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
선생님,
그래도 제가 오른손은 나름 잘 치죠?
윗성부만 들으면 거슬리는 것이 딱히 많지는 않은데
아랫성부가 합쳐지면 많은 것들이 어긋나기 시작해요.
저는 당황스럽고 이상하여 다시 윗성부만 치면
다소 아슬아슬하지만 괜찮거든요. 그런데 다시 같이 치면
덜컹거려요. 그럴 때마다 왼손을 안 치면 어떨까 생각해요.
연주라는 건 윗성부와 아래성부의 조화에 기초하는데
아랫성부를 안 칠 수 없잖아요. 아랫성부를 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죠.
윗성부가 피와 살이면, 아랫성부가 골격인 셈이니까요.
저는 그저 피아노를 칠 때마다 왼손으로 치는 아랫성부가, 그 기본이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체감할 뿐이에요.
그리고 그 기본이 아직도 잘 되지 않는구나 놀랍기만 하고요.
기본이 멜로디를 받쳐 주는데, 기본이 불안정하니
기껏 치는 멜로디가 잘 들리지 않나 봐요. 잘 가닿지 않나 봐요.
저 외에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이에요.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eerouri/149
<둥글게 둥글게>
-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천 냥 빛
- 하농
- My Life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