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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wha Nov 27. 2020

나라는 나라

저는 이 아이를 기필코 이 나라의 왕으로 세울 겁니다.

자,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나’라는 작은 국가, 나라는 작은 마을에 대해서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요? 우선 생각나는 사람은 재정담당관이에요. 내가 굶어 죽거나 남들에게 주눅 들고 위축되지 않게 돈을 벌고 모아두었다가 적절한 곳에 지출하는 사람이죠. 어떤 돈도 이 사람의 허락 없이는 지출될 수 없어요. 이 분이 흥 담당관과 만나면 가끔 과소비라는 실수를 하기도 해요.

이때 반성 담당관이 주의를 주죠. 이 반성 담당관이 세력을 얻어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자책을 하고 스스로를 벌주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내가 우울한 사람 되는데 큰 역할을 하죠.


자 또 어떤 사람이 생각나나요? 식도락가! 맛있는 음식에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분. 이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되면 영토가 넓어져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넓다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건강 담당관과 식도락가는 자주 충돌하면서도 화해하고 서로 뗄 레야 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앙숙입니다.

건강 담당관은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좋아해요. 잘 먹고 운동하면 온 나라에 생기가 돌아요. 기분 좋은 에너지도 많이 얻고요. 아마도 지식과 지혜 담당관이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지식 때문일 거예요.


지식과 지혜 담당관은 모든 부처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줍니다. 재정담당관에게는 현명한 소비와 저축을 할 수 있도록 투자 정보를 주고 흥 담당관에게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눈빛을 읽는다든가 공감하는 법을 경험을 통해 알려주죠.

또 반성 담당관에게도 현명한 위로를 던질 줄 압니다. ‘내가 잘못했지만 반성은 이만하면 충분해 다음에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일찍 깨닫게 된 것은 좋은 일이야’ 혹은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죗값을 치르자. 온 나라에 비상시국이라고 알려줄게 도망치든 벌을 받든 혼자서 고민하지 마. 온 나라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일이야.’ 끊임없는 내면의 대화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나라는 나라에 사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년과 소녀’를 좋아합니다. 멋진 사람들을 보면 볼 발그레해지는 순수한 영혼이요. 누구나 마음속에 ‘소녀’나 ‘소년’ 하나쯤은 품고 살잖아요. 슬픈 노래를 듣고 또르르 눈물을 흘리고 들판에 누워 뭉게구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 밤을 새워가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청년들. 나라는 국가가 해를 더해갈수록 소년과 소녀의 세력이 약해지긴 하지만 꿈을 잃지 않는 한 70년 80년이 흘러도 이들의 영혼은 반짝반짝하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람. 장차 이 왕국의 주인이 될 아이. 이 사람을 소개하기 위해 이만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온 나라가, 별이, 그리고 신이 온 마음 다해 소중히 길러내고 이 왕국의 주인으로 삼고 싶어 하는 희망의 씨앗이자 영혼의 등불, 바로 ‘창조의 아이’입니다. 나라는 나라의 소중하고 작은 왕이죠. 저는 이 아이를 기필코 이 나라의 왕으로 세울 겁니다.


재정담당관에게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공부시킬 거고요. 공부 계획을 위해 지식과 지혜 담당관에게 관련 서적을 몽땅 읽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흥 담당관에게는 이 아이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개발해달라고 주문했고요. 각 부처 담당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많은 방법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공유해드리기는 힘들겠어요.  드림 로드맵 스크랩, 춤, 노래, 음악, 미술 가급적 많은 새로운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이 나라안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온 나라가 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지만 반성 담당관에게는 이 아이의 인생에 너무 많은 관여를 하지 많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대신 주변의 다른 ‘어른’ 시민들에게 집중하라고 했죠. 윤리담당관과 반성 담당관은 아직 덜 자란 창조의 아이에게는 접근 금지입니다. 어떤 것도 이 아이를 그저 착하거나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워내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항상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지식과 지혜 담당관이 제게 알려준 것이죠. 그래서 이 아이의 개인지도는 모험 담당관, 경험 담당관, 감각 담당관, 소년과 소녀, 지식과 지혜 담당관, 흥 담당관, 그리움, 건강 담당관, 모성 담당관, 사랑 담당관이 힘을 합쳐 집중 지도를 해주길 바랍니다.


잊지 말아요. 그 누구도 이 아이를 주눅 들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게 이 나라의 룰이에요. 가급적 햇살과 하늘과 별과 자연을 가까이하게 하시고 창조적인 에너지가 강한 사람들 주변에 머무르게 해 좋은 자극을 받도록 해주세요.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은 모두 경험하게 해 주시고요. 재정담당관님께 충분한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제가 확신하건대 신도 우주도 이 아이가 이 나라를 장악해 마음껏 꿈을 펼치는 일을 응원하고 있어요.


엉뚱한 사람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되면 큰일 납니다. 이를테면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꼰대’ 같은 사람이요. 이 사람이 자리를 잡고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한심한 사람이 됩니다. 귀가 막혔는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이 꼰대가 지식과 지혜 담당관과 손잡고 세상을 지배하면 무조건 내 말이 옳다, 내 말만 들어라 온 나라가 시끄러운 무법천지가 됩니다. 아마 고립되고 말 거예요. 그리고 결국에는 나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겠죠.





그래서 저는 나라는 왕국의 주인이 누구보다 ‘창조의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거예요.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누구의 비난이나 미움에도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신념을 가지고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강건하고 심지 굳은 왕 말이에요. 나 자신은 물론 주변 국가, 세계, 나아가서는 지구, 멀리 우주까지 반짝반짝 선하고 아름다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온 마음 다해 격하게 응원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제가 누구냐고요?

나는 나죠! 바로 이 나라의 주인.

그럼 이제 제가 묻겠습니다.

당신이라는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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