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른이 머지않은 고등학생 소년을 발견했다. 다듬지 않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교복 셔츠를 바지 바깥으로 빼고 나이키 추리닝 바지 같은 걸 입었다. 내가 감동한 지점은 깔끔하게 멘 넥타이와 똑 떨어지는 셔츠 각이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동그란 안경을 쓴 꼬마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 같아도 그럴 수밖에. 소녀는 소매가 부푼 빨간 체크 세일러 상의에 샤랄라한 치마를 입고 나비처럼 팔랑팔랑하였다. 흰 스타킹에 까만 메리제인을 신고 말이다. 너, 주변 친구들에게 시샘 좀 받겠다?
위아래 옷이 까만색인데도 눈길이 뺏긴 이유는 잘록하게 허리를 넣었기 때문이다. 여리여리하고 싱그러운 소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등 뒤로 ‘VANS’가 크게 적힌 배낭이 보였다. 신발은 흰색 오니츠카 타이거. 그런 센스로 소년이 더 빛났다.
카키색 카고 바지에 바스락거릴 듯한 갈색 타미힐피거 셔츠를 입고 빨간 테의 안경을 쓰고 버스에 당당히 입성한 중년의 여인은 꼭 로렌 허튼 같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