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스물여섯 번째 편지

4-26

by 전해리
KakaoTalk_20221130_234234727_02.jpg

선생님,

건반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정말 놀라운 세계를 발견해요. 이렇게까지 섬약한 줄 몰랐어요.

지그시 누르느냐, 살살 누르느냐, 재빨리 누르다 떼 버리느냐,

슬며시 누르느냐, 부드럽게 스치듯 누르느냐에 따라

소리가 확연하게 달라져요. 참 신기해요.

곡 자체의 큰 세계도 좋지만,

건반 하나 음정 하나에서 탄생되는 조그마한 세계도

참 세심하고 몽환적이고 아리따워요.

그 하나하나의 세계를 감각하고 나면 곡을 끝내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돼요. 그 속에 최대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요.

한 곡의 연주를 끝냈을 때 ‘완곡完曲’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제 경우에는 ‘느릿느릿하면서도 정성스럽다’라는 뜻의

‘완곡(緩曲)하다’가 되겠죠.

선생님, 그러고 보면 행복이나 의미 따위는

큰 덩어리가 아니라 그에 새겨진 세세한 결일지도 몰라요.


이러한 편지를 쓰는

나의 피아노 연주가 궁금하다면

https://youtu.be/BL1XPlWz4HY

https://youtu.be/w7UwFcIGQgY

https://brunch.co.kr/@eerouri/149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둥글게 둥글게>

- 원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 마지막 편지

- 샴페인 잔에 담은 우유

-

- 하농

- My Life but Bett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아노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스물다섯 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