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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Jul 16. 2020

우린 이미 모두 편집자인 셈 아닐까

<편집자의 일>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우리의 일'

전부터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어느 동네 책방에서 조우했다. 네가 여기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책을 덥석 집어 드는 순간 그 기쁨과 설렘을 '아는 사람'은 안다. 어서 빨리 읽고 싶으면서도 읽기 아까운 모순적인 그 마음. 평소 남몰래 흠모해왔던 분들이 책에 등장하기에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들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편집자의 일'이라는 단촐한 제목의 책이었다.

총 여섯 분의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 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책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편집자로서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과와 각자가 생각하는 편집의 중요한 포인트에 이르기까지, 간단하면서도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질문들을 한다. 대단한 편집의 묘가 투영된 책이 아니지만 답변을 성실히 모아 엮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하는 출판시장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의미가 있었다.


돌베개의 김수한 편집자님은 책에서 말한다. "독서가 마침내 취미가 되었다"라고. 시금치를 먹어야 쑥쑥 자란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이 시대에, 더 이상 책은 읽기를 권면해야만 할 대상이 아니다. 책 말고도 너무나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린 무언갈 습득하고 자아를 성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재미까지는 말할 것도 없음은 이미 잘 알 것이다.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목격한 출판 현장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되지 못한다'라는 류의 금언이 사라졌다는 것, 즉 마침내 '독서는 취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 <편집자의 일> 中


베스트셀러 순위가 변화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스테디셀러의 종수는 점점 쌓이질 못하고 그마저도 전통의 강호를 제외하면 근래 들어 꽤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은 크게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음악 시장에서의 순위조차 자본의 힘으로, '마케팅'이라는 허울 좋은 수단으로 장악되는 시국에 출판시장에서의 순위 역시 그 신뢰도에 금이 가는 요즘이다. 일장 일단은 분명 있겠지만 순위가 무어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 순위를 논할 정도로 큰 시장일까. 어쩌면 미묘한 그 판매 부수 차이로 그저 줄 세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며.


그런 맥락에서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자들과의 접점을 끊임없이 모색하고자 한다.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처하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여전히 콘텐츠라고 믿는 사람들, 자신이 믿는 바를 글과 책으로 구현시켜 독자들을 모객 하려 한다. 콘텐츠에는, 글과 책에는 여전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좋은 책'을 만들기에 매진한다. 각기 다른 출판사와 서로 다른 개인이지만 이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건 그럼에도 이들의 지향점은 한 곳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 어떻게든 '좋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 말이다.

변화하는 출판시장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번뜩이는 묘안과 날카로운 시각을 갖고 있는 편집자들, 규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믿고 추구하는 바로 인해 출판시장에서 각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출판사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지향점을 돌아보는 한편 이들이 앞서가며 내고 있는 발자국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전에도 그러했지만 내가 쓴 글을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미 편집자와 다름없다고, 난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을 통해 우린 얼마든지 표현해볼 수 있다. 출판사의 간택이 있어야 책을 출판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마음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누가 읽을지, 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 어떤 사진과 함께 어떻게 시각화를 도모할지, SNS에서부터 우린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이미 편집자다. 다름없다.


내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 있다면, 혹은 1인 출판사를 비롯해 나와 같이 독립출판의 형태로 출판시장을 기웃거리는 사람 있다면 난 이 책을 권해주겠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냐고.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 대답이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그 질문이 계속 뇌리에 맴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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