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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Jan 06. 2019

별자리를 새기듯이

오보이 69호 Colorful Hongdae 편 기재 글 (2016년)

- 홍대와 감각, 그리고 개인에 대하여 -  


우리는 장소에 무감각하다. 겉모습에 휩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좌우되어 그 장소의 본질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특히 알려진 장소, 관광명소의 앞에선 그 장소에 대한 무감각은 더욱더 심화 된다. 그런데 여기, 장소에 대한 무감각을 무너뜨리고 자신들만의 인식으로 장소에 대한 감각을 세우려는 이들이 있다. 장소는, ‘홍대’다.  

‘홍대에 대해 의문이 든 사람’인 필자가 ‘지금 홍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 ‘홍대에서 한때 머물었던 사람’, ‘홍대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 각각 현재 홍대에 대한 인식을 질문했을 때, 세 사람 모두 굉장히 답변하기 난감해했다. 홍대를 직접 마주하기 전에 세 사람 모두, 다른 이들이 쌓아올린 홍 대 특유의 이미지에 사로잡혔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들은 홍대에는 막연히 다양한 볼거리와 멋들 어진 것들이 거리에 있을 것이고, 혹은 홍대는 유흥의 공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부딪쳐보니 그 생각은 달라진다.   


“뭔가 홍대에 대한 완벽한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졌어요.”(says, 홍대를 스쳐지나가는 사람)  


다른 이들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직접 경험해보면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 된다. 홍대의 다양한 볼 거리는 현실과 부딪히다보면 일상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지금 홍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늦은 밤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길거리 버스킹 공연을 본 기억을 좋아한다. ‘홍대 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은 홍대의 뜸한 거리에서 아는 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위로받 은 기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그런 뜸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적절한 익숙함에 대해 발 견했다고 한다. 또 홍대는 영향력으로도 작용한다.  


“홍대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서 나도 나만의 것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says, 홍대에서 한때 머물었던 사람)  


‘홍대에서 한때 머물었던 사람’은 홍대에서 살았던 자체를 좋아했고 그 기억이 편안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한다. 그는 홍대의 젊고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인에 큰 인상을 받았고, 그

런 모습이 자신이 정체성을 찾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같은 홍대였지만, 다른 홍대이다. 누군가가 홍대에서 익숙함을 발견했다면,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홍대의 역동적인 모습에 영 감을 받았다. 셋 다 다르지만, 모두 맞다. 그 장소로 직접 들어가 자신과 그 장소의 교집합을 찾 는 것으로 장소에 대한 무감각을 무너뜨릴 수 있다.   


“어딜 가나 그 지역의 환경만이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잖아.”(says, 지금 홍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  


홍대에 가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홍대에 가서 각자의 홍대를 발견하는 건 홍대를 방문 한 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발견이 새로운 인식을 만들고, 그 인식이 모여서 그 장소의 본질이 된 다. 결국, 그 장소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그 장소를 마주하는 자의 감각과 경험으로 귀결된다. 장소는 장소를 방문하는 자로 인해 비로소 빛난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홍대에 갈 것이다. 소비형 관광객으로, 아티스트로서, 또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 세 사람도 각자의 이 유로 홍대를 계속 갈 것이다. 이 세 사람은 앞으로의 홍대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젊은 한국인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또는 사라져가는 예술인들이 들어설 수 있는 곳으로 좋은 에너지를 발산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세 사람과 앞으로 홍대를 방문할 이들이 홍대에 새길 감각과 경험 이 후에 어떤 홍대를 만들어나가게 될지 궁금하다. ‘홍대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인 필자가 후 에 홍대에 갔을 때 과연 누구의 감각과 경험이 서려있는 홍대를 마주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우주에 새겨진 별자리가 우리 눈에 차마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그 자리에 별자리가 새겨 져있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안다. 이처럼, 홍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 감각과 경험이 홍대에 영원히 새겨져 있길 바란다.   



* 이 글을 가능하게 해 준 ‘지금 홍대에 머물고 있는 사람’, ‘홍대에서 한때 머물었던 사람’, ‘홍대 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당신들의 감각을 홍대에 새겨, 언제든 떠올려도 그 기억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길 바랄게요.  



2016년 여름에 씀

(이후 아무 수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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