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이라 부르는 펫테크 뒤편에 드리워진 그늘
실은 나부터가 그러하다.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더 좋다. 불편하고 어두운, 그럼에도 진실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에 큰 기꺼움이 있진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기껍지 못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단면, 그것 또한 우리를 정의하는 일부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은 그러한 책임감으로 읽고 싶었다.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우리의 부끄러운 일면이기에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알려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짱절미, 뽀빠이, 달리 등 남다른 스토리와 특유의 귀여운 매력으로 수십만의 SNS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스타 강아지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사진을 넘어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역시 이러한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소재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곤 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견의, 스타 묘의 탄생을 함께 지켜보는 한편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힐링’한다고들 한다. 나 또한 강아지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귀여운 강아지들 사진과 영상을 통해 대리 만족하기도 한다. 나 또한 키우고 싶은 마음 동할 때도 많지만 그 책임감의 무게를 생각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시도해본 뒤 실패할 수 있는 무수한 일들이 있지만, 강아지를 들인다는 일은 실패를 염두에 두고 벌일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명, 말 못 하는 생명이지만 그들도 감정이 있고 인간이 우리와 충분한 교감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건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두운 이야기다. 이 책은 실제로 번식장을 통해 강아지가 태어난 이후부터 경매장을 거쳐 펫숍에 이르기까지 강아지의 입장과 감정을 담아 서술하고 있다. 번식장을 절망이 탄생하는 곳으로 표현하거나, 경매장을 체념을 배우는 곳이라고 언급한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취재 과정처럼 실제 펫숍을 개업한 뒤 경기도 관청에서 동물판매업 허가 절차 역시 밟았다. 이를 통해 실제 개가 유통되는 과정을 보다 심층적이고도 면밀히 조사해보고자 했다고 했다. 여름철 휴게소에 버려지는 강아지들의 실태를 통해 주인들의 책임의식을 촉구하는 단편적인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으로 이 반겨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능하고 있는지, 그 배후의 이야기를 통해 관련된 모든 이의 반성과 행동을 권면하고 있다.
어떤 개는 한 개인의 운 좋은 선택을 통해 행복한 견생을 누린다. 반면 다른 개는 그 선택에 들지 못해 비참한 생활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 차이를 가르는 건 단지 선택, 그 주인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냐 그렇지 못한 사람이냐에 따라 갈리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구조적으로 이미 잘못된 생태 속에서 강아지들은 태생부터 이미 버려질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안고 생을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매년 약 15만 마리의 개가 새로운 가족을 찾아 입양되지만 절반이 넘는 9만 마리가 다시 버려진다고 하니, 개를 입양한 반려인들이 개가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욕심과 돈, 공급자와 수요자의 논리에 의해 견생은 이렇듯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다름없다. 행복한 견생을 위해 개가 해야 할 바는 과연 무엇일까. 구조적으로 잘못된 이 반려 산업 그 자체에 균열이 가지 않는 한, 대부분의 개들은 그 행복을 요행에만 의존해야 한다.
“개들이 펫숍으로 팔려나갔다면 지금은 도시의 어느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재래시장으로 밀려났다면 개들이 반려인을 만났을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모견 또는 종견으로 팔려나갔다면 평생을 철장에 갇혀 지내다 폐견 취급을 받을 것이다. 폐견의 일부는 거리와 야산에 버려질 것이고, 어쩌면 일부는 식용견으로 팔려나갈 것이다. 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개의 운명은 그렇게 반려견 산업에 의해 결정된다.” -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이 책은 솔직한 우리의 현재 모습이자 감추고 싶은 과거의 결과. 그리고 서로의 무관심함과 방관, 방조 아래 쌓여온 작은 세계와 다름없다. 그런 줄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건 실례다. 한 생명에 대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버려지길 위해 생육되고 번식을 강요받는, 우리가 반려동물이라 부르는 이들에게.
세상이 발전하는 만큼 사랑도 발전한다. 키우기가 용이해졌고 취사선택의 폭 또한 다양해졌으며 나의 의지와 책임감을 보조해 줄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버려진다. 손쉬운 시작만큼 그 끝도 손쉬워졌다. 많이 선택되는 만큼 많이 버려진다. 슬픈 일이다. 감옥에 있는 죄수의 인권에도 만전을 기하는 사람들이 반려라 부르는 동물들의 안위에 대해선 우린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 해서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 여전히 많은 세상이라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202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는 분명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르게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혹은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을, 그 속에서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개들의 모습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에겐 그런 의무가 있다고 적어도 난 생각한다. 아는 것이 첫 번째요, 행동하는 것이 두 번째라고 한다면 이 책을 통해 난 이제 첫 번째 단추를 끼운 셈이다. 그런 마음으로 권한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바란다.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우리가 개들을, 고양이들을 반려동물이라 당당히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