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 JOBS의 의견

브랜드 크로키 Brand Croquis

by 전해리

잡스 JOBS _ 브랜드 크로키 Brand Croquis


사람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놓기 앞서, 다른 질문부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천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한 우물만 파면 무덤 파는 꼴이 되기 십상이라는 요즘 시대에 걸맞는 질문인 건 확실해 보입니다. 게다가 도전과 시도는 참 힘있는 단어이긴 하지만 ‘아님 말고’ 식의 책임감 없는 도전과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적성과 책임감이 어우러진 천직은 아직도 유효한가.

물론, 어떤 직업에 발을 들여놓는 첫걸음은 예측한 적 없는 우연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꺾이기 어려운 사명으로 시작되기는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또한, 완벽한 계획에 따라 계단을 밟듯이 직업을 갖는 경우는 임기응변이 더더욱 중시되는 시대에서 드물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천직은 고사하고 직업은 어떻게 찾아야 하나요?

저는 JOBS를 통해 직업은 아무런 상관관계 없는 ‘세렌티피티(Serendipity)’ 대신 개인의 관심사나 관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걸 읽어냈습니다. 쉽게 말해, 또 예를 들어, ‘이거 좀 하면 잘나 보이지 않을까’와 같은 겉치레나 ‘이거 좀 하면 돈 좀 만지지 않을까’같은 섣부른 무지가 JOBS 첫 이슈의 인터뷰이인 모든 에디터분들의 직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년시절에 기인해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는 통제욕구나 아이디어를 과감히 세상에 펼쳐보고 싶다는 포부 등 완벽한 본인 파악이 에디터란 직업으로 이끌었다는 겁니다. 즉, JOBS는 직업은 본인의 표현 욕구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두 번째 힌트는 JOBS 내 직업인과의 인터뷰와 업계 일원의 의견에서 비롯됩니다. 직업에 대한 교과서적 행보를 그대로 따르는 쪽보다는 자신만의 직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낳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라는 건 직업이 세밀화됨과 더불어 직업에 개성 부여가 허락된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JOBS에는 단순히 ‘에디터면 에디터’, ‘셰프면 셰프’의 이야기는 아쉽게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 만나는 일이 피곤해서 요리를 택했다는 에세이스트 겸 셰프, 신문사에서 조판을 배우고 미술계로 빠졌다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향한 에디터, 고유의 식재료와 농부와의 소통, 혹은 문화 형성에 힘쓰는 셰프 등 JOBS에 소개되는 분들의 면면은 가히 정석을 뛰어넘습니다. 마치 바야흐로 직업은 스스로 정의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삶이 곧 일’이라던 한 인터뷰이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고로, 이런 해답을 내어봅니다. 천직이란, ‘사람이 일에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가’이다. 모든 직업은 사람으로 인해 생생하게 살아남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어떤 신념으로 이 직업을 대하고 있는가, 어떤 방식으로 이 직업을 몇 년 동안 해왔는가, 직업 전개 중 겪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내었는가, 이 직업에 관한 고민은 무엇인가 등 결국 직업, 즉 브랜드를 만드는 건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천직을 찾고 자기 자신이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 점을 명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일과 삶의 통합(Work-Life Integration). 어쩌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의 시대 다음은 이 일과 삶의 통합(Work-Life Integration)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개개인의 철학과 정신을 직업으로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업으로 살아내겠다, 곧 천직은 유효하게 되겠군요!

JOBS의 표지엔 해당 이슈인 직업의 머리글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발행호엔 에디터(editor)의 E가, 이번 두 번째 호엔 셰프(Chef)의 C입니다. 완독 후 책장을 닫으며 다시 표지를 바라보니 이 머리글자들이 사뭇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새삼 궁금해집니다. 내가 살아내려는 직업, 나아가 천직, 그리고 ‘나’라는 브랜드는 이 JOBS의 표지 위 머리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바라는 JOBS의 표지 위 머리글자는 무엇인가요?





2020년 1월 20일 씀


위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해당 브랜드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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