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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Sep 16. 2018

당신은 주인공입니까?

[서평]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한계와 끊임없이 싸우가며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흡사 '주인공' 같은 사람들. 결국 이 그룹의 인간들은 결코 손에 닿을 것 같지 않았던 목표에 도달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사람들 곁엔 늘 조력자들이 존재한다. 목표에 대한 열정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 그리고 이에 걸맞는 리더쉽이 있는 인간들 주위엔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다. 결국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모아진 결과로써 목표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문제는 '주인공'이 아닌 사람들이 '주인공'을 흉내낼 때 발생한다. 일에 대한 열정, 그에 상응하는 노력,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리더쉽, 이 중에 뭐 하나라도 누락이 된 인간에 대함이다. '주인공'의 목표는 목표로 한 일 그 자체에 있지만, '주인공'이 아닌 인간의 목표는 '주인공'이 되는 게 목표이므로, 여기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한다. 누군가 그 목적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 자그마한 목적의 차이로 너무나도 다른 결과들이 펼쳐진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지 않나.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열과성을 다해 누군갈 쥐어짜며 착취하는 건, 목표로 하는 성과 이면에 나 자신이 대단해보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않을까, 생각해본 적 있다. 한 편으론 서글프기도 하고 연민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인 척하기 힘들겠다' 고 말이다.


이 책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내려놓음'에 대함이다. 책 제목이 사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같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간단 명료한 메세지인 셈이다. 저자의 삶을 통해 얻은 통찰, 즉 평범할 수 있는 자신의 일상을 통해 '시시한 사람이면 뭐 어떤가'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엄마는 언제나 '그저 그런' 인생이 가장 나쁜거라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일들을 붙잡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며 별 볼일 없이 살게 된다고. 그리곤 언제나 덧붙였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애니까,
노력만 하면 돼.
.
.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中>

비단 저자만의 경우와 상황은 아닐 줄로 믿는다. 나 역시 이러한 부모님의 지대한 믿음과 관심 속에 자라왔으니 말이다.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와 연고대만 있는 줄 알았고, 대학생 갓 입학한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엘지, 현대 같은 대기업만 존재하는 줄 알았었더랬다. "노오력을 안해서 그렇지 우리 자식은 머리가 좋아서 서울대 갈 만 한 아이입니다 선생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 줄 알았던 내가 점차 '주인공'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건, 이십대 중반을 막 지난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의 입장에선 늦다면 늦을 수 있겠고, 또 다른 어느 누군가의 입장에선 이를 수도 있는 시점이겠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적당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깨달았던 그 때, 비로소 삶의 목표가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참 희한했다.
내가 시시할 정도로 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입으로 이야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이상 무엇이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고,
굳이 어떤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제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
.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中>

서점가에 가보면 (요 근래 특히나) 흔히 볼 수 있는 공감 에세이라 사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그다지 많지 않은 30대 초반이라는 (작가치곤) 젊은 나이 역시 한 몫 하지 않았나. 그러나 책에 소개된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확인한 저자 유정아 작가님의 필력은 요 근래 본 책들 중 가장 신선하고 와닿았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 작가의 통찰이 번뜩인다. 한 문장 한 문장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 진정성을 담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결과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공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회사에선 늘 시간에 쫓기고, 여가 시간에는 남들 다 하는 골프, 테니스 등 취미생활을 하느라 역시나 바쁜, 그런 와중에 두루두루 사람들을 만나며 인맥관리도 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요즘이다. 넘치는 열정과 체력이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지만, 혹여 이런 생활들 속에 조금이라도 괴롭거나 지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겠다. 지금 자신의 일상이 즐거운지, 혹은 자신이 열과 성을 다해 매달리고 있는 지금 그 삶의 목적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시시한 사람이면 뭐 어떤가. 주위의 기대, 누군가가 바라는 목표에 나 스스로를 맞춰살다간 가랑이가 찢어지기 십상이다. 우리 모두 황새가 되길 바라건만 정작 이 세상에 황새의 개체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황새..맞습니까?" 욱신거리는 가랑이 붙잡고 살지 않으려면 말이다. 나의 경우엔, 그 대답이 간단하고 명료했다. 


난 뱁새다. 뱁새답게 살련다. 뱁새만의 행복을 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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