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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wha Jun 21. 2021

보석산의 전설

추억들에는 하나같이 외로움이 묻어있다.

젤다는 뭐든지 주워 모았다.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악취가 풍기고 파리가 들끓었다.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줄 몰라 쌓아 두기 시작했지만 젤다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번 집에서도 그러다가 쫓겨났지만 버릇이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결국 숲으로 들어갔다. 리어카로 이고 지고 나르며 이사하는데 이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워낙 잡다한 것이 많아 옮기는 것도 일이겠거니와 옮기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을 곱씹느라 몇 곱절 더디 걸렸다. 추억들에는 하나같이 외로움이 묻어있다. 세상에 물건, 그리고 그녀 오직 둘 뿐인 기억들. 누군가의 손이 타고 버려진 것들에 생명력이라곤 없었다. 이 별에 사람들이 살고 있기는 하나 그들이 사는 세상에 젤다는 없었다. 결계를 친 듯 서로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다. 젤다처럼 결계 밖으로 밀려난 물건들 역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다. 젤다는 그런 것들을 모았다.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것들을 모아 높이높이 쌓아 올렸다. 존재하면 안 되는 것들이 모여 거대한 산을 이루자 애써 쳐둔 결계가 풀렸고 사람들에게는 한순간에 아주 불편하고 불쾌하고 커다란 숙제가 생겨버렸다. 젤다와 거대한 산은 풍경 한편에 살짝 지울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 이제 풍경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날마다 마을 회관에 모려 언성을 높이며 회의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어느 날인가는 마을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빈집에 남은 것들이 다시 젤다의 눈에 밟혔다.

빈 마을은 기이했다. 시간이 멈춘 듯 흘렀다. 햇살에 부유하며 반짝이는 먼지들이 마을 주변으로 다시 결계를 만들었다. 젤다는 이 마을에서 더 이상 주워 모을 것이 없어졌다. 더 이상 주워 모을 것이 없어지자 주운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자리를 정하기 시작했다. 말을 할 상대도,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 이름 붙인 물건들의 안부를 매일 확인할 뿐이었다. 세상의 시간은 너무나 빨랐지만 젤다와 물건들의 시간은 중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 느리게 흘렀다. 외롭고 긴 시간이 지나 젤다가 사람의 말을 잊어버릴 즈음, 정적을 깨는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자동차 한 대가 마을에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보석을 발견한 듯 숨을 죽이고 풍경을 바라보더니 마을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돌아갔다. 다음에는 버스가, 다음에는 헬기가 나타났다. 수시로 드론이 날아다니며 젤다와 물건들의 얼굴을 살폈다. 순식간에 결계 밖에서 안으로, 젤다와 쓰레기산은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보석산,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젤다와 물건들에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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