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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Oct 16. 2020

브런치 공모전,  수상에 연연하지 마세요.

수상에 실패할지라도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하여

“넌 걸핏하면 지겨워하더라.”


고등학생 시절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때도, 남들 신명 나게 보낸다는 대학생활에서도,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도, 난 뭘 그리 진득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다. 다른 거창한 이유가 있었으면 조금 그럴싸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긴 하지만, 단지 오래 할 만한 재미가 없었다고밖에. 피시방보다는 도시 속을 거닐며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에 더 심취했고, 삼삼오오 모여 술 먹는 학과 활동보다는 도서관 후미진 구석에서 책 읽는 게 좋았으며 처음 경험했던 직장생활은 흡사 재미없는 역할놀이처럼 느껴졌다.

분연히 뛰쳐나갈 용기는 애당초 없던 터라 쥐 죽은 듯 신입사원 역할의 연기에 매진하던 차에 다행히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동료와 함께였을 땐 침통했던 척했으나 입사 이례로 가장 밝은 표정인 것 같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기도 했고, 덕분에 어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지만 난 그저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지겨운 역할놀이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재미없고 지겨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결국 인내심의 문제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면 난 무척이나 인내심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늘 바라고 열망한다. 재미난 이야기 누가 물어다 주었으면. 혹은 재밌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어디 더 재미난 이야기 없을까 하며.


그런 이유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것 역시 '재미난 이야기'의 연장선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호기심이 동해 내용이 궁금한 책이 있고, 누군가가 발췌한 책 속 어느 구절을 보고 궁금해진 책도 더러 있다. 그래서 읽을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읽는 재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이야기엔 그런 힘이 있으니까. 동냥하듯 재밌는 얘기 없냐고 만나는 사람마다 묻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브런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다 보니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고, 그 마음을 담아 짧은 브런치북을 만들어 공모전에 참여했던 게 벌써 작년의 일이었다.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출품해보고자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신명 나게 글로 적기 시작했고 이내 10편의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 결과적으로 수상엔 실패했음에도 내가 발견하게 된 건, 발행한 글들을 꾸준히 읽어준 사람들, 응원과 격려의 말. 브런치에서 제공해 주는 나의 독자에 대한 데이터들까지.


애써 참여한 공모전에서 수상에 실패한다면 내게 무엇이 남을까, 생각했던 때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 글을 찾고 읽어주는 사람들과 조우할 수 있었다. 대중적인 글과 콘텐츠는 아닐 수 있어도, 누군가는 재미나게 읽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아주 자그마한 사실. 그것으로 나는 충분했다. 쓸 이유, 써야 하는 이유 말이다. 나는 그 작은 씨앗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발행해 줄 이가 없다면, 내가 직접 발행하면 될 일이다. 뜻한 바가 있고, 마음먹은 바가 있다면 어려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려운 정도를 생각하자면,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하기까지가 제일 어려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다른 건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글을 계속해서 쓰는 일도, 다 쓴 글들을 모아 엮는 일도,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는 것 모두 말이다. 첫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비교하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모두가 수상을 바란다. 나 역시 여전히 갈망한다. 다만, 수상이 전부가 아님을 나는 안다. 그렇기에 말하고 싶었다. 수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영광의 트로피 없어도 대신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노라고. 내 이야기를 발견하고 읽어 준 독자들과 조우할 수 있다는 것. 성심성의껏 쓴 나만의 이야기에 나름의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얻을 건 너무나도 많다.


수상에 실패한 나의 이야기는 조만간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브런치를 통해 가닿은 나만의 독자가 있다는 확신 덕분이었다. 코로나로 얼룩진 올 한 해지만, 이 한 권으로 인해 제겐 다른 어느 해보다 기쁨으로 기억될 한 해가 되었다. 그래서 권하고 또 권한다. 다른 분들도 각자의 일상을, 그리고 삶 속 이야기들을 브런치를 통해 발행해 보시기를 말이다. 누군가에겐 불필요하고 또 번거롭다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은 그 안에 꽤 큰 ‘재미’가 있음을 내가 잘 안다. 애당초 그게 없었다면 중간에 이미 여러 번 포기했었을 테니 말이다.

발행한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수상을 바라는 마음 또한 그렇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수상 그 너머에 있다고 난 믿는다. 나만의 글을 기록하는 습관, 그것을 통해 나만의 독자를 발견하는 과정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모든 시간 곳곳에 작지 않은 재미들이 녹아있다고, 그리고 그 재미야말로 내가 브런치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결실이 되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여러분들의 글이 큰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더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그러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을 만반의 준비가 된 셈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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