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돈벌이 수단? 자아실현의 도구? 먹고사니즘?

by 구닥다리 에디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한 적 있었다.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그 당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만 하는 회사와 그 안에서 내게 맡겨진 일에 재미도 흥미도 없다고 느꼈었다. 물론 돈이라도 벌리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만, 그 시간 대부분이 내게 재미가 없다면 난 앞으로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 소비나 저축 그 어느 쪽도 내게 만족감을 가져다주진 않았기 때문에 나에겐 활로가 필요했다. 하던 일에서 의미를 쥐어짜 내거나, 입 다물고 통장에 꽂히는 월급에 감사하거나, 아니면 그만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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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들은 일에서 무슨 의미를 찾냐며, '배가 불렀다'라고 내게 말하던 당시였다. 그깟 의미 못 찾아도 별다른 불평 없이 묵묵히 일을 하던 내 친구들과 달리, 난 왜 그게 힘들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부대꼈을까. 정말 배가 불러서 난 당시 회사를 그만뒀던 걸까. 회사를 그만뒀음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나의 경우엔 그 해답을 알게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책엔 내가 당시의 친구들에게 말해야 했던 정답이 쓰여있다.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되려 채워지지 않는 허기 때문에 난 그래야만 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기업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 기업'을 제외하면 이제 많은 기업이 시간 외 노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유급휴가를 반드시 쓰게 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 이외의 시간에 얼마나 다른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를 지키며 일하지 않아도 그나마 괜찮았던 과거에서부터, 그것이 필수가 된 지금과 앞으로 더 심화될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하다 무시받던 인문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각자가 일에서 의미를 찾는 법에서부터 다양한 시점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세세히 일러주고 있다.


나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을 돌아오며,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여전히 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의미가 나 개인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도 꾸준한 성장 없이 그저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일에 치이고 그저 나 스스로를 소모시킨다면,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셈이 아닌가. 회사가 나의 간판이 되어 주는 유효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나'라는 브랜드의 성장에 더욱 힘써야만 나만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속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일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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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 느낄 수도 있다. 혹은, '배 부른 소리'라 폄하할 수도 있다. 일에 치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사람에게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설파한다면 결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게다. 당장의 밥벌이가 급급한 누군가에게 일의 의미 따위는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몸 담고 있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하루하루 속 생각의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한, 그래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방법을 골몰하는 시간 말이다.


"최근 25년 동안 학력 사회 모델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대신 '개인 경력 모델'이 널리 퍼졌지요. 이 글로벌 시대는 학력 대신 일정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모든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책임지며, 나의 활동을 조정하고 배치할 수 있으며,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또 변화된 환경에 맞춰 즉각적으로 내 안의 프로그래밍을 바꿔 행동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인재입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저자가 일본인인 덕분에, 이 책에서 그가 독자들에게 읽기를 권면하며 소개하는 몇몇 책들에 큰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읽어보기를 독려하는 책들이 모두 일본문학이라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작가 자신이 쓴 한 권의 책에 말하고자 했던 바를 다 담을 수 없었기도 했겠고, 또 이 책에서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 역시 '독서' 그 자체인지라, 다른 책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더 큰 배움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었겠다. 저자 역시 본인의 삶 속에서 나름의 해답을 바로 이 '독서'를 통해 얻었던 터라 어찌 보면 이 책은 스리슬쩍 독서를 권장하려는 '독서권장서'와도 같다.


"독서의 효용은 우선 내가 처한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혹은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독특한 발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일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므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만일을 위한 대비로서 책을 통해 과거의 여러 사례를 배워두면 좋습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데다가 스스로와의 대화를 촉진한다는 면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독서의 가장 큰 의미이자, 독서를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려 하는 사회 초년생에서부터 회사에서 제법 경험이 쌓이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적성을 고민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을 굳이 구분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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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각자에게 있어 일의 의미와 또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무엇일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길 바란다면 이 책이 좋은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 그전에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면 어떨까.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속에서 어떠한 만족감도 찾을 수 없다면 무언가 변화가 시급함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고민의 시간은 조금이라도 빠를수록 이로울 것이다. 그 스타트를 이 책과 함께 해보길 권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