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
선생님,
어떤 곡의 어떤 구간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어요.
분명히 틀리지 않았는데 그다지 인상 깊게 들리지 않는 건
그 구간에 대한 해석이 덜 완전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매번 다르게 시도하고 있어요.
다르게 말하면, 듣기 좋은 선율은 못 내고 있는 거에요.
그렇게 피아노를 치는 저도 썩 달갑지 않고요.
저라고 해서 듣기 따가운 것만 치고 싶겠어요.
그렇지만 계속 깨져야 해요. 깨지 않으면 안 돼요.
맞지 않는 것들이 깨져야
맞는 것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깨져봐야 알 수 있어요.
깨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아파하는 것도 나쁘죠. 매 시도마다 안타까움이
강하면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칠 때는
실패에 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필연이니깐요.
이러한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eerouri/149
<둥글게 둥글게>
-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천 냥 빛
- 하농
- My Life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