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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닥다리 에디 Mar 08. 2020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돈벌이 수단? 자아실현의 도구? 먹고사니즘?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한 적 있었다.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그 당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만 하는 회사와 그 안에서 내게 맡겨진 일에 재미도 흥미도 없다고 느꼈었다. 물론 돈이라도 벌리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만, 그 시간 대부분이 내게 재미가 없다면 난 앞으로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 걸까. 소비나 저축 그 어느 쪽도 내게 만족감을 가져다주진 않았기 때문에 나에겐 활로가 필요했다. 하던 일에서 의미를 쥐어짜 내거나, 입 다물고 통장에 꽂히는 월급에 감사하거나, 아니면 그만두거나.

이 책을 읽으며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들은 일에서 무슨 의미를 찾냐며, '배가 불렀다'라고 내게 말하던 당시였다. 그깟 의미 못 찾아도 별다른 불평 없이 묵묵히 일을 하던 내 친구들과 달리, 난 왜 그게 힘들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부대꼈을까. 정말 배가 불러서 난 당시 회사를 그만뒀던 걸까. 회사를 그만뒀음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나의 경우엔 그 해답을 알게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책엔 내가 당시의 친구들에게 말해야 했던 정답이 쓰여있다.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되려 채워지지 않는 허기 때문에 난 그래야만 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기업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 기업'을 제외하면 이제 많은 기업이 시간 외 노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유급휴가를 반드시 쓰게 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 이외의 시간에 얼마나 다른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를 지키며 일하지 않아도 그나마 괜찮았던 과거에서부터, 그것이 필수가 된 지금과 앞으로 더 심화될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하다 무시받던 인문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각자가 일에서 의미를 찾는 법에서부터 다양한 시점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하나하나 세세히 일러주고 있다. 


나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을 돌아오며,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여전히 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의미가 나 개인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적이고도 꾸준한 성장 없이 그저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일에 치이고 그저 나 스스로를 소모시킨다면,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셈이 아닌가. 회사가 나의 간판이 되어 주는 유효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나'라는 브랜드의 성장에 더욱 힘써야만 나만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속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일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 느낄 수도 있다. 혹은, '배 부른 소리'라 폄하할 수도 있다. 일에 치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사람에게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설파한다면 결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게다. 당장의 밥벌이가 급급한 누군가에게 일의 의미 따위는 아무짝에나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몸 담고 있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하루하루 속 생각의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한, 그래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방법을 골몰하는 시간 말이다.


"최근 25년 동안 학력 사회 모델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대신 '개인 경력 모델'이 널리 퍼졌지요. 이 글로벌 시대는 학력 대신 일정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모든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책임지며, 나의 활동을 조정하고 배치할 수 있으며,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또 변화된 환경에 맞춰 즉각적으로 내 안의 프로그래밍을 바꿔 행동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인재입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저자가 일본인인 덕분에, 이 책에서 그가 독자들에게 읽기를 권면하며 소개하는 몇몇 책들에 큰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읽어보기를 독려하는 책들이 모두 일본문학이라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작가 자신이 쓴 한 권의 책에 말하고자 했던 바를 다 담을 수 없었기도 했겠고, 또 이 책에서 저자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것 역시 '독서' 그 자체인지라, 다른 책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더 큰 배움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었겠다. 저자 역시 본인의 삶 속에서 나름의 해답을 바로 이 '독서'를 통해 얻었던 터라 어찌 보면 이 책은 스리슬쩍 독서를 권장하려는 '독서권장서'와도 같다.


"독서의 효용은 우선 내가 처한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혹은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독특한 발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일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므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만일을 위한 대비로서 책을 통해 과거의 여러 사례를 배워두면 좋습니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中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데다가 스스로와의 대화를 촉진한다는 면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독서의 가장 큰 의미이자, 독서를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려 하는 사회 초년생에서부터 회사에서 제법 경험이 쌓이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적성을 고민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을 굳이 구분할 수 없겠다. 

과연 각자에게 있어 일의 의미와 또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무엇일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길 바란다면 이 책이 좋은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 그전에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면 어떨까.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그 '일' 속에서 어떠한 만족감도 찾을 수 없다면 무언가 변화가 시급함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고민의 시간은 조금이라도 빠를수록 이로울 것이다. 그 스타트를 이 책과 함께 해보길 권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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