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선생님,
제 피아노 소리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잖아요.
그게 다 제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죠.
겹음이 하나의 소리로 나지 않는 건 제가 건반을 누르지 않는 탓이고,
앞선 마디의 소리가 아직 나는 건 제가 페달을 떼지 않는 탓이죠.
연습 부족이 자명한 소리에요.
건반을 덜 누르는 건, 그러니까 누르다 마는 건
제가 잘못 친 건반 소리가 덜 들리기 때문이거든요.
페달을 주구장창 누르는 건 소리가 아무래도 퍼지니
제가 잘못 친 건반 소리가 그럴 듯하게 나기 때문이거든요.
틀리는 게 들통나기 두려워서 어물쩍거린 거나 다름없어요.
물론 옛날에는 이 나이가 되어 피아노를 다시 칠 줄 몰랐겠지만,
뭐든 개선할 수 있는 나이에 대충, 적당히 해버려서
스스로 화근을 만든 셈이에요. 지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건반을 깊숙이 누르고, 페달을 제때 떼는데요. 어째 잘못 친 건반인데도 똑바로 하니 듣기가 썩 나쁘진 않아요.
이런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eerouri/149
<둥글게 둥글게>
- 내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천 냥 빛
- 하농
- My Life bu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