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정의 해방

by 이은

<융학파의 꿈해석> Fraser Boa


제17장 감정의 해방


이 단락에서는 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여성임에도 피 흘리는 ‘일본 기생’이 투영된 꿈을 다룬다. 남성성의 형태도 만만치 않았다. 고통받는 무사는 얼굴에 경련이 일어난다.


꿈을 꾼 사람은 서양 여성이다. 일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그들을 연상할 때 어떤 점이 떠오를까. 억압과 통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남성의 노리개로 산 기생과, 끊임없는 전쟁 속에 살아남아야 했을 무사. 꿈은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을 보여줬다.


이 꿈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감정의 부재'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이성적, 논리적인 사람들이 조금 더 인정받는 추세다. 감정적인 사람들은 예민하다거나, 정신병으로 분류되어 뭇매를 맞는다.


난 저런 감정적인 인간이랑은 못 살아. 거리를 둬야겠어.

누군들 안 힘든 사람 어디 있어. 다 감추고 사는 거지.


실용주의 앞에 감정은 가치가 폄하되어 자신을 감추고 산다. 현재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맞춰 살아가는데 그건 마치 옛 기생들과 다를 바 없다며 꿈은 지적한다.


퇴행은 지적 수준만을 논하지 않는다.


우리는 감정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오늘 기분이 나빠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혹은 "저 친구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제안을 하는 것 같은데 어쩐지 그게 별로 마음에 안 들어. 그와 가까이하지 말아야겠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게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만일 미국의 백인 사업가에게 그 얘기를 한다면 그는 "맙소사, 여자같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264p


언제부터 감정=여자가 된 것일까.


감정은 인간의 본능이고 무의식으로부터의 강력한 신호이다. 완전히 배제한 채 살아간다면 현실도 악몽이 되고 만다.


오래 묵혀있던 감정은 온갖 왜곡과 오해로 뒤섞인다.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류하여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이렇게나 위험하다. 균형을 맞추며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가 내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가 여기서 나온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1화쉐어하우스와 외국인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