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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Jul 26. 2022

마음이 양식이다

스타트업인 인터뷰

인터뷰어(관점 교환 제안자) 전해리 

인터뷰이(관점 교환 응답자) 김봉근


고민으로 시작하면 꼭 관점의 전환으로 끝을 맺었다. 김봉근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건 위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불안이었지만, 듣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위기와 불안이 속이 꽉 찬 맛있는 알맹이로 들렸다. 김봉근이 잇더컴퍼니의 탄생부터 여러 차례의 피보팅, 투자자의 외면과 액셀러레이터의 격려, 빗나가는 예상과 그때마다 적중하는 새로운 발상, 발전과 상생을 논하는 가운데 고민과 관점의 전환이 얼마나 진했는지 그 향과 맛이 전해졌다. 이처럼 잇더컴퍼니가 큰 탈 없이 자랄 수 있는 건 김봉근에게 마음의 레시피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한 아내에게 힘이 되는 음식과 이유식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때 쉽게 좌절하지 않겠다는 마음, 소비자를 우선하면 제품의 운명을 알 수 있다는 마음, 아기와 엄마 둘 다 중시하겠다는 마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도 늘 고려하겠다는 마음, 먹는 문제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마음이 김봉근을 움직였다. 즉 김봉근이 관점의 전환을 통해 스타트업의 생존상 고민을 이겨내게 만드는 활력소는 마음에서 자란다. 그러고 보면 인터뷰 내내 ‘사람이 사업을 하는데 생각이 저렇게 참 건강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끝낸 후 김봉근에게는 보양식이나 영양제가 따로 필요하지 않겠다고 확신했다. 건강한 마음이 곧 사람을 살려내는 양식이다. 


*해당 인터뷰는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스타트업인 인터뷰 <스타트업 대표 김봉근의 노래는 현실이 된다>의 확장판입니다. 아시아헤럴드에 게재된 인터뷰 본판은 오로지 스타트업인에 관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인터뷰어인 필자의 의견과 이야기를 생략하였습니다.이 확장판은 그러한 생략을 복원하여 인터뷰의 본래 목적인 인간 대 인간의 담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만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읽고 싶은 분은 http://www.asiaherald.co.kr/news/26654 , http://www.asiaherald.co.kr/news/26655 에 방문하길 바랍니다. 또한, 본판과 확장판의 차이는 인터뷰어의 의견과 이야기 존재 유무일 뿐, 인터뷰이인 스타트업인의 의견과 이야기는 어떤 변함도 없이 그대로이니 불필요한 오해는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전해리(이하 전): 김봉근 대표님 창업 전 경력과 창업 후 ‘잇더컴퍼니’의 연혁을 보고 김봉근 대표님의 ‘잇더컴퍼니’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창업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고, 또 어떠한 계기로 창업을 하시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봉근(이하 김): 처음 시작은 공대생이었어요.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광고 분야에도 관심이 생겨 동아리에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마케팅에도 관심을 갖다가 첫 직장으로 BR코리아에서 인턴을 했는데, 그때부터 먹거리에 관심을 가졌어요. 광고 회사로 가서 일을 하기도 하고, 한화의 IT계열사에도 있다가, 아무래도 먹거리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서 미스터피자로 옮겼어요. 파란만장했죠. 그곳에서 근무하다가 컨설팅 회사로 갔고요. 이력만 놓고 보면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웃음)


전: 아무래도요. 하지만 제가 들을 이야기가 아직 많아 보입니다. 


김: 그러다가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많이 올리고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혜안)를 쌓아서 매일유업으로 이직해 브랜드 매니저를 했어요. 사실 이 지점부터 이 창업 이야기가 본격화되는데요. 매일유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를 하면서 음식에 완전히 심취했거든요. 미스터피자에서 일할 때부터 R&D 부서와 일하고 싶어서 요리사 자격증을 땄지만요. 마케팅을 하려면 개발 부서와 소통이 잘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소통이 잘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양식 조리사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한 거에요. 음식 사진, 음식 평론가 이렇게 단계별로 공부하다가 평론가 협회 활동도 하고, 맛 칼럼니스트처럼 음식 칼럼을 쓰고 싶어서 음식 평론가 분한테 글쓰기를 배웠어요. 저의 멘토였던 분이 글을 한번 써보라고 자기 카페에 섹션을 하나 만들어 줬어요. 그때가 첫 아이를 가졌을 즈음이었는데 아내에게 무엇을 해줄까 고민했어요. 2013년은 태교를 검색하면 결과로 요리가 아니라 요가, 음악이 나왔고,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내에게 태교 요리를 해주고 싶었어요. 주별마다 필요한 영양소를 공부하고 주재료를 잡아 요리해서 태교 밥상에 대한 글을 썼어요. 칼럼 제목은 첫 아이 태명을 따서 ‘슝슝이 아빠의 태교 밥상’이었어요. 그때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어요. 그런데 제가 만든 레시피는 30개인데 책을 내려면 200개의 레시피가 필요하다는 거에요. 그래도 기획서까지 내면서 해보려고 했지만 글이 진전이 안 되더라고요. 


전: 어렵죠. 그래도 당시 매일유업에는 근무하고 계셨던 거죠?


김: 다니고 있었지만, 그 다음해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만뒀어요. 


전: 계획이 있으셨던 거죠?


김: 사실 사연이 있어요. 헤드 헌터를 통해서 한 기업으로 이직이 확정되어 사표를 냈는데, 기업 내부 사정으로 그 이직이 취소되었고 저는 공중으로 떠 버렸죠. 굉장히 난감하고 힘든 와중에 예전에 컨설팅 했던 회사의 임원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곤란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그럼 자기네 직원들 멘토링을 해달라는 거에요. 중소 기업들의 한계는 마케팅에 대한 중간 관리자가 없다는 점이거든요. 마케팅 중간 관리자는 오래 못 버티고, 밑의 직원들은 위에 리더가 없으니 갈피를 못 잡고요, 결국 영업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다가 아무리 똘똘한 직원이라 해도 그만두게 되는 거에요. 그렇게 사표를 4번 받았대요. 그 친구의 고민은 보고서를 내면 봐줄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제가 봐준다고 했죠. 그렇게 중소 기업의 마케팅 서비스를 하게 되었는데, 잘 되었어요. 여기저기 강의도 다니고 수입도 생기고 생계가 안정되었죠. 하지만 저도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불안하잖아요. 그때가 2018년인데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출판사에 다시 전화했어요.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 하지만 출판사 편집장은 이미 늦었다고 하더라고요. 책을 내도 팔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하면서요. 그즈음 둘째가 태어나서 제가 이유식 책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이유식 책은 삼백 권이 넘어서 더 안 된다고 답이 돌아왔어요. 자비 출판이라도 해야 하나 현실을 고민하면서 반추해 보니까 엄마, 아빠를 위한 먹거리가 없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제가 이유식을 만들고 실제로 육아를 하니까 대부분의 서비스나 먹거리가 아이만 소비자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을 느꼈어요. 


전: 그렇지만 ‘맘마’라는 단어가 브랜드의 이름에 포함되어 엄마가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김: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면 누구의 엄마가 돼요. ‘육아맘’에 대한 정의가 없으니까 시장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맘마레시피’가 엄마, 아빠를 위한 먹거리 판매를 목표했어요. 그랬더니 ‘육아맘이 뭐냐’, ‘왜 엄마만 챙기냐’는 반응이 돌아왔어요. 분명히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위하는데 브랜드 이름이 맘마레시피여서 예상 고객층이 모호해지는 거에요. 그래서 ‘육아맘’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정의하자고 나섰죠. ‘맘’에는 ‘엄마(mom:맘)’라는 뜻도 되지만 ‘마음’의 준말도 되는 거에요. 삼촌이든 이모든 아빠든 육아에 ‘맘(마음)’을 쓰면 ‘육아맘’인 거에요. 그러니까 사람의 보통 명사가 ‘맨(man)’인 것처럼 육아에서 사람의 보통 명사는 ‘맘’인 거죠. 이렇게 정리를 하니까 ‘젠더 이슈’에서 벗어 나서 육아맘을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맘마’가 밥을 의미하잖아요. 맘마레시피는 엄마, 엄마의 마음, 마음이 담긴 밥이 내재된 거에요. 게다가 아이들은 유치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밥 대신 맘마라고 말하거든요. 즉 ‘레시피’는 ‘전투 육아’를 하는 엄마를 위한 요리법이 아니라 솔루션인 거에요. 


전: 이렇게 깊은 뜻과 세심한 포부를 담은 맘마레시피를 기업 초기에 투자자에게 각인시키기에는 오히려 어려움이 수반되었을 것 같다고 짐작합니다. 


김: IR(기업 소개)을 하러 가서 ‘맘마레시피입니다’라고 하면 ‘또 이유식입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와요. ‘저희는 엄마를 위한···’으로 설명을 시작하다가 시간이 2분이나 가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IR이 안 되는 거죠. 질문 시간에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죠. 많은 남자 심사위원들이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낮다’, ‘우리 와이프가 밥 굶는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대응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엄마들이 왜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지 설명하다가 다른 심사위원의 질문을 들을 시간이 모자라는 거죠. 초반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제가 마음을 내려놓고 ‘저희와 연이 아니신 것 같다’고 말씀드려요. 자기 아내가 육아하는 동안 밥을 먹는지 먹지 않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을 이해할 수 없겠죠. 그렇게 하고 다른 심사위원의 질문을 받아요. 


전: 언쟁을 발생시키지 않고도 내가 전달하는 바를 차분히 피력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신 거네요.


김: 그 배경이 사실 밀키트에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는 점에 있어요. 밀키트라는 시장 자체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기업의 시장이에요. 냉동과 냉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업 기반인데다가 손실이 커서 스타트업들은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요. 수익이 안 나는 시장이라고 이미 평가되어 있는 거죠. 밀키트 사업을 처음부터 할 수 없고, 저는 먹거리라는 핵심을 버리고 싶지 않으니 간식이라는 징검다리를 놓게 됐어요. 하지만 그 간식이라는 것도,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하더라도 최소 생산량이 몇 만 개이기 때문에 판로가 없으면 재고가 전부 다 쓰레기가 되는 거에요. 유통 기한도 지켜야 하는데, 보관도 힘들고, 종류도 한 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큐레이션 박스로 피보팅을 한 거에요. 종합선물 세트 같은 거에요. 큐레이션 박스의 장점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맞춰서 제품을 저희가 사면 된다는 점이에요. 재고 보관이 용이해지는 거죠. 저희 사무실에서 제품을 쌓아 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상자에 제품을 담아서 발송했는데, ‘맘카페’에서 확인해 보니 엄마들에게 평이 좋았어요. 엄마들이 임신했을 때는 첨가물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데, 첨가물 없고 국산 재료를 쓴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발품 팔아야 하는 거에요. 보통 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원가 때문에 성분이 안 좋거든요. 원료가 좋은 제품은 원가 때문에 오프라인 입점이 어렵고 유통 마진 확보 문제 때문에 카카오 메이커스에서 판매돼요. 그럼 엄마들은 이 제품 사려면 여기 가고, 저 제품 사려면 저기 가야 하는 거죠.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제품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소요되는 거죠. 그래서 엄마들이 발품 팔아 사는 제품들을 우리가 찾아서 업체들에 전화해서 하나씩 받아 박스를 채웠어요. 그저 박스를 채우는 것보다는 컨셉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박스마다 메시지 카드를 넣었어요. 탈모가 고민인 엄마들에게 탈모를 직접 언급할 수 없잖아요. 선물이기 때문에 더 안 되죠. ‘괜찮아, 당신은 멋진 엄마니까’라는 문구를 넣어서 선물 박스를 완성하는 식이에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메시지와 또 하나의 키(key) 메시지 카드를 넣어요. 엄마가 감동할 수 있도록요. 그런데 설문 조사에서는 ‘정말 좋다’, ‘무조건 산다’라는 결과가 막상 현실에서 출시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거에요. 


전: 왜 그렇죠?


김: 대기업과 경쟁했을 때도 우리 제품이 훨씬 맛있어서 우리 것만 먹겠다고 응답해도 현실은, 마트에서 대기업 제품을 담아요. 가격이라는 경쟁 때문에요. 또 우리가 무시할 수 없었던 장애물이 한국이라는 현실, 사회적인 시선,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는 인식이에요. 엄마가 아기를 위한 제품을 사지 않고 엄마를 위한 제품을 사면 이기적인 엄마가 되는 거에요. 그런 시선 때문에 엄마들이 자기를 위한 소비를 못해요. 우리 제품이 너무 좋다고 하면서도 엄마 자신을 위한 소비이기 때문에 선뜻 구매를 하지 못하는 거에요. 우리는 어쩔 줄 몰라서 또 고민했어요. 


전: 몇 년도쯤이었나요?


김: 2019년 초에 출시했는데 한 달에 열 박스 정도만 판매될 정도로 잘 안 나갔어요. 한 달에 이십 개만 나가도 대박이라고 했어요. 그러니 팔아도 수익이 마이너스였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조금씩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가격 경쟁률이 없어서요. 그렇다면 엄마와 구매자를 분리하자는 정책을 내놨어요. 마케팅에서 흔히 하는 ‘타깃의 이원화’에요. 커뮤니케이션(소통) 타깃으로 엄마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제로 구매하는 세일즈 타깃은 공동 육아에 부담을 느끼는 아빠, 남편, 친구 가족으로 정해서 간식박스를 선물로 개념을 바꾸고 2020년도 중반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에 입점했어요. 상징적인 채널이니깐요. 또 하나 중요한 기점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저의 꿈은 이렇습니다’라고 IR을 발표하면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장도 못 만들게 생겼는데 미래가 어디 있냐’라고 공격을 받았어요. ‘저희의 비전이 이렇습니다’라고 하면 ‘너희 뭐 하나라도 보여주고 얘기를 해야지’, ‘평균 80점은 의미 없고, 하나라도 100점을 받아야 의미 있는 것과 같다’는 반응을 듣는 거에요. 우리의 미래에 투자를 해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때 저희에게 유일하게 투자해준 곳이 와이앤아처였어요. 2019년 1월이었어요. 아무것도 없었고, 선물로 관점을 전환하기도 전이었어요. 밀키트를 해야 하나, 간식 박스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였는데 그때 와이앤아처가 투자를 해줘서 살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방금 말씀 드렸던 공격들이 있어서 1등을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2020년도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하고 추석이 지난 후 매출이 급격히 올랐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임신출산 카테고리에서 1위. 그렇게 비관적이었던 분들이 ‘나는 널 믿었다’는 식으로 태세 전환을 하더라고요.


전: 카카오톡 선물하기 채널 입점은 신의 한 수보다도 장고 끝에 둔 수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깊은 고민과 재빠른 판단력이 1등을 만든 거네요.  


김: 하여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1등을 하고 난 후부터 우리가 원하는 사업의 방향으로 갈 수 있었어요. 자체 제품도 내놓고요. 그리고 저희 드디어 밀키트도 출시했어요. 우리만의 방식으로, 특허 출원도 했고요. 이름은 ‘끼니키트’에요. ‘끼니키트’라는 제품은 상온 유통이 되어서 밀키트 대신 조리 키트라 명명하고 있어요. 잠시만요, 선물 박스랑 같이 가져와서 보여 드릴게요. 


전: 보통은 제품에 이런 글귀를 넣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잖아요. 제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 점에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김: 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골라 담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자를 열었을 때 제품이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메시지가 보이도록 신경을 썼어요. 


전: 인터뷰에 오기 전, 대표님과 잇더컴퍼니의 이력(와이앤아처 시드 투자, 한국벤처투자 엔젤매칭펀드 투자 유치, TIPS 선정, 신보 스타트업 네스트 5기 등)을 보고 굉장히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막상 대표님으로부터 내면의 이야기를 들으니 여러 난관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이 원만하게 성장할 순 없지만요. 더구나 대표님께서는 탄탄한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으신데 이 미약하고 작은 스타트업을 꼭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김: 사실 처음 창업은 그 헤드 헌팅 사태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그 전에 근무했던 컨설팅 회사를 도와주면서 사업자 등록증을 낸 것이 시작이죠. 1인 기업으로 된 컨설팅 회사인 개념이에요. 창업 교육 센터에서 멘토링을 했을 때, 기업들마다 아쉬운 점들이 눈에 보였어요. 한편 두려운 것들도 접하게 되는 거죠. 아, 이렇게 망하는구나. 힘들구나. 하지만 이런 것들만 피하면 적어도 망하는 길로는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경험도 있고, 내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죠. 그렇게 결심하게 된 거에요. 먹거리에 관한 고심도 컸고요. 회사 이름을 ‘잇더컴퍼니’라 지은 이유가 있어요. 잇더컴퍼니의 꿈은 딱 하나에요: 세상의 모든 먹거리 스트레스를 해결하자. 치료하겠다는 개념은 아니에요. 치료나 건강에 주안점을 두면 대중은 효과를 기대해요. 하지만 저희는 스트레스 케어(돌봄) 푸드로 노선을 정해서 힐링(치유), 마음의 안정으로 꿈을 실현하는 거에요. 이렇게 가면 소비자가 느끼는 불만을 케어(관리 및 도움)할 수 있어요. 식품업에서 가장 어려운 건 소비자들의 불만과 품질 문제에요. 저희가 품질을 컨트롤(관리 및 통제)하고 기능에 대한 문제를 커버(해결)할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잇더컴퍼니가 세상의 먹거리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먹거리 회사라고 나타내는 동시에 다른 뜻도 있어요. 제가 중의성을 굉장히 좋아해서요. (웃음) ‘컴퍼니(company)’에는 ‘함께 있음’, ‘동료’라는 뜻이 있잖아요. ‘잇(eat)’은 ‘먹다’라는 뜻이고요. 그래서 식구(食口)라는 의미가 되는 거에요. 식구라는 건 먹거리의 최소 단위라고 봐요. 먹거리는 혼자만의 스트레스가 절대 아니잖아요. 만약 내가 당뇨병 환자면, 나로 인해서 가족들이 맛이 없는 것을 같이 먹어야 하는 거에요. 육아도 그렇죠. 엄마들은 남은 이유식을 먹어야 하잖아요. 


전: 네, 맞아요. 


김: 그래서 가족 단위로 스트레스를 해결하자는 미션(임무)이 육아 가족에서 시작한 거에요. 육아 가족이 가장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가 이들에게서 보증이 되면 1인 가구, 환자로 확장이 가능해지는 거죠. 


전: 왜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따로 두었는지 그 연유도 들을 수 있을까요?


김: 잇더컴퍼니는 세상의 모든 먹거리 스트레스를 해결하겠다는 건데, 그것을 각각의 덩어리별로 접근하자는 발상에서 맘마레시피가 파생되는 거에요. 육아 먹거리 해결은 ‘맘마’레시피가 하고, 반려 동물의 먹거리 해결은 ‘퍼피’레시피가 하고요. 이렇게 확장이 가능해요. 맘마레시피가 펫 푸드(반려 동물 음식)를 만들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혼선이 오니깐요. 아주 작은 관점이라도 리스크(위험)이 되기에 브랜드로 분리를 하는 거에요. 


전: 편견이겠지만, 대표님은 남자고 직접 임신하고 출산할 수 없으시잖아요. 물론 육아는 함께 하지만, 엄마가 겪는 마음과 고충을 남자인 대표님이 꿰뚫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잇더컴퍼니의 첫 브랜드의 주제를 임신·출산·육아로 잡았을 때 대표님이 남자인 점이 약점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역으로 보았을 때도요.


김: 입덧을 왜 하는지, 또 얼마나 힘든지 저는 알 수 없겠지만, 입덧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전: 혹시 사모님께서 직접 겪으신 걸까요?


김: 아니요. ‘입덧 간식 박스’는 입덧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탄생했어요. 양치덧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박스에 가글 제품을 넣는 거죠. 소비자에게 답이 있으니까요. 


전: 사모님께서는 대표님이 만든 맘마레시피의 박스를 보고 공감을 표하시던가요?


김: 사실 같이 일하고 있어요. 제가 스카우트를 했습니다. (웃음) 또 제가 부끄러운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어요.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항상 느꼈던 건 내가 이 제품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못 판다는 거였어요. 일단 제가 확인하고 만족해야 하는 거죠. 맘마레시피는 간식 큐레이션으로 시작한 육아 가정 타겟 브랜드인데 성장을 위해서 타겟도 넓혀야 하고 제품 종류도 확장해야 하죠. 저는 큐레이션이란 퍼즐 조각을 찾아서 예쁜 그림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좋은 제품을 찾아 조각을 맞추고 있는데, 이 퍼즐 조각이 세상에 한정적이란 말이죠. 그럼 저희가 만들 수 있는 그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경쟁력을 키울 방안으로 자체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한 거에요. 세상에 없는 퍼즐 조각이죠. 2020년도에 첫 번째 퍼즐로 이 ‘곤약 쫀득이’, 그 다음이 ‘쑥 쫀득이’에요. 쫀득이는 힐링 푸드라기보다도 한국인의 소울 푸드잖아요. 초등학교 앞에서 쫀득이를 사 먹곤 했으니까요. 지금은 ‘복고’라는 유행에 맞춰 다시 부활하고 있고요. 하지만 잇더컴퍼니는 불량 식품의 대명사인 쫀득이에 대한 관점을 바꿔 보자는 거에요. 잇더컴퍼니의 핵심 경쟁력은 관점의 전환과 큐레이션이에요. 관점의 전환이라는 건, 아이 중심의 먹거리 패러다임을 울고 있는 엄마를 위한 먹거리로의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도 시작은 똑같아요. 엄마가 아기가 먹고 남은 것을 주워 먹느냐, 엄마가 같이 먹느냐. 그래서 엄마만을 위한 영양 식품이 아니라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영양 식품을 판매하는 거죠. 맛, 식감, 영양 전부 그 어느 한 쪽에 쏠릴 수 없고, 그 누구 한 명에게만 소홀할 수 없어요. 


전: 누구에게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잇더컴퍼니의 신념에 부합하기 위해서 어떤 행보를 택하셨나요?


김: 저희가 2020년도에 본사를 제주도로 옮겼어요. 먹거리를 하다 보면 ‘친환경’, ‘유기농’이란 단어가 희소성이 없어져서 ‘제주도’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제품을 발굴해보자는 취지로 본사를 제주도로 옮긴 거죠. 오메기 떡을 보면 팥과 쑥을 쓰잖아요. 그래서 한번 제조를 해보았는데 쑥이 제일 괜찮았어요. 쑥도 국내산 약쑥으로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해서 나온 제품이 바로 이 ‘쑥 쫀득이’에요. 반응이 정말 좋아요. ‘비건(The Vegan Society)’ 인증도 받고, 곡물도 국산이에요. 건강한 쫀득이로 포지션(자리)을 잡았죠.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의 원물을 활용해 보자는 의도로 탄생한 제품이 그레놀라에요. 시중에 나온 기성 그레놀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엄청 달달한 제품 혹은 오로지 건강만을 위해서 맛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 그 중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열면 ‘기름 쩐 내’가 나는 제품도 시중에 있잖아요. 견과가 오래되면 산패되는데, 논문을 찾아보니 곡물에 과일을 넣으면 산패가 빨라진다고 하더라고요. 덩어리 큰 외국산 견과류, 예를 들어 캐슈너트를 잘라서 넣어도 마찬가지에요. 통깨는 오래 가는데 깨소금은 산패가 빠른 것과 같은 식이죠. 그래서 저희는 세절(細切)하지 않는 통곡물, 홀(whole) 그레놀라로 갔어요. 제주의 귀리와 메밀을 써서 그레놀라 본연의 맛을 추구하고, 당분을 낮추고, 비건 인증도 받고요, 설탕이나 꿀 대신 아가베 시럽을 썼어요. 확장을 이렇게 하고 있어요. 



전: 이렇게 쫀득이에서 끼니키트까지 잇더컴퍼니의 발전상을 듣게 되는 건가요?


김: 잇더컴퍼니 회사 안에 맘마레시피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첫째로 출시, 두 번째로 ‘맘편한’과 ‘그린잇’이라는 식품 브랜드를 출시했어요. ‘맘편한’도 까다로운 기준으로 만들었지만 대중적이어서 쫀득이를 내놓았고, ‘그린잇’은 보다 ‘프리미엄’해서 그레놀라를 내놓았어요. ‘그린잇’은 자연과 건강을 내가 함께 먹는다는 의미에요. ESG 철학을 담았어요. 퍼즐 조각을 이렇게 에지(edge: 차별화) 있게 만들었지만 사실 저희가 목표하는 건 간식이 아니잖아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보니까 저희 경쟁력, 즉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려면 보관이 용이해야 하고요, 또 관점을 바꿔야 하는 거에요. 특허를 내서요. 이것도 보여드릴게요. (사무실에서 직접 끼니키트를 가져온다) 이것도 일종의 큐레이션인데, 이건 쌀이 들은 캔, 제주도산 말린 나물, 간장, 참기름, 또 조리법이 다 있죠. 전자레인지 전용 밥솥이 같이 들어 있잖아요. 이 밥솥에 물 양만 조절해서 쌀 한 캔을 넣고, 나물 팩을 뜯어서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밥이 됩니다. 그 다음에는 간장과 참기름을 비비면 끝! 요리를 어려워하는 분들은 스파게티 면만 삶아도 불을 내잖아요. 육아하는 엄마들은 아이 안고 된장찌개 하다가 화상 입고요. 요리를 안 하면 집에 가스를 안 들여 놓기도 하죠. 우리는 이렇게 전자레인지로 건강한 밥 한 끼가 뚝딱이에요.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죠. 


전: 발상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밀키트가 굉장히 부각되었지만, 비싸고, 그 안의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는 불만이 있었죠. 맛이 자극적인 점도 있고요. 그런데 잇더컴퍼니의 끼니키트는 다르다는 거죠? 다를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관점의 전환?


김: 관점을 바꾼 거죠. 원물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프레시함(신선함)’이지만, 우리는 밥을 먹을 때 완성된 밥의 신선함을 중요하게 여긴 거에요. 만약에 냉동·냉장이 되면 보관이 힘들고 맛은 냉동식품 맛이 돼요. 하지만 저희 키트(kit)의 나물은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살아 있는 나물이 되어요. 그래서 우리 키트는 밀(meal:식사)키트가 아니라 조리키트라는 거에요. 손맛으로 한 끼가 완성된다는 콘셉트가 완성되는 거죠. 손맛이 없는 분들도 우리 키트로 밥을 하면 엄마가 만든 것 같은 밥을 만들 수 있어요. 손맛이 필요한 초보 엄마, 손맛이 그리운 1인 가구가 저희 타깃(목표 고객층)이에요.


전: 그래서 ‘혼족의제왕’과 협업을 하신 거고요. 


김: ‘혼족의제왕’과 MOU를 맺은 이유는 맘마레시피가 혼자서 1인 가구를 공략하기에는 혼선이 생겨요. 


전: 브랜드를 따로 만드시는 건 왜 고려하지 않으셨나요?


김: 그건 나중이 되어야 하고, 일단 맘마레시피가 확실한 1등이 되어야 하니깐요. 맘마레시피는 엄마, 가족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소통 및 교류)을 이어 갈 거고요. 1인 가구를 목표하는 혼족의제왕과 1인 가구 식생활 개선 캠페인을 해서 1인 가구층도 섭렵하는 거죠. 혼족의제왕이 1인 가구를 위한 콘텐츠를 하고 있는데 커머스(상거래)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1인 가구들은 컵라면을 주로 사잖아요. 영양 대신 편리함을 추구하는 거에요. 1인 가구는 밥솥도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우리는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인데, 1인 가구는 대체적으로 가성비를 추구하잖아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우리 끼니키트랑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협약을 맺었어요. 혼족의제왕과 양쪽을 공략하는 거죠. 미국으로 수출도 할 거고요. 국내 출시는 이미 했지만 아직까지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어요. 저희는 전략을 치밀하게 짜는 편이에요. 어설프게 출시하면 복제품만 나오죠. 이 끼니키트는 지자체와도 협업을 도모하고 있어요. 


전: 지방 특산물이 끼니키트에 들어가면 원물 생산자도, 소비자 모두에게 좋겠는 걸요? 


김: 이 ‘벼꽃향미’라는 게 전라북도에서 만든 신품종 쌀이에요. 전자레인지 밥솥의 한계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밥이 설익거든요. 이 쌀은 수분 흡수율이 굉장히 좋아요. 나물은 제주도산이죠. 전라북도 쌀에 제주도 나물. 형태는 이렇게 가되 내용물은 계속 변화를 줄 수 있죠. 밥솥은 기성품을 쓰고 있는데 크기가 약간 커요. 저희가 만들 수 없어서요. 그래서 1인용 전자레인지용 압력 밥솥을 만들고 있어요. 


전: 직접 제작하신다고요?


김: 네. 


전: R&D 비용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겠는데요?


김: 네, 해야죠! 그 밥솥을 예쁘고,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면 브랜드 굿즈(기획 상품)가 되고, 새로운 식문화의 플랫폼(거점)도 되는 거죠. 


전: 와, 전략이 정말 치밀한데요?


김: (웃음) 치밀해 보이는 거에요. 


전: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신 거잖아요. 그 그림대로 가려는 거 아니세요?


김: 지나고 나서 다 짜맞추는 거죠. (웃음) 정작 순간에는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생각되죠. 현실이 그렇잖아요? 지나고 보니까 다 이유가 있던 거죠. 간식 박스 할 때 IR을 가서 ‘끼니키트라는 것을 하려고 합니다!’, ‘밀키트의 관점을 바꾸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간식 박스도 제대로 못 팔면서 무슨 끼니키트야, 정신 차려’라는 반응을 듣곤 했죠. 


전: 극단적으로 회의적인 분들만 만나 뵌 걸 수도 있죠. 


김: 그래도 저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계속 특허 등록을 했어요. 간식 박스 하고 2년 동안 특허가 나올 때까지 저는 계속 수정을 하면서 특허가 등록되자마자 끼니키트를 출시한 거죠. 그렇게 다들 ‘너 왜 그러니’ 할 때 와이앤아처만 저희를 응원했어요. 투자자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에요. 


전: 그렇죠. 어쨌든 잇더컴퍼니의 성장에 우여곡절이 내재했지만, 이 성장이 가능했던 건 대표님께서 먹거리에 대한 선구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김: 그걸 제 입으로 말하기가…(웃음) 인사이트 정도로 할까요? 


전: 괜찮습니다. 제가 먼저 말했으니까 문제없죠. (웃음) 게다가 인사이트를 순화하면 선구안이 됩니다. (웃음) 여하튼 이유식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매일유업에 가지 않았더라면, 미스터피자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김: 대기업에 가 있겠죠? (웃음)


전: 대표님은 언제든 창업을 할 것처럼 느껴져요. 제가 스타트업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 민족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느끼거든요. 


김: 아, 맞아요.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 이렇게 저를 몰고 가네요. (웃음) 재밌는 것 같네요. 예전 대기업에 있을 때 조리식품 팀이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나가서 네가 해’라고 퇴짜를 맞곤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정말 나와서 하고 있잖아요. 정말 행복해요. 성공만 하면 더 행복하겠지만요. (웃음)


전: 충분히 성공하셨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2019년 시작했는데 3년 차에 이러한 방향성과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김: 다행인 건, 아, 혹시 서동요 아세요? 바이럴(입소문)의 원조.


전: 선화 공주요? (웃음) 


김: 서동이 ‘나는 선화 공주와 결혼할 거야’라고 노래를 부르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결혼을 하잖아요. 그게 바이럴 마케팅의 시초죠. (웃음) 


전: 그렇긴 한데 바이럴 마케팅의 시초를 논하기엔 다른 적절한 예시가 있지 않을까요? (웃음)


김: 제가 생각할 때는 서동요가 최초에요. 창업할 때부터 제가 노래를 부른 게 두 개나 있어요. 팁스(TIPS), 디캠프(D.Camp). 그런데 작년에 두 개가 다 된 거에요.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는데 굵직한 지원사업을 단계별로 밟았고, 지난달에는 ‘퍼스트펭귄’까지 됐죠.


전: 이러한 단계를 밟는 것이 우연한 행운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시죠?


김: (잠시 곰곰이 생각하고는 딴딴한 목소리로) 그렇죠. (웃음) 그쵸, 그쵸. 그래서 이제 망할 확률은 20% 이하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려보고 싶습니다. 


전: PB 상품을 제조하시지만,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도 맘마레시피의 박스에 들어가잖아요. 그렇다면 그 제품도 맘마레시피의 신념에 부합해야 하고, 대표님도 검증을 해야 할 텐데요. 그 공정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김: 맘카페에서 찾아요. 소비자가 검증한 거니까요. 그렇게 1차적으로 목록을 구축하고 구매해요. 


전: 그런데 스타트업처럼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숨어 있는 제품이 많지 않나요?


김: 네, 그런 제품이 맘카페에는 다 나와요. 맘카페는 정보의 산실이에요. 


전: 하지만 먹는 것에 조심하기 때문에…


김: 조심하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는 거에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먹거리나 병원은 중요하고 예민한 정보이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하면 타격이 크거든요. 엄마들 사이에서도 게시물을 올리면 댓글에서 다 확인이 되어요. 게시물이 광고면 댓글에서 광고를 잡아낼 정도에요. 반면 정말 좋은 제품에는 댓글에 다 진심이 담겨요. 그렇게 엄마들 사이에서 알려진 제품들을 사서 우리가 1차적으로 검증을 하죠. 맛부터 성분까지, 그 다음에 전문 검증단에게도 검증을 맡기죠. 의사, 약사, 영양사, 간호사, 음식 평론가, 채소 소믈리에, 교수님에게 검증을 받아요. 성분, 맛, 임산부에게 좋은지 나쁜지.


전: 그 검증단은 어떻게 갖추셨어요?


김: 지인으로 시작했는데, 제가 워낙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 보니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 많아졌어요. 


전: 경력이 워낙 길기도 하시니깐요.


김: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만난 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죠. 검증 과정에서 쓴소리도 해주시고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이 재료는 임산부에게 정말 안 좋아’라는 이야기 같은 거요. ‘식감이 딱딱해서 안돼’라면 제품을 빼죠. 마지막으로 엄마 검증단이 있어요. 임산부와 수유부로, 처음에는 제 지인 분들이 해주셨는데 나중에는 고객 중에 친분이 생긴 분들에게 의견을 모아서 최종적으로 검증이 완료되어야 큐레이션 제품이 들어가요. 그런데 저희가 팁스라는 기술지원사업을 통해서 이런 과정들을 시스템화하려고 AI 큐레이션이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데이터라든가, 후기라든가, 개인의 성향을 조합해서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만약에 내가 출산을 했는데, 출산을 하면 밀크 캐러멜을 먹어도 이빨이 빠질 정도로 굉장히 약해지거든요, 씹는 걸 먹고 싶다면 본인의 수요, 건강 상태에 맞춰 추천을 해 주는 거죠. 그런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전: 여기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 보니 왜 식사가 아니라 간식부터 강조했는지 납득이 갑니다. 


김: 이유는 나중에 만들어요. (웃음) 돌이켜 보니 이런 이유일 수 있겠구나. 엄마는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요. 짜장면을 시켜서 먹으려고 비벼 놓고도 아이가 울어서 재워 놓고 나오면 덩어리가 되어 있는 거죠. 배는 고프고요. 엄마들이 의외로 영양 실조가 많아요. 엄마들이 아이를 안고 밥을 먹기가 힘드니까 한 손으로 간식을 먹으면 어떨까, 하지만 건강할 수 있도록 엄마의 상태와 육아 주기에 맞춰 큐레이션을 하면 어떨까. 이렇게 길이 이어진 거죠. 간식, 그리고 큐레이션. 


전: 기업 자료를 살피니 고객지원 프로그램과 ‘오지랖 선물’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무엇인가요?


김: 간식 박스에 제품이 여섯 개, 일곱 개 들어 가거든요. 가령 박스 하나에 간식 여섯 개가 들어가면 3만 5천 원인데, 소비자가 직접 계산을 해서 정가를 더하니 3만 6천 원이에요. 소비자는 이득이 없다고 느끼죠. 하지만 저희는 박스 포장비, 배송비에 이미 손실이 생기거든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봤다고 느끼죠. 그래서 소비자에게 감동으로 가치를 올릴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서 ‘오지랖 선물’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출산하고 수유하는 엄마들의 꿈은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면서 파리바게트의 단팥빵을 먹는 것이래요. 엄마들이 아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 못하지만 그 욕구를 달래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룸 스프레이. 서울숲 향을 내는 룸 스프레이가 있어요. 거기에 더불어 아침 이슬 냄새. 제품을 협찬 받아서 박스에 넣었어요. 엄마들은 아이가 있으니까 스프레이를 공중에 뿌리면 아이에게 닿을까 조심스럽잖아요. ‘커튼콜’이라는 닉네임(별명)을 붙여서 커튼에 뿌리도록 하면 바람이 불 때 향이 솔솔 나는 거죠. 혹은 엄마들에게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 아기가 그림 공부하는 문구(文具) 용품을 넣어줘서 ‘그동안 빨리 드세요’ 하는 거죠. 이게 시작이었는데, 문제는 오지랖이라는 단어였어요. 저희가 정품을 넣어줘도 오지랖이라는 단어 때문에 공짜로 인식하시는 거에요. 브랜드 가치 전달이 되는 게 아니라 서비스라고 보는 거죠. 이름을 바꿨어요. ‘어메니티(amenity)’로요. 호텔에 가면 주는 용품이잖아요. 육아 어메니티라는 이름으로 먹거리에 도움이 되는 장비들, 용품들을 주는 거에요. 


전: 어메니티가 호텔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잖아요. 


김: 맞아요. 저희도 호텔 서비스처럼 큐레이션하자는 거죠. 하지만 원칙은 샘플이 아닌 정품이에요. 저희는 정품만 넣어요. 탈모 관리를 위한 박스가 35,000원이라면 35,000원짜리 탈모 관리 샴푸 정품이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까 소비자들은 탈모 관리 박스를 살 때 박스를 열면 더 이상 계산을 하지 않죠. 일단 상품을 보는 순간 이득이라고 생각할 테니깐요.


전: 단가 맞추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김: 처음에는 원가 수급이었는데, 이제는 브랜드 이름이 알려져서 업체에서 연락이 와요. 어메니티라는 이름으로 저희가 제품을 넣어주면 그 제품은 업체의 타깃에게 직접 전달되는 거죠. ‘애매하게 샘플 만들지 말고 우리와 같이 하자’고 하면 원가 수준 이하로 받고 간식으로 나머지를 채워서 수익의 폭이 커지는 거죠. 요즘에는 기업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요. 


전: 그 기업 목록에 매일유업도 있던데요?


김: 매일유업 셀렉스에요. 


전: 지금 잇더컴퍼니에 계시는 직원은 몇 분인가요?


김: 열한 명이에요. 저희가 조직을 새로 세우고 있어요. 마케팅 팀, 온라인 사업 팀, 경영 지원 팀 이렇게 크게 세 팀이에요. 


전: R&D는요?


김: R&D는 협력사와 함께해요. 그리고 마케팅 팀은 저와 같이 해요. 콘셉트가 중요해서요. 제품 개발은 협력사와 같이 하고요. 


전: 협력사들과의 신뢰는 어떻게 쌓고 유지하세요?


김: 처음에는 저희가 막연하게 연락할 때는 맘마레시피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만 설명이 오래 걸렸어요. 이제는 같이 성장해요. 우리와 같이 하면서 그쪽에서도 설비를 늘려요. 예전에 한 달에 10개 팔렸다고 했잖아요. 이제는 만 개가 팔리니 규모가 천 배가 커졌죠. 그쪽에서도 매출이 그만큼 확보되는 거죠. 동반 성장도 되고, 소개도 해주고, 업체에서 생산을 하면 같이 만들자고 제안도 하고요. 


전: 증명을 하니 신뢰감이 쌓이는군요.


김: 제주도에서도 같이 하는 업체가 생겼어요. 같이 기획하고 생산해요. 협력사의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동반자)의 관계인 거에요.


전: 서울에서 제주도로 본사를 아예 옮겼으니 장단점이 아무래도 확연히 존재할 것 같습니다. 본사로 갈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부터요. 또 제주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에 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 처음에는 부담이 컸죠. 교통비가 있잖아요. 제주도는 생산 거점의 개념이에요. 올해 말부터는 현지 직원들을 갖추려고 해요. 내년부터 우리 제품의 생산을 늘리려고 하거든요. 원료 발굴부터 생산까지 부서 중심으로 설치하고요. 지금은 제가 제주도를 오가고 있어요. 어차피 사무를 보는 곳은 서울이어서요. 제주도로 본사를 옮긴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일시에 옮기면 기반이 없어지는 거죠. 사실 초기에는 영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에 있어야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안정이 되면 제주도에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니까 일단 제가 왔다 갔다 해요. 다행히 계획대로 되고 있어요. 운이 좋게요. 이제 제주도에서 지원사업도 받아야죠.


전: 제가 혼족의제왕도 거론했지만 이전에 차유람 대표님도 인터뷰했다시피, 잇더컴퍼니는 스타트업치고는 기업과의 협업(collaboration)을 하는 편인데 이것도 다 계획이신가요?


김: 저의 목표는 MOU 100개입니다. 간절하고요. 세상의 모든 육아 관련 브랜드와 MOU를 맺고 싶어요. 육아 사업을 하고픈 분들은 맘마레시피와 협업을 하면 육아 사업을 하는 회사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육아의 허브(hub: 중추)가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지금 ‘프롬맘’이라는 브랜드는 저희와 협업하면서 한국에 안착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입소문이 나면, 맘마레시피가 단순하게 커머스(상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육아의 플랫폼이 되는 거에요. ‘헤이마마’라고 홈 트레이닝 브랜드와 협업을 했는데요. 엄마들에게 크리스마스에 홈 트레이닝할 수 있도록 쿠폰을 넣어드렸어요. 육아를 하는 모든 브랜드는 맘마레시피에 노크하세요. 지금도 웬만한 브랜드와 연락은 하고 있습니다. 


전: 해외 진출의 경우에는 어떤 국가를 염두에 두고 계신가요?


김: 현재 베트남과 미국이요. 베트남 같은 경우에는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아서요 호치민에 법인 설립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 LA에 기반해서 현지 한인이나 교포 분들이 우리 끼니키트를 접할 수 있도록 법인 설립 중입니다. 한국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의 K-푸드를 전달하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전: 제가 잇더컴퍼니에게 놀라웠던 점은 스타트업이기에 생존이 시급한데도 이기적으로 자기 생존만 챙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코로나 격리시설에 제품을 전달한다든가 미혼모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이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김: 사실 예전에 회사에서 사회 공헌 담당을 했어요.


전: 정말이지 안 한 것이 없으시네요. (웃음)


김: 미스터피자에서도 결식 아동 돕기를 했었죠. 내가 잘될 때 하는 건 기부가 아니에요. 자기 과시에요. 우리가 필요할 때,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부라고 생각해요. 그게 공헌이고요. 지금 서울시의 재단과 미혼모 시설, 곧 제주도에서도 이런 공헌 활동을 이어 가려고 하는데요. 사실 이게 큰 돈이 드는 건 아니에요. 사회 공헌 활도에는 두 가지 효과가 나요. 홍보냐, 가치 보전이냐. 홍보도 있겠지만 저는 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여겨요. 그래서 사진을 찍지 않아요. 어차피 저희가 원하는 건 가치를 지키는 것이니깐요. 더 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워요. 하지만 정기적인 기부로 이어지도록 조금씩 늘리고 있어요. 미혼모 시설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요. 총 수용 인원이 30~40명 정도고, 한 번 입소에 대여섯 명이어서 저희가 챙겨 드리는 정도에요. 


전: 기부가 절대 쉬운 것이 아니에요. 


김: 쉬운 것이 아니죠. 하지만 가치를 지키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 잇더컴퍼니의 직원 분들도 이러한 대표님의 신조를 이해하고 계신가요?


김: 일단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웃음)


전: 저는 직원은 아니지만 이해가 됩니다. (웃음)


김: 브랜드를 지키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으니까요. 사실은 저희가 지켜야 할 것은 제품이면서도 브랜드 가치에요. 마케팅을 하면서 그렇게 배웠고요. 저는 제가 마케팅을 배운 점이 큰 장점이라고 여겨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케팅을 간과해요. 


전: 네, 맞아요. 


김: 보이지 않는, 빠져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하죠.


전: 기술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스타트업을 하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김: 양쪽에 다 딜레마가 있는 거죠. 


전: 그렇겠죠. 개발자라고 해서 유리한 것도 아니고, 마케터라고 해서 유리한 것도 아니겠죠. 각자가 하지 못한 경험이 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테니깐요. 


김: 저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은 버스를 타는 것과 똑같다고 항상 이야기해요. ‘버스를 언제 탈까’ 하는 고민이 곧 ‘마케팅을 언제 할까’ 하는 고민과 같아요. 다들 돈을 잘 벌게 되면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관건은 버스가 출발할 때 타느냐, 속도가 붙은 다음에 타느냐. 이건 천차만별이에요. 속도가 붙기 전, 버스가 멈췄을 때 타면 제일 쉽고, 조금 달리기 시작할 때 타는 건 힘겹지만 가능은 해요. 그런데 속도가 붙으면 못 타요. 마케팅이 그런 거에요. 처음부터 우리가 해야 나중에 크면서 성과로 받을 수 있어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쌓이고 있는 거죠. 저는 제가 마케팅을 한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대표니까 그쪽에 투자를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브랜드 키우기에도 집중할 수 있고요.


전: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은 흔하지 않죠? 이르다고들 많이들 말씀하세요.


김: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생기고 있어요. 저도 다른 대표님들 만나면 그런 아쉬움이 보여요. 마케팅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림을 못 그리고 계세요. 눈 앞의 현실에만 집중하세요. 사실 숲을 봐야 나무를 어떻게 심을지 알잖아요. 그래도 정답은 없으니까요. 마케팅 없이 대박이 나면 마케팅이 필요 없는 거겠죠?


전: 대박 나면 정답이 되겠죠?


김: 유퀴즈(TV 프로그램)에 나오면 정답이 되는 거죠. 제 마지막 버킷 리스트가 유퀴즈 출연이에요. 


전: 마지막 버킷 리스트요? 그러기에는 굉장히 가까운 미래에요. (웃음)


김: 아니에요. (웃음) 어려울 것 같아요. 어쨌든 유퀴즈만 나오면 폐업 확률은 제로(0, 영)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렇겠죠, 아무래도. 


김: 제 기준에서는 그래요. (웃음) 그래서 계속 노래 부르고 있어요.


전: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 유퀴즈 출연이죠.


전: 올해요? 올해 하반기 시작됐는데요?


김: 아직 6개월 남았어요. 


전: 대표님 출연하시면 제가 주변에 자랑할게요. ‘저 대표님, 저렇게 유명해지기도 전에 내가 인터뷰했다’ 이렇게요. 


김: 올해라고 해야 내년에는 나오지 않을까요?


전: 그럼 지금 대표님이 노래했던 것들이 다 이뤄지고 있잖아요.


김: 저는 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성취의 원동력은 노래다?


김: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이유는 가슴 속에 항상 그 소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순간에 소원을 꺼낼 수 있을 정도면 가슴 속에 이미 새겨 있다는 의미잖아요. 저는 그게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죠. 요즘 유퀴즈를 보면서 주제를 확인하고 있어요. 아직 주제에 육아는 없더라고요. 육아로 될지, 먹거리에 진심인 사람이 될지 어떤 주제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전: (웃음) 저는 육아를 추천해요. 


김: 육아 분야에서 잘 나가는 분들이 그런데 또 많으세요… 한 회에 네 분이 나오시는데 그 안에 속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육아 분야에서 유니콘도 많아요. 


전: 대표님에게는 돈보다 이야기가 있잖아요. (웃음) 목표를 이야기했으니까 목적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김: 행복이죠. 


전: 누구의 행복이요?


김: 저의 행복은 당연하고요. 직원의 행복은 다소 이상이라고 봐요. 저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인력에 관해서 어려움을 느껴요. 스타트업은 불안정하잖아요. 인력 채용이 힘들어요. 어떻게 행복을 느끼면서 다닐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 행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의 행복을 강요할 수 없는 거죠. 그 이상을 내려 놓는 대신 직원의 불행을 막아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는 직원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행복의 관점이 정말 다르잖아요. 스타트업의 최대 복지는 생존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문화도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하죠. 그래서 저희는 ‘뇌스트레칭 데이’라는 걸 가져요. 한 달에 한 번씩, 월차에 상관없이 반차를 줘요. 전시회를 가도 되고, 카페에 가도 되고, 무얼 해도 상관없지만 뇌를 스트레칭해야 해요. 저희 방향의 씨앗을 물어 오는 목적이에요. ‘어제 여길 갔는데 제품이 예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요. 그런 경험과 감상을 공유하는 거죠.


전: 그건 쉬는 게 쉬는 게 아닌데요.


김: 그러니까 하루면 되는 거죠.


전: (웃음)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한 걸까요?


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 회사가 행복해야 직원이 행복한 걸까요?


김: 회사가 행복해야 직원이 불행하지 않다. 행복-행복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회사가 부끄럽지 않아야 직원이 불행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배민(배달의민족)’처럼 되고 싶었어요.


전: 다들 배달의민족을 그렇게 언급하세요.


김: 배민이 상징이잖아요. 성공의 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배민은 해고당하고 싶지 않은 회사잖아요. 배민에 들어가고 싶기도 하지만 배민에서 해고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거죠. 적어도 좋은 회사의 조건은 주인의식이 아니라 내가 잘리고 싶지 않은 회사에요. 그게 배민이 될 수 있고 다른 대기업이 될 수도 있어요. 다만 스타트업에게 배민이 대기업이니깐요. 지금 직원들 입장에서 우리 회사는 언제든 나갈 수 있는 회사에요. 내가 잘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회사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회사인 거죠. 그런데 내가 잘리지 않고 싶은 회사가 되면 우리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요. 그게 자부심이 되는 거에요. 어디에 가서 ‘배민 다녀요’ 할 때와 ‘잇더컴퍼니 다녀요’ 할 때 반응이 다르겠죠. 배민은 다들 알잖아요. 


전: 규모 면에서 어느 정도까지 성장하고 싶다는 의미를 잘 알겠습니다. 


김: 삼성도 다들 가고 싶어 하잖아요. 그게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럼 거기 들어가면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잖아요.


전: 그렇지도 않던데요.


김: 맞아요. 제 친구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래도 어디 가서 명함은 당당히 내밀겠죠. 


전: 저는 쥐뿔도 없는데 명함 당당히 내밀어요.


김: 그럼 저만 그런가 봅니다. (웃음) 


전: 이제 유퀴즈 나오면 더 당당해지시겠죠. (웃음)


김: 유퀴즈 나오면 명함에 유퀴즈 몇 회라고 적어 놓고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도록 QR 코드 기입할 거에요. (웃음)


전: 그때 명함과 사인 받으러 다시 오겠습니다. (웃음)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인터뷰를 한다면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이런 질문은 받고 싶었는데 제가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건 어떠세요?


김: 저는 이제 회사를 접은 대표님들 소식을 요즘 들어요. 가끔 들려요. 스타트업의 생존 비결은 뭘까. 이제까지 아무도 저에게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아무도 묻지 않으셔서요. 


전: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다 생존 비결 아닌가요?


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보여줄 때까지 버티는 것이 생존의 힘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못 버티는 거에요. 돈이든 사람이든 성공이든. 대부분 돈이든. 저는 정부 자금으로 버텼지만 그걸로도 모자라서 회사들이 힘들어 하는 거죠. 두 가지가 있어요. 버티는 돈, 도약하기 위한 돈. 저는 버티는 돈은 정부지원사업으로 다행히도 벌어서 살 수 있었어요. 물류도 있고 꿈도 있어서 도약하기 위한 돈으로 시리즈 A를 준비하고 있는데 결론은, VC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웃음) 


전: (웃음)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대사 중 ‘시는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는 대사가 있는데, 대표님이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하세요? 


김: 항상 갈구하는 건 사람이에요. 스타트업을 할 때 오른팔들을 많이 만들어 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전: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김: 그게 굉장히 어려워요. 내부에 긍정적인 반항을 할 수 있는 사람, 이타적인 ‘똘끼’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힘을 더해줘요. 저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노를 저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노를 잡고만 있는 사람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노를 반대로 저어요. 그러면 회사는 헛바퀴를 돌죠. 노를 잡고 있는 사람이 제일 나은가? 노를 같이 저어줄 사람이 제일 필요한데 어떻게 찾지? 이게 굉장히 딜레마에요. 앞에서도 인력에 관한 고충을 언급했지만요. 


전: 다른 대표님들도 그 고민을 꽤 크게 하세요. VC에게 어필(호소)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창업 멤버라고 하더라고요. 


김: 아예 서울대 출신들만 모인 회사에만 투자하는 VC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리스크(위험)가 적으니깐요. 학벌보다는 마인드(마음가짐)가 중요한데 말이에요.


전: 그럼 대표님이 항상 갖고 가는 마인드는 뭔가요?


김: 스타트업은 배낭여행이다. 철학이에요. 옛날에 배낭여행 갔을 때도 변수가 참 많았어요. 저는 행선지도 정하지 않고 갔어요. 마찬가지로 난관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이에요. 배낭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에요.


전: 크게 공감합니다. 


김: 어떤 사람들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서 일정을 바꿔서 동행하기도 하고요.


전: 맞아요. 저도 그렇게 다녔어요. 


김: 어떤 사람들은 같이 출발했는데 대판 싸워서 중도에 갈라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타트업이 배낭여행이고, 그게 바로 스타트업의 묘미에요. 만난 멤버가 사기를 칠 수 있고, 강도도 만날 수 있고요. 멤버를 잘 만나는 여행의 길을 찾고 싶어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여행 같은 회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그동안 노숙을 너무 많이 해서요.


전: (웃음) 그렇게 하다가 호텔 침대에 누울 날도 생겨요.


김: 그렇죠. 노숙만 할 수 없죠. (웃음)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전용 본문

http://www.asiaherald.co.kr/news/26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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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스트에서도 이 확장판을 그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naver.me/5PZNJ5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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