔고, 정 안 되면 다른 회사에 취직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초반 아이템이 굉장히 막연했다고 하셨지만, 3년 사이에 제품 판매까지 진행하고 계시더라고요. ‘알파 포스트바이오틱스’와 ‘프롬 스노우’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황: 기능성 소재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매출을 일으켜야 하고 시장에 나온 제품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연구 개발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또 단순히 연구 개발만 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제품도 팔자고 나선 거죠. 기술 이전을 받아서 저희의 가치관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제품을 낸 거에요. 처음 알파 포스트바이오틱스를 할 때에는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이름이 시장에 없었을 때였어요. 저희가 빠르게 진출했고, 그 이후 시장에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 시장은 장래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저희만의 공법을 더해 프롬 스노우를 출시했죠. 유산균 드셔 보셨죠? 비슷한 제품들이 정말 많잖아요. 우리만의 특장점을 내세울 수 있을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스노우(눈과 같은 식감) 공법’을 제조한 거에요. 특허 출원했고요. 저희가 한국식품연구원 내 박사님들과 팀워크(협동력)가 좋거든요. 그곳 박사님들께 추천을 받았지만, 특허 출원을 위한 발상은 저희 회사 내에서 낸 거에요. 그래서 스노우 공법이 나올 수 있었고요.
전: 아무래도 연구원 출신은 아니신데 경영자로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사업성을 어떻게 알아본 걸까요?
황: 바이오 연구 소재, 기능성 소재가 혁신적이라 하면 다들 ‘그게 좋은가 보다’ 하고, 연구자들은 ‘우리의 기술이 최고다’라고 주장하잖아요. 저는 의문을 가졌죠.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쓰지 않으면 그게 최고의 기술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저희가 포스트바이오틱스 소재 개발에 있어서 이것 하나만 믿고 진행하는 게 있다면 바로 가공적성이 좋다는 점이에요. 즉 식용이 쉽게 가능하다는 점에 사업의 초점을 맞춘 거에요. 건강기능식품 많이 드셔 보셨죠? 집에 쌓아 놓고 잘 안 먹게 되지 않아요? 손이 안 가기도 하고요. 저는 그 이유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순간 잘 안 먹게 되죠. 커피는 하루에 한두 잔씩은 거뜬히 마시잖아요. 그런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손이 가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더라고요. 가공적성을 적용해 손이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모토(신조)를 가졌고, 이는 투자 설명회에서도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에요. 경쟁 제품을 백 가지 정도 두고 비교 분석하는데요. 정말 신기한 점은 저희 직원들이 먹는 것만 먹는다는 거에요. 먹지 말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직접 가져와서 먹더라고요. 저는 그게 바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맛이 없는 건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잘 먹지 않는 반면 말이에요. 손이 가는 것을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먹혀서 결과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소재 및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죠. 직원분들처럼 맛도 중요하고, 대표님 말씀처럼 손이 가는 것도 중요하고, 목 넘김도 중요하지만, 효과가 분명해야죠. 궁극적으로 효능이 발휘되기 위한 연구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관해 경영자인 대표님의 의사 결정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황: 효과는 반드시 중요하죠. 없으면 의미가 없죠.
전: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수 있죠.
황: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죠. ‘건기식(건강기능식품)’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차이가 많지 않다고 저는 이야기합니다. 다 ‘자기네 제품이 훨씬 좋다’, ‘아니다, 우리가 최고로 좋다’고 말하지만, 지속적으로 먹게 하는 느낌의 가치는 그동안 건기식에서 크지 않았어요. 만약에 아토피가 심해서 치료하고 싶다면 약을 먹어야죠. 그게 아니라 건기식 단계에서 진행하게 되면 천천히 좋아지고 아토피 발현을 억제시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죠. 발현이 억제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먹어야 하잖아요. 하루에 여섯 알? 저는 못 먹을 것 같아요. 저는 포기할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섭취해야 할 약이 많아지거든요. 약만 먹어도 배부른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효과를 가장 근본으로 가져가되 가장 핵심은 가공적성, 복약 성능도를 높이는 기술력을 개발하는 거에요.
전: 그래서 슬로건(구호)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거군요.
황: 자가 면역을 향상시키는 저희 제품이 커피와 함께 압착되어 나오면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이 커피를 하루에 한 잔씩 마시면 면역력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소재 개발은 바로 이런 거에요. 기존 프로바이오틱스는 열을 쬐면 효과가 사라져요. 그래서 파우치에 포장되거나 알약, 캡슐처럼 한정된 제형으로 나오는 거에요. 발포 비타민도 맛이 나서 밥에 섞어 먹지는 못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꿈의 소재를 만든다고 표방해요. 무색·무취·무향의 소재를 낸다면 ‘게임 체인저(기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사람)’가 되는 거죠. 어느 음식에 넣어도 물성에 차이가 없도록 만드는 거니깐요. 그런 시도들이 식품 업계에서 슬슬 일어나고 있어요. 작년에 규제가 조금 풀리면서 아직 건기식까지는 아니지만 일반 식품에 기능성 소재를 넣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그 시장을 지켜보면서 저의 구상과 일치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햇반’에 밥맛을 해치지 않는 기능성 소재가 들어간다면? 의미 있고, 부가가치가 충분히 생겨날 수 있어요. 어르신들도 요즘 햇반 잘 드시잖아요. 햇반에 만성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소재를 첨가하는 식이죠. 방향제에나 마스크 도포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마스크를 끼고 숨을 쉬기만 해도 면역력이 좋아지는 소재를 만드는 게 목표죠. 이게 바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거에요.
전: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직접 섭취도 많이 하시겠어요. 꽤 고역일 수도 있겠어요.
황: 유산균 건기식 제품은 하루에 40포까지 먹은 적도 있어요. 관능 평가를 해야 해서요. 속이 불편하다는 불편함이 있어요. 바리스타들이 커피 시향이나 시음할 때 몇십 잔씩 마시잖아요. 그런 개념이죠.
전: 2020년 법인 설립 후, 기업 연혁이 촘촘하게 채워진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허 등록 6건, 와디즈 펀딩 1600% 달성, 농림식품축산부 기술사업화 R&D 부문 (7억 원 규모) 선정, 신용보증기금 기술운용자금 4억 원 확보, 한국식품대전 박람회 참여,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술사업화 자금 및 시설 자금(3.5억 원) 확보,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창업사관학교 준입교, IP-R&D 밸류업 지원 사업 선정(1.2억 규모), 신용보증기금 Start Up Nest 11기 선정까지 쉴 틈 없이 달리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세운 비결이 있나요?
황: 열심히 잘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열심히, 잘’이라는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죠.
황: 아니죠. 아무나 대답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 하는 거죠.
전: 스타트업은 매출을 내는 것 이상으로 혁신성도 중요하잖아요. 혁신성을 발현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손실액이 발생할 텐데요.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은 특히 그렇죠.
황: 그렇지만 그런 손실액의 경우 제가 중시하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스타트업은 직원들도 경쟁력이 되죠. 노바락토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 나가고 있나요?
황: 지금 계시는 직원 분들도 굉장히 좋거든요. 다만, 투자자 분들은 저처럼 굉장히 열정 넘치는 직원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하셔서 올해 투자 건이 들어오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고요. 요즘은 인재를 찾고 싶어서 안테나를 세우고 다닙니다.
전: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투자 설명회에서 크게 떨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이전의 창업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걸까요?
황: 제가 이전 회사에서 영업·마케팅할 때 프레젠테이션도 많이 했었어요. 제가 잘한다기보다는 덜 긴장하는 편이에요. 내일도 발표가 있는데 따로 연습하지 않아요. 어차피 제 머릿속에 있는 사업 내용을 말하는 거잖아요. 그 장소에 맞는 이야기들을 정해 놓고 가서 발표해요.
전: 투자자들은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잖아요. 대표님도 전문가는 아니고요. 바이오와 같은 전문 기술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서 전달하세요?
황: 제가 이해를 해야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우선 연구원, 박사님과 대화를 나눌 때 제가 이해하고 그분들께 확인을 받아요. 내가 이해한 바가 맞냐, 맞다고 하면 외부에 나가서 전달하는 거에요. 제가 먼저 이해가 쉬워야 듣는 분들도 쉽게 이해하시겠죠. IR에서는 그런 기술적인 내용이 중요하진 않아요. 사업화에 관해서 논하는 자리니깐요.
전: 지금 투자 단계는 어떻게 되나요?
황: 시드 단계에요. 저는 원래 투자를 받을 용의가 크게 없었어요. 투자를 받으면 이해 관계자가 늘어나고 의사 결정에 있어 그만큼 고려해야 할 조건이 늘어나는 거니깐요. 제가 직원들에게 1억 원씩 성과급을 주고 싶은데 주주가 있으면 힘들겠죠. 원래는 최대한 투자를 덜 받는 쪽으로 가는데, 작년 식품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저희 제품을 섭취하고는 ‘오, 이거 뭐지?’라는 반응을 많이 지켜봤어요. 그걸 보면서 이걸 사업 매출에 있어 마중물로 활용하면 제조 공장과 같은 그 다음 단계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올해 초부터 투자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전까지 전혀 하지 않다가요. 액셀러레이터도 고려하지 않는 상태였는데 투자를 받자고 결심한 후 관계자 분들을 만나고 진행된 거에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곳이 ‘로우파트너스’고요. 대표님과 대화가 잘 통하고 여러 기회가 오고 있어요. 기업 소개서에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을 언급한 이유도 바로 이렇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전: 그럼 올해 나타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요?
황: 매출 면에서 나타날 것 같아요. 스노우 멜트 공법의 경우 B2B로도 판로를 확대를 모색하고 있거든요. 자사 제품으로만 판매하면 좋겠지만 모든 것을 관리하기가 현실적인 여건상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 논의 중인 대기업이 있으니 잘 되길 바랍니다.
전: 또 어떤 목표가 있을까요?
황: 기술 이전을 많이 가져 와야죠.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들을 보면, 임상 관련하여 올해 말쯤에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해요. 그러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사실 개별인정형 소재 등록이 쉬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기업에서도 없고, 매출이 400억, 500억 원씩 내는 기업에서도 없어요. 저희는 3년 차 스타트업이잖아요. 이걸 한다고 했을 때 농림부에서도 이례적인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면 그러한 기관으로부터 어떻게 억 단위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나.
전: 그분들도 믿는 바가 있어야 자금을 선정해 주는 것 아니에요. 그분들이 무얼 믿고 노바락토에 자금을 대주는 걸까요?
황: 그냥 얘기하는 거죠. 열심히 할 거다. 계속 팔 거다. 믿는 바가 있는 거면 사업을 왜 해요. 사람들이 믿도록 만들어야죠. 그게 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실질적으로 구현시켜야죠. 그래서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아요.
전: 혹시 이전 창업과 다른 점이 있나요?
황: 법인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처음 법인 설립할 당시 어리버리했었어요. 할 것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전: 이번에 세종 청창사에 입교하셨잖아요. 청창사에 입교하면 그런 정보도 알려 달라고 했을 때 가르쳐 줄 텐데 대표님은 이미 그런 단계는 지났네요.
황: 저는 그런 교육은 10년 전부터 받았어요. 청창사에서 알려주는 건 사업의 본질이잖아요. 뭔가 작성할 일이 있으면 옆에서 다른 대표님들께서 왜 이렇게 빨리 쓰냐고 말씀하시는데, 결국에 사업을 하려는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막힐 일이 없어요. 그만큼 소비자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 길고 사업 아이템이 뚜렷하기 때문이에요. 그에 대한 방법론을 청창사에서 가르쳐 주는데 이미 저는 배우고 입교한 거에요. 대신 오랜만에 접하는 지식과 정보가 있고 간만에 떠올리는 거죠. 그런 것도 좋아요. 환기되니까요. 사업을 하다 보면 사람이 매몰되잖아요.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좌우명이 ‘I May Be Wrong’, 나는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주시한다는 거에요. 내가 이렇게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현실에서는 다를 수 있지 않을지에 관해 잊지 않으려고 하죠.
전: 저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하는 것이 틀리진 않다고 사고해요. 맞지도 않지만 틀리지도 않는 것, 이게 제가 글을 쓰는 기본 정신 중 하나에요. (웃음) 창업은 아무래도 좀 다르겠죠.
황: 그것도 좋죠. 어쨌든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간과하지 않아요.
전: 언제 틀리셨는데요?
황: 글쎄요. 언제 틀렸다기보다는 언제나 겸손하자는 의미에요. 제가 뭐든 자신감 있게 추진하기 때문에 이런 좌우명이 없으면 그런 폭주가 독이 될 수 있는 거에요. 직원이 저에게 의견을 냈는데 제가 듣지 않으면 이 사업은 저의 원맨쇼(혼자서 진행하는 쇼)가 되는 거죠. 제가 직급과 직책도 높으니까요. 제 의견이 곧 법이 되면 안 되잖아요.
전: 지금 대표님 말씀을 쭉 들어보면 스타트업도 좋지만 액셀러레이터나 VC처럼 투자자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것을 사업화해야겠다, 어떤 것에 자금을 늘려야겠다 등 결정을 곧장 유의미한 결과로 내는 양상에서 저의 생각이 비롯된 것 같아요. 이쯤에서 대표님이 그러한 투자 계열이 아닌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를 알려주시자면?
황: 설렘?
전: 두려움은요?
황: 두려움은 항상 존재하죠. 설레려면 두려움이 수반되어야 해요. 내가 무언가를 만들 때 잘 될 거라는 설렘이 존재하는 것처럼 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두려움이 생기죠.
전: 안 되면 어떡해요?
황: 되게 만들어야죠.
전: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유형이세요, 되는 걸 되게 하는 유형이세요?
황: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죠. 저는 그게 바로 사업가,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라고 봐요.
전: 지금 안 되는 건 뭐에요?
황: 다 안 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죠. (웃음) 결국에 스타트업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람들이에요. 삶이 돌아갈 때 생기는 작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거에요. 저는 건기식 분야에서 많은 제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들 꾸준히 먹기 어려워하고 효과에 의구심을 가지는 점을 해결하고 싶어요. ‘이건 안 되지’라고 하면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가 없죠.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것들 중 하나가,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이 이런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서 ‘카톡!’이라는 알림음이 울리면 그 희열이 어마어마할 거에요. 자신이 만든 서비스잖아요. 그 카카오톡을 갖고 누군가가 재미있는 활동을 하고 또, ‘야, 카톡 정말 대박이지 않냐?’라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면 그 행복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전: 그렇죠. 이렇게 말씀하시니 지금껏 언급하신 그 재미라는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네요. 저도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분들로부터 ‘글을 잘 읽고 있다’는 감상을 들으면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이게 제가 글을 쓰는 주목적은 아니에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고, 표현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 대표님이 스타트업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황: 희열을 얻기 위해서요. 제가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앞서 창업한 헬게이터도 교육과 관련되어 있고요. 제가 이렇게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았을 때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죠.
전: 그렇지만 그건 대표님에게 달린 것이 아니잖아요. 소비자에게 달렸죠.
황: 물론 모두를 바꿀 수 없지만, 100명 중 1명이 나오면 저는 행복하다는 거에요. 소비자가 저희 제품을 드시고 ‘오, 이거 정말 좋아지는 것 같은데?’라고 반응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거에요. 이래서 스타트업을 하는 거에요.
전: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 원리네요. 마지막으로, 이전에 시작을 두 번이나 겪으셨지만 지금이 세 번째 시작이고 그 시작의 초창기이잖아요. 지금 갖고 있는 마음가짐을 초심이라 한다면, 어떤 초심을 끝까지 가져 가고 싶으세요?
황: 간절함을 잃고 싶지 않아요. 매출이 200억, 300억 원이 나도 다른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간절함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아까 저에게 투자자도 어울린다고 하셨잖아요. 나중에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저와 같은 간절함을 갖고 있는 분들을 도와 드리고 싶어요. 지금 저와 인연을 맺고 좋은 기회를 이어주려는 로우 파트너스 황태형 대표님처럼요. 대표님도 제가 간절해 보이니까, 뭔가 해보려고 하니까 기꺼이 도와 주시는 거겠죠.
전: 제가 황태형 대표님으로부터 잊을 수 없는 점은 ‘나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지만 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들어오는 분들은 다 젊다. 거기에서 얻는 에너지가 다르다’는 말씀이거든요.
황: 그런 것도 있죠. 저도 25살 때 창업할 때와 지금이 굉장히 달라요. 열정은 같은데 체력적으로 확실히 달라요. 5년, 10년 지나면 더 힘들 텐데. (웃음)
전: 그러니 이런 건강기능식품을 사람들이 먹는 거겠죠. 오래 버텨야 하니까. (웃음) 인터뷰를 끝마치기 전에 오늘 인터뷰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받고 싶었던 질문이 있는데 제가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보는 건 어떠세요?
황: 아직 굉장히 초기죠. 새싹 같은 단계죠. 열심히, 간절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고 즐거워하는 것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본문(스타트업 전용)
http://www.asiaherald.co.kr/news/26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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