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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해리 Nov 30. 2022

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스물네 번째 편지

4-24

선생님, 

5년 만인가 피아노를 다시 쳤을 때 

내가 기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해보았더랬죠. 

악보 용어 같은 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어요.

그냥 음표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는데 

그럴 듯했죠. 그럴 순 없는데요. 그러면 안 되는 거고요. 

5년 만에 다시 쳤으면 새로운 곡을 치는 것처럼

연주해야 하는 게 맞을 텐데

제 느낌에는 5년 전과 진배없었어요. 그때랑 똑같이 치더라고요. 

살아온 가닥이 그렇게 무서운 거에요. 

나의 의식이나 노력 상관없이 몸으로 익힌 건

세월은 고사하고 시간 앞에서도 끄떡없더라고요. 

저는 백지 상태가 되어 있길 내심 바랬어요. 

그런데 그 종이는 너무 열심히 꾹꾹 눌러쓴 연필 탓에 아무리

지우개로 박박 지워도, 지워도 하얘지지 않아요.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가 궁금하다면

https://youtu.be/BL1XPlWz4HY

https://youtu.be/w7UwFcIGQgY

https://brunch.co.kr/@eerouri/149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둥글게 둥글게>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마지막 편지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하농

- My Life bu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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